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 25시]굿판을 찾는 단골들의 마음

[편집국 25시]굿판을 찾는 단골들의 마음
  • 입력 : 2011. 03.31(목) 00:00
  • 김명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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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제주자치도의회 장동훈 의원이 "굿은 미신이다"라는 발언을 해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장 의원이 지난 14일 제주평화재단으로부터 4·3위령제 준비상황을 보고받는 자리에서 "처음에는 불교, 천주교, 교회식으로 했고, 문제가 되자 통일했는데 제주가 미신공화국이 되는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앞으로는 굿을 하지 말고 묵념으로 대신하라"고 관계자에게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부터 일부 개신교 신자들이 서울 봉은사에서 "우상의 땅이 하나님의 땅이 되기를 기원하는" 이른바 '땅 밟기' 기도를 하는 모습을 담은 동영상이 공개됐다. 기독교의 지나친 배타성이 논란을 일으키는 과정에서 장 의원의 발언으로 그 파문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필자는 최근 제주시 건입동 소재 칠머리당에서 벌어진 영등굿 송별제를 다녀왔다.

'제주칠머리당 영등굿'이 2009년 9월 유네스코 세계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됐지만 지난 2003년부터 매년 영등굿 송별제가 행해지는 이곳을 찾는 필자에게 송별제는 일반 굿판처럼 보였다. 이는 영등굿을 준비하고 진행하는 사람들이 지난해와 별반 달라진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올해 달라진 것이 있다면 단골손님이 조금 늘었다는 것이다. 굿을 진행하는 관계자로부터 "건입동주민센터의 주관(?)하에 새로운 단골을 모집하고 센터 공무원들도 정성껏 제상을 준비해 올렸다"는 이야기를 전해들었다.

필자는 칠머리당 영등굿 외에 도내 곳곳에서 펼쳐지는 굿판을 수년째 쫓아다니며 단골들의 손을 촬영하고 있다. 가족의 무사안녕, 풍농과 풍어 등을 기원하는 제주 여성들이 고령화로 인해 사라지겠거니 하는 생각으로 촬영을 시작했다.

비록 그 수가 미약하기는 하지만 새로운 단골이 생기고 있었다. 그들이 굿판을 찾는 이유는 단 하나였는데 매년 가족의 무사안녕을 기원하는 것이었다.

그중에는 불교, 천주교, 개신교 신자들도 있었다. 종교적인 이념을 떠나 자신의 가족을 위해서는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어머니의 깊은 마음을 느낄 수가 있었다.

장 의원은 자신의 홈페이지에 제주시 한림읍 소재 한 마을에서 빚에 시달리는 빚쟁이의 10남매 중 막내로 태어났다고 밝히고 있다. 아마도 그의 부모는 빚에 시달리면서도 자식들이 잘되기를 빌었을 것이다. 그게 예수든 부처님이든 영등할망이든 자식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모든 신에게 말이다. 그게 부모의 마음이니까….

<김명선 사회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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