[우리마을명소]건입동/모충사 만덕관

[우리마을명소]건입동/모충사 만덕관
200년전 ‘거상 김만덕’의 뜻 피어난다
  • 입력 : 2010. 03.06(토) 00:00
  • 백금탁 기자 gtbaik@hall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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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김만덕을 주인공으로 한 역사 드라마가 제작돼 사람들의 관심이 부쩍 높아지면서 제주시 건입동 사라봉 입구에 위치한 모충사 만덕관을 찾는 발길도 이어지고 있다. /사진=강희만기자 hmkang@hallailbo.co.kr

역사 드라마 방영 맞물려 방문객 부쩍 늘어
객주터·국립박물관 등 근처 볼거리도 많아


봄비가 제법이다. 며칠째 내린 비로 대지는 풍요롭다. 겨우내 잠을 자던 목련꽃이 먼저 봄비에 깨어난다. 붉은색 벚꽃 봉오리도 기지개를 켤 참이다. 지는 겨울이 아쉬워 만덕비를 지키는 수선화 한무더기와 동백꽃에서 피어나는 오롯한 향도 좋다.

제주에 깃든 이 모든 풍요로움이 어쩌면 만덕 할머니의 선행에서 시작된 것은 아닌가 싶다.

지난 4일 들른 만덕관은 비날씨에도 많은 사람들이 찾았다.

모충사 관리사무소 김동의씨는 "6일 첫 방영을 앞둔 역사 드라마 '거상 김만덕'이 제주에서 제작되면서 의녀 반수 김만덕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며 "최근 1일 방문객이 100명 가량으로 부쩍 늘었다"고 말했다.

김씨는 "오늘 제주시 삼도동에 사시는 60대 할머니가 떡과 과일, 제주를 올려놓고 가셨다"고 했다. "이 할머니는 만덕의 은혜를 갚기 위해 매년 3월초면 어김없이 찾아와 예를 갖춘 후 돌아간다"고 했다. 만덕의 은혜로 집에 우환을 이겨냈다며 올해로 벌써 11년째 이 곳을 찾고 있단다.

만덕의 초상화 앞에는 여러 개의 조화가 놓여 있다. 몇년 전부터 인터넷에서 만덕의 일대기를 읽고 감명을 받았다는 경기도 성남의 한 여성은 매년 네차례나 꽃을 보내온다고 김씨는 전했다.

김만덕은 나눔과 베품을 실천한 조선시대의 진정한 CEO로 불린다. 허나 이에 앞서 김만덕은 제주사람 모두의 할머니이며 믿음이고 신앙이다. 그의 선행이 도민 모두의 핏속에 유유히 흐르고 있다.

송덕비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할머니의 넋, 제주도민의 핏속에 맺혀 길이 길이 전하게 될 것이니, 여기 자그마한 제주도민의 정성을 모아 할머니의 고마움과 이웃을 사랑하는 정신을 모시고자 이 탑을 할머니 앞에 바치니 영겁토록 안식하소서.' <'송덕의 글' 중에서>

그의 뜻은 200년이 흐른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다. 전국적으로 '나눔 쌀 만섬쌓기'가 어려운 이웃을 돕기 위해 추진중이다. 제주출신 국민여배우 고두심씨가 그 중심에 서 있다.

도내에서도 몇년전부터 많은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제주자치도와 제주시 건입동이 주민센터 북쪽 50m지점에 만덕 객주터를 만들고 있다. 또 객주터 서편인 산지천을 주변에 객주거리를 조성해 관광객을 유도하고 구도심권을 활성화하는 사업을 벌이고 있다. 이 주변 거리를 '만덕로'로 지칭한 것도 눈에 띈다.

개학 시즌이다. 제주의 할머니, 만덕의 길을 찾아 떠나는 것은 어떨까. 제주국립박물관이 들어서 있는 '가으니루'는 할머니의 묘소가 있던 곳이다. 1977년 모충사에 옮겨져 모셔졌다. 모충사에 들어서 만덕관에서 할머니의 뜻을 되새기고 이와 곁들여 의병항쟁기념탑, 순국지사조봉호기념비, 1000년 후인 오는 3001년 1월1일 개봉되는 타임캡슐도 만날 수 있어 산교육장으로 그만이다.

모충사를 돌아 사라봉 산책코스를 택하면 임항도로를 따라 객주터에 다다를 수 있다. 객주터는 동자복 복신미륵(건입동주민센터 앞) 바로 밑이다. 당시 제주관문인 산지천 주변의 제주항도 역사적 산물이 깃든 곳이다. 천천히 걷다보면 1~2시간 소요되는 거리지만 제주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만덕의 파란만장한 삶의 새삼 느껴진다.

[인터뷰 ] 윤선홍 건입동장 "객주터 복원하고 객주거리도 조성"

"우리 마을의 특색 사업은 '지붕없는 박물관'을 만드는 것입니다. 도심을 가로질러 흐르는 산지천과 해양관문인 제주항, 낙조를 감상할 수 있는 사라봉,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칠머리당굿, 100년 등대, 그리고 빼 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의녀 김만덕과 관련한 객주터며 만덕관 등 마을 곳곳에 역사·문화적 요소가 풍부합니다."

윤선홍(사진) 제주시 건입동장은 "이러한 수많은 요소를 가미, 주민들이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마을로 만들고 싶다"며 "객주터 복원과 객주거리 조성 등을 통해 도민과 관광객을 유입, 도심 활성화에 힘을 쏟고 있다"고 강조했다.

윤 동장은 우선 올 상반기 객주터 복원에 앞서 만덕 초상화를 중심으로 10m 가량의 안내판을 세울 예정이며 역사드라마 '거상 김만덕' 방영과 함께 관심이 증폭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객주거리 선포식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의녀 반수 김만덕'의 상표 등록을 특허청에 신청한 상태이며 200년 전의 옛거리를 재현하는 객주거리에는 전통주막은 물론 제주산 청정 고사리와 메밀, 톳 등 해조류 판매소도 마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산지천 변을 마주해 객주거리를 확장, 주민소득을 증대하고 구도심권을 활성화 하겠다는 복안이다.

윤 동장은 객주터 조성을 위해 작년 5억원과 올해 6억5000만원의 재원을 확보했고 인근 동자복도 작은 사당을 만들어 주민들에게 제공하겠다고 피력했다.

이를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가칭 건입동문화·역사보존회를 이번달 내로 구성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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