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마을 명소]하례1리 / 망장포

[우리마을 명소]하례1리 / 망장포
잔잔한 호수같이 다가오는 봄 바다
  • 입력 : 2011. 02.26(토) 00:00
  • 백금탁 기자 haru@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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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모습을 간직한 포구와 해안 절경이 멋스러운 망장포. /사진=백금탁기자

해안절경과 60년 전 주민들 세운 방파제 조화 절묘
자연이 빚어낸 용암길·절벽 등 볼거리·이야기 풍부

겨울꽃 봄눈, 봄의 길목이다. 지난 겨울 지다만 노란 들국이 아직 향기롭다. 바다를 타고 올라온 봄기운이 보리수 열매에 초록빛으로 맺혔다. 포구에서 바라본 한라산엔 지난 겨울의 잔설이 하얗다. 그 배경으로 갈매기 떼가 봄바다에 노닌다. 찰라, 강태공의 낚시에 학꽁치가 입질한다.

서귀포시 남원읍 하례1리 망장포는 정겹다. 망장포 가는 길은 서귀포시를 출발, 성산방면의 일주도로변을 따라가면 된다. 효돈동을 지나 1km가량 지나면 길 오른쪽에 망장동을 가리키는 안내판이 보인다. 이 길을 따라 600m가량 내려가면 만날 수 있다.

겨울과 봄이 공존한 이 곳엔 생기가 넘친다. 봄맞이 준비도 채 하기전에 찾아온 봄 때문에 나무며 야생화도 나름 분주하다. 해풍에 바짝 마른 갈대도 바다의 노래를 부른다.

이름도 생소한 망장포. 고려말 제주도가 몽골의 직할지였을 당시 이 포구를 통해 거둬들인 세금인 물자와 말(馬)을 원나라로 수송했던 포구에서 연유해 '전세포'라 불렀단다. 이후 구전에 의하면 그물을 많이 쳐 고기를 잡던 대표적 포구라는 의미에서 일제강점기 '강장포'로 불렸다. 왜구의 침입이 잦아 봉화를 올린데서 유래 지금의 망장포라는 이름을 갖고 있다.

▲올레 5코스를 걷다보면 만날 수 있는 용암길은 자연이 빚어낸 형상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망장포로 내리는 길목은 옛 시골집을 찾는 느낌이다. 시멘트와 돌로 만든 계단을 따라 조심스레 걷다보면 발 아래로 잔잔한 호수같은 바다가 눈에 담긴다. 하얀 보트 한척이 한가롭게 떠 있고 그 위로는 소나무와 대나무가 바람을 타고 재잘거린다. 바위 그늘 밑에는 옛 사람들의 호탕한 웃음소리도 들림직하다. 풍류다.

망장포의 일품은 바로 해안절경과 60년전 마을 주민이 축조한 방파제의 절묘한 조화다. 방파제에 의해 안긴듯 하면서도 바다로 향한 길목을 내어주는 묘한 형상이다. 해안절벽 위에는 수문장처럼 수십년된 소나무가 망을 보고 있다. 잎이 넓은 고사리들은 마치 바다를 향해 합장하듯 조용하다. 사찰 밑으로 손바닥 선인장 군락지도 보인다.

망장포에는 신당도 있다. 돈지할망당은 어부와 해녀들이 매월 초하루 안전과 풍어를 기원하며 제를 올리는 곳이다. 그 옆엔 바위그늘집자리 형태의 절벽이 있다. 작은 포구지만 아기자기한 볼거리와 숨은 이야기가 많다.

▲물덤벙에는 밀물에 들어와 바다로 빠져나가지 못한 이름 모를 물고기 떼가 한가롭게 노닐고 있다.

망장포는 올레 5코스를 걷다보면 만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공천포 검은모래사장을 경유해 망장포에 닿을 수 있다. 올레길을 거슬러 오르다보면 물덤벙에서 노니는 물고기도 볼 수 있고 자연이 빚어낸 용암길도 만날 수 있다.

봄볕, 그리고 봄바다. 저멀리 수평선을 넘어 재촉하는 봄기운과 얼었던 대지의 기운이 수직과 수평으로 만난다. 수많은 교차점에서 봄꽃은 핀다. 매서운 추위가 있는 겨울바다가 아닌, 시끄럽고 부산한 여름바다가 아닌, 그렇다고 쓸쓸한 가을바다도 아닌, 그래서 봄바다는 풍요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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