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마을명소]대정읍/노을해안로

[우리마을명소]대정읍/노을해안로
푸른·황금빛 하늘 모네의 그림 '인상' 연상
  • 입력 : 2010. 08.21(토) 00:00
  • 백금탁 기자 gtbaik@hall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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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더위가 맹위를 떨친다. 사람에 치이고 더위에 지친다. 바다로 간다. 길게 늘어선 해안길을 걸으며 사색할 수 있다는 것은 행복이다. 아름다운 제주의 해안의 멋과 맛을 보는 '풍류'는 이맘 때 제격이다. 국토해양부가 선정한 제주 해안누리길 가운데 으뜸인 서귀포시 대정읍 노을해안로는 제주바다의 참 멋을 느낄 수 있기에 충분하다. 서림연대에서 내려다본 해안도로가 이방인의 발길을 재촉한다. /사진=백금탁기자

노을해안로 제주 해안길중 경치가 으뜸으로 꼽혀
길 곳곳 정자·전망대 설치 지친 나그네 오아시스

노을빛 파도… 어머니의 한숨 서린 숨비소리 들려

'아름다운 해안의 멋과 맛을 모두 누리면서 걸을 수 있는 길'. 해안누리길이 숲길과 올레길에 이어 걷기 열풍을 이어간다. 숲길은 숲이 주는 자연의 선물이고 올레길은 제주의 사람과 자연이 주는 특혜다. 해안누리길은 제주를 상징하는 제주바다의 참 멋을 즐길 수 있는 사색의 길이다.

길은 사색을 위한 '시간적 공간'이다. 바다로 난 길은 혼자 사색하기에 적격이다. 서귀포시 대정읍 서쪽 끝의 노을해안로는 '파도가 부서지는 갯바위 해안길'로 불린다. 일과리에서 신도1리를 잇는 11.6km의 4시간30분 코스. 서림연대와 서림물, 수월봉으로 이어지는 해안도로의 정경이 그만이다. 길 곳곳에서 정자나 전망대를 만날 수 있어 쉬엄쉬엄 거닐 수 있어 좋다. 날씨가 허락하면 국토 최남단 마라도를 보는 덤도 얻을 수 있다.

다만, 서림연대 주변의 환해장성의 모습은 사라져 아쉽다. 해안가 용천수로 멱감던 남탕도 없어졌다. 세월속에서 사람들은 기억을 지우듯 옛것을 하나씩 지워가고 있어 아쉽다.

노을해안로는 제주 해안길중 경치가 으뜸이다. 마지막 2km 구간은 제주의 넓은 들판을 만날 수 있다. 일주도로(1132번 지방도)에서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는 해안도로가 바로 노을해안로다. 걷다가 힘들면 일주도로로 나가면 되고, 버스에서 내리면 바다로 난 길로 가장 가깝게 만날 수 있는 곳이다.

해안길을 따라 돋아난 파릇한 갈대도 인상 깊다. 바닷가에서 갈대를 볼 수 있는 곳은 제주에서 그리 많지 않다. 해안선을 따라 들쭉날쭉한 현무암의 자태도 저녁하늘을 배경으로 위엄있다.

하얗게 부서지는 적당한 파도의 파열음은 여름 늦은 오후, 더위를 식혀주는 한모금 청량음료와도 같다. 길을 걷다 만난 푸른빛과 황금빛을 머금은 오묘한 하늘은 인상파 화가 모네의 그림 '인상'을 연상케한다. 때론 변시지 화백의 황톳빛 모습을 화폭에 담아내곤 한다.

바다는 8월의 하늘을 그대로 투영한다. 오직 수평선만이 하늘과 바다를 경계한다. 그 뒤로 해가 넘는다. 해안도로에서 바라보는 노을빛이 물든 파도는 지척에 있는 수월봉에서의 녹고와 수월이 오누이의 슬픈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 뒤로 우리네 늙으신 할머니의 한숨 서린 숨비소리도 들리는 듯하다.

마을 곳곳에는 파종을 위해 마늘쪽을 내는 작업이 한창이다. 들판엔 밭벼(일명 산디)가 키작은 모습으로 수줍고, 참깨도 수확을 앞둬 알차게 영글었다. 바다로 던지는 낚시꾼들의 희망도 노을을 배경으로 서있다.

해가 진다. 함지박 너머로 해가 진다. 어둠이 내려 앉고 입가에서 예전 부르던 유행가 '바위섬'의 한소절이 맴돈다. 바다로 향한 북두칠성이 낯선 이방인을 도시로 내몬다. 밤이다. 이방인이 지난 길엔 다시금 조용한 시간의 조각들이 남는다.

▲서림연대 지척에 있는 서림물. 제주 천혜의 시원한 담수가 쏟아진다. 조약돌이 물 밑에서 반짝인다. 물도 얕아 아이들이 놀기에도 제격이다. 시원한 바다를 감상할 수 있는 정자도 여럿 있다. 그 곳에서 바라보는 저녁놀은 한폭의 그림을 연상케 한다. 사람에 대한 따뜻한 인간애가 느껴진다.



도보여행 해안누리길, 제주 9선 선정
아름다운 해안의 멋과 맛 향유 가능한 길
노선별 스토리 발굴 관광상품 개발 추진


아름다운 제주해안을 따라 걷는 해안길 9곳이 최근 국토해양부의 해안누리길로 선정됐다.

국토부는 지난 3월부터 11개 시·군·구에서 추천한 168개 노선중 도보성과 안전성 등을 심의해 52개, 505km 구간의 누리길을 확정했다.

제주는 올레길을 포함한 21개 노선을 추천한 가운데 9개소가 뽑혔다. 대정읍 일과리 노을해안로(11.6km), 대천동 올레 8코스(16.3km), 성산읍 신양리 환해장성로(10.3km) 등 서귀포시 3곳과 추자면 예초리 해안일주길(15km), 애월 구엄리 엄장해안길(4.8km), 우도면 해안도로(17km), 조천 신촌리 닭머르길(1.8km), 함덕북촌마을길(4.5km), 삼양역사올레길(9.6km) 등 제주시지역 6곳이다. 국토부는 해안누리길 52개소에 대한 주변관광지, 맛지, 숙박지와 같은 코스정보를 수록한 홍보책자를 8월중 발간한다. 또 지역축제와 병행한 걷기행사 개최와 노선별 스토리 발굴을 통한 관광상품 개발을 추진한다. 이정표도 제작해 누리길별로 제공한다. 해안누리길은 '해안'과 마음껏 '누리라'는 말의 합성어로 아름다운 해안의 멋과 맛을 향유하라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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