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선희기자의 문화현장]김만덕의 '할매'같은 멘토

[진선희기자의 문화현장]김만덕의 '할매'같은 멘토
  • 입력 : 2010. 03.09(화) 00:00
  • 진선희 기자 jin@hall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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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벽 부딪혔던 숱한 여성
후대 여성들에 조언자 역할
지방선거 여성 진출 실마리

'거상 김만덕'이 막을 올렸다. 제주여인 김만덕의 일대기를 그린 드라마 제작이 수년전부터 회자되다 마침내 안방 극장을 찾았다. 지난 6일부터 시작된 '거상 김만덕'은 앞으로 많은 이야깃거리를 낳을 것으로 보인다.

김만덕 역을 맡은 이미연이 첫회때 잠깐 등장했다 사라졌다. 여성으로서 최고의 벼슬인 '의녀반수'에 오른 그가 과거를 회상하는 형식으로 진행되기 때문이다. 드라마 초반은 어린 김만덕의 성장 과정을 흥미롭게 좇고 있었다.

그래서인가. 엊그제 방영된 드라마에서 도드라진 인물중 하나는 제주출신 고두심이 연기하는 '할매'였다. 핏덩이 만덕을 키운 제주 태생 여인으로 설정되었는데 김만덕을 다그치며 상도의 철학을 분명히 제시하는 역할을 맡았다. 김만덕이 훗날 성공한 경영자로, 나눔을 베푸는 기업가로 성장해가는데 할매가 적지않은 영향을 미칠 것임을 짐작해볼 수 있다.

할매의 다른 이름은 이즈음에 자주 쓰는 말로 하면 '멘토'다. 멘토는 스승, 좋은 조언자 등으로 풀이된다. 드라마속 할매는 가상의 인물이겠지만 18세기 후반 김만덕이 '제주의 영웅'이 될 수 있었던 데는 그같은 멘토의 존재가 있지 않았을까 싶다. 김만덕 이전에 시대가 가로막은 벽을 부수려던 여성들이 있었을 것이고 그중 한 명이 할매일 수 있다. 김만덕은 홀로이기보다 차곡차곡 포개진 연대를 통해 시대를 뛰어넘은 인물로 컸던 것인지 모른다.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성후보 공천을 의무화한다는 보도가 나왔다. 국회 활동을 분석한 어느 자료를 봤더니 여성의원들은 조례안, 본회의, 상임위원회 활동이 활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여성 정치참여 분야를 놓고 볼때 한국은 후진국을 벗어나지 못한다. 제주는 말할 것도 없다. 국회나 지방의회에 비례대표가 아닌 선거를 통해 진출한 여성의원을 여태 배출하지 못했다. 비례대표 할당제에 이어 실시되는 이번 의무공천 시행이 여성정치 참여를 확대하는 방안이 될지 지켜볼 일이다.

제주지역에서는 그동안 여성정치 참여 확대를 위한 다양한 움직임이 있었다. 여성 관련 기관·단체에서 개설한 정치 아카데미 등을 통해 경쟁력있는 여성후보를 길러내기 위해 애썼다. 하지만 지속적인 발굴과 관리가 이루어지지 못했다. 비례대표 의원을 지내더라도 그뿐이었다. 당선 가능성을 이유로 정당에선 여성의 정치참여 경험을 살릴 기회를 만들어주는 일에 인색하다.

그럼에도 열악한 여건을 뛰어넘어 선거에 나섰던 여성후보들이 있었다. 8일 제주YWCA 토론회에 참석한 정영태 제주발전연구원 초빙연구원이 분석한 자료를 보면 지난 지방선거에서 몇몇 여성후보의 득표율은 무시할 게 못된다. 당선이라는 결과물을 얻지 못했지만 이들은 정치 참여를 희망하는 또다른 여성들의 멘토다. 지방선거를 거쳐간 제주 여성들의 경험이 여성정치 참여 확대에 '도움닫기'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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