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적 보존과 활용 어떻게 할 것인가/국내외 유적 정비현장을 가다](6)지바시립 카쇼리패총박물관

[유적 보존과 활용 어떻게 할 것인가/국내외 유적 정비현장을 가다](6)지바시립 카쇼리패총박물관
2000년간 지속적으로 형성된 일본 최대 패총유적
  • 입력 : 2011. 03.16(수) 00:00
  • 이윤형 기자 yhlee@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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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천년간 지속적으로 만들어진 일본 최대 패총유적인 카쇼리패총의 유물을 보여주는 카쇼리패총박물관 내부. 다양한 일러스트 등으로 죠몽시대의 생활상과 도구제작기법 등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이윤형기자



패총내부 관찰할 수 있도록 발굴현장 보존 활용
대부분 방치되고 있는 제주도 사례와는 비교돼

패총, 즉 조개무덤은 선사인들의 쓰레기장이다. 선사인들이 먹다 버린 조개껍데기와 생활쓰레기 등이 쌓여 형성되면서 후대에 많은 정보를 제공해준다. 패총에 들어있는 다양한 자연유물과 생활유물 등은 당시의 사회상을 파악할 수 있는 훌륭한 자료가 된다. 선사인들의 쓰레기 더미가 오늘날엔 고고ㆍ역사 연구의 보물창고가 된 것이다.

우리나라의 신석기에 해당하는 일본의 죠몽시대 패총은 약 2300곳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중 지바시에 위치한 카쇼리(加曾利)패총 유적은 일본 국내에서 가장 큰 규모로 알려져 있다.

카쇼리패총은 직경 약 130m에 이르는 도너츠형으로 쌓인 환상(環狀)의 북 패총과 길이 170m에 이르는 말굽형의 남 패총이 일부 겹쳐진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패총의 모습은 전체적으로는 8자형이다. 시기는 북 패총의 경우 지금부터 5200년 전부터 4000년 전 사이에, 남 패총의 경우는 약 4400년 전부터 3200년 전 사이에 해당된다. 약 2000년 세월 동안 형성된 패총인 것이다. 그 안에는 죠몽시대인들의 생활상을 보여주는 다양한 유물들이 담겨있다. 카쇼리패총의 유물들을 보여주기 위해 1966년 개관한 것이 카쇼리패총박물관이다. 박물관은 유적 발굴현장에 들어섰다.

카쇼리패총에서는 각종 패각류에서 부터 석기와 토기류, 동물뼈와 인골까지 출토됐다. 패총 바닥에서는 죠몽시대의 수혈주거지가 발굴되기도 했다. 이러한 다양한 출토유물들은 발굴현장에서 직접 볼 수 있다. 관람객들이 패총 내부를 관찰할 수 있도록 패총을 발굴하여 그 위에 덮개를 씌운 간이 전시실을 만들어놓았기 때문이다.

약 2m 이상 노출된 패총단면 사이를 거닐다보면 패각류를 비롯 다양한 유물들이 박혀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죠몽시대의 대합과 바지락, 비단고둥 등의 조개류 등과 토기편, 석기유물 등을 생생하게 볼 수 있는 것이다.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죠몽시대인들의 삶의 현장속으로 들어간 듯한 상상력을 불러일으킨다.

▲패총 발굴현장이 고스란히 보존되어 있어서 관람객들이 내부로 들어가 관찰할 수 있다.

박물관측이 간이 전시실을 만든 이유는 발굴한 현장을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놔두고 새로운 보존방법을 연구하기 위해서다. 그 과정 자체가 관람객들에게 공개돼 체험학습 현장으로 활용되는 모습은 시사적이다.

카쇼리패총은 박물관을 겸한 야외공원으로 조성된 것이 특징이다. 야외공원에는 밤나무나 상수리나무 등의 자연림과 사쿠라숲을 조성해 놓았고, 박물관은 소규모의 단일 건물로 돼 있다. 박물관은 야외공원의 건물의 하나로 느껴질 정도로 소박하다. 오히려 엄청난 발굴유물에 비해서는 건물시설이 너무 빈약하고 초라하게 느껴질 정도다.

전시실에서는 패총에서 발굴된 석기나 죠몽토기 등이 전시되고 도쿄만의 주변에 살았던 당시 사람들의 생활상을 알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 비록 건물은 낡고 비좁지만 출토유물이 엄청나다보니 대부분 실물이 전시되고 있으며, 일러스트나 그림 등을 동원해서 당시의 제작기법을 충실히 재현하는 모습은 인상적이다.

제주도에도 패총유적은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청동기시대 한반도 최남단의 유적으로 잘 알려진 상모리패총을 비롯 곽지리, 종달리 등지에서 확인되고 있다. 이들 패총유적들에서도 다양한 유물들이 출토되면서 선사시대 제주 생활상을 규명하는데 더없이 좋은 자료가 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제주도내 패총 가운데 정비 활용되는 곳은 한 군데도 없다. 한 두번 지표조사나 시굴 또는 발굴조사 후에는 그냥 방치되는 경우가 대부분인 것이 현실이다. 제주도의 경우도 방치되고 있는 패총유적들을 지역주민과 교육홍보를 위한 공간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그러는데 굳이 막대한 예산이 들거나 대규모 시설이 필요하지는 않아 보인다.

[ 발굴에서 보존까지 ] 발굴 유물 등 풍부한 콘텐츠 인상적

카쇼리패총유적은 1887년 처음 발견됐다. 이어 1958년 메이지대학 고고학연구실에서 처음 발굴을 하면서 대규모 패총으로 알려지기 시작하며 유명해졌다. 13만4500㎡가 국가사적지로 보존될 만큼 중요성을 인정받고 있다.

카쇼리패총박물관(사진)은 쇼와 41년, 즉 1966년 11월 개관했다. 개관한지 50년을 훌쩍 넘기면서 시설면에서나 공간면에서 미흡하지만 발굴유물 등 풍부한 콘텐츠들은 무척 인상적이다. 박물관은 다양한 전시유물들뿐 아니라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발굴조사를 알기 쉽게 해설하는 향토사 강좌와, 최신 연구성과를 강의형식으로 해설하는 고고학강좌가 꾸준히 개최되는 것은 물론 기획전도 연중 마련된다.

체험행사로는 방학기간 등을 활용한 죠몽체험과 초등학생을 위한 흙반죽과 토기만들기ㆍ굽기 등이 열린다. 토기만들기동호회에 의한 토기 만들기 실연이나, 자원봉사자에 의한 불피우기 체험, 카쇼리패총 토기만들기동호회의 활동을 작품이나 판넬로 전시 소개하는 행사 등 다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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