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찬 맛집을 찾아서](1)일도2동 '가마솥' 식당

[당찬 맛집을 찾아서](1)일도2동 '가마솥' 식당
진한 몸국·돔배고기 "바로 이게 제주의 맛이야"
  • 입력 : 2011. 01.29(토) 00:00  수정 : 2023. 05. 09(화) 10:48
  • 문미숙 기자 ms@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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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처럼 매서운 동장군이 잔뜩 몸을 움츠리게 할 때 진한 돼지고기 육수로 끓인 제주의 전통음식 몸국과 돔배고기는 추위를 녹이는데 안성맞춤이다. /사진=강희만기자

○… 자연의 맛을 살린 제주 전통음식엔 제주사람들의 삶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본지는 어머니가 해주시던 그 맛, 추억을 끓이고 데치고 버무려내 침이 꼴깍 넘어가는 제주음식의 맛을 이어가는 맛집을 중심으로 격주로 소개한다. <편집자주>…○

육수와 모자반의 '환상 조합'
노릇한 고등어구이 "덤이요"

제주에선 잔치 등 집안에 큰 일이 있을 때면 어김없이 내놓던 음식이 있다. '몸국'이다. 커다란 가마솥에 하루종일 돼지와 순대를 푹 삶아낸 물에 해조류인 모자반을 넣어 끊여 나눠먹던 진한 국물은 그 무엇에도 견줄 수 없었다. 모자반은 무기질과 비타민이 풍부한데다 지방을 분해하고 돼지고기의 비린내도 잡아준다니 그야말로 찰떡 궁합이다.

지금은 쉽게 맛보기 어려운 추억의 맛이 돼 버렸지만 요즘처럼 매서운 동장군이 잔뜩 몸을 움츠러들게 하는 계절엔 뜨끈뜨끈한 몸국 한 그릇이 절로 떠오른다.

몸국으로 유명하다는 입소문으로 찾아간 곳은 제주시 일도2동에 있는 '가마솥 식당'이다. 신산시장 북쪽에 위치한 식당의 주인은 가선희(45)씨다. 평소 친분이 있는 언니가 운영하던 식당일을 돕다 언니가 몸이 안좋아 인수받아 운영중이다. 식당 이름도, 돼지고기·야채 등 재료도 기존 거래처를 이용하고 있다. 가마솥 식당이 고집하던 몸국과 돔배고기의 '변함없는 맛'을 이어가기 위해서다.

몸국과 돔배고기를 주문했더니 맨 먼저 고춧가루, 대파, 풋고추를 얹은 몸국이 나온다. 사골을 3시간 이상 푹 고아 뼈에 붙어있던 살코기를 뜯어낸 국물에 말린 모자반과 물에 갠 메밀가루를 풀어넣으면 담백한 몸국이 완성된다.

몸국의 진한 맛에 빠져있는 사이 주문하지도 않은 노릇노릇한 고등어구이 한 마리가 나왔다. "웬 고등어냐?"고 묻자 서비스란다. 2만원어치 이상을 주문하면 한 마리, 1만5000원 이상을 시키면 반 마리가 나온다.

그리고 몇 분이 지났을까, 도마에 김이 모락모락 나는 돼지고기를 먹기좋은 크기로 썬 '돔배고기'가 올라온다. 손님의 주문을 받아 제주산 생고기를 압력솥에 소금, 마늘을 넣어 20분정도 삶아낸 맛은 어떨까. 양념간장이나 자리젓을 찍어 어린 배추에 싸먹으니 부드러우면서도 쫄깃한 맛에 입안이 절로 행복해진다. 뒤이어 나오는 배춧국은 고기를 삶은 국물에 배추만 넣어 소금간해 끓였다는데 '시원함' 그 자체다.

"가마솥에 종일 불을 지펴 돼지고기를 푹 고아낸 국물에 끊이던 예전의 그 몸국맛을 따라갈 순 없겠지만 그 맛에 가까운 맛을 내고 싶다"는 가씨. 고기든 야채든 가장 좋은 제주산 재료만을 고집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주차시설도 없는데, 손님들이 입소문을 내주시고, 일주일에 서너 번 찾아오시는 단골들도 여럿이에요. 20대부터 70대까지의 다양한 연령대의 손님들이 음식그릇을 싹 비우고 가시는 게 가장 반가워요."

가씨에겐 최근 고민거리가 하나 생겼다. 구제역 여파로 돼지고기값이 천정부지로 올라 ㎏당 1만2500원에 구입하던 오겹살 값이 1만8000원까지 뛰었다. 서비스로 내는 고등어값도 전같지 않아서다. 재료비 부담이 너무 커 음식값을 올리자니 손님 주머니 사정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어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몸국맛이 그리워 더러는 영업시간에 맞춰 멀리서 찾아오기도 한다는 가마솥 식당. 가씨는 회사 동료, 친구들과 소주 한 잔이 그리울 때 찾으면 옛 제주의 맛으로 반기는 정겨운 식당으로 오래도록 남아있고 싶은 게 작은 소망이라고 했다.

식당은 오후 4시부터 이튿날 새벽 4시까지 영업한다. 756-27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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