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시 동홍동 주민들의 젖줄이자 정방폭포의 상류인 산지물은 도심 속 하천으로 한 여름 알싸한 시원함을 즐길 수 있는 명소다. /사진=한라일보DB
지역주민엔 젖줄이자 정방폭포의 원류도심 속 하천 '시크릿 풀' 한여름 인기
이번 장마철이 끝나면 바로 본격적인 휴가철에 들어간다. 일상에서의 탈출을 꿈꾸며 정작 멀리 떠난 이들은 오히려 가까이 있는 '그곳'이 더 좋다는 푸념을 하기도 한다. 알싸한 시원함은 기본이고 가까이 있어 비용도 아낄 수 있는 물놀이 장소가 서귀포시 곳곳에 적지 않다. 그중에서 서귀포시 동홍동 '산지물'은 가족들이 함께 찾기에 안성맞춤이다.
옛 서귀읍 동홍리 주민들은 여름이면 지역의 명소인 '산지물'에서 더위를 식히곤 했다. 낮에는 어린이들의 물장난 장소로, 노인들은 장기를 두면서 더위를 잊었으며 오후에는 일터에서 돌아온 주민들의 쉼터였던 이 '산지물'은 세월이 흐른 지금에도 변함없이 흐르고 있다.
▶지역주민에겐 소중한 '젖줄'
'산지물'은 옛 동홍동주민센터에서 중산간도로를 따라 서쪽으로 150m 지점(동홍동 1703번지)에 있다. '산지물'은 제주의 전형적인 하천 형태인 건천이다. 주민들은 장마때 천둥이 치고 난 후에 이곳에서 구멍이 터지는데 이 물을 '산지천'이라고 불렀다고 말한다.
또 이 물은 제주시 산지천의 큰딸이라 불렸으며 겨울철에는 큰딸이 친정에 가기 때문에 여름에만 물이 솟아 난다고 전해진다. 예로부터 이 지역주민들은 산지물을 길어다 생활용수로 사용하였고 겨울이면 동가시머리 수원을 이용했다.
예로부터 이 지역 주민들은 이 곳에서 물을 길어다 생활용수로 사용했다. '산지물'이 건천인 관계로 겨울이면 주민들은 '동가시머리'의 샘터를 이용했는데 이곳을 경계로 위쪽으로는 샘터 그 아래쪽으로는 남자·여자 목욕탕으로 나눠져 있다. 샘터의 깊이는 10m 정도에 이르지만 바닥이 훤히 보일정도로 맑을 뿐 아니라, 차갑고 시원해서 약수로도 사용했었다.
산지물 아래쪽 '굴왓'에는 '아릿내물'이라는 곳이 있으며 계속해서 하류쪽으로 내려가면 동신교·서신교를 거쳐 정방폭포와 연결돼 결국 '산지물'은 정방폭포의 상류인 셈이다.
▶물 끊기자 주민들 다시 되살려
'산지물'은 한때 용출량이 줄어 주민들의 안타까움을 사기도 했다. 동홍교 가설공사시 매몰되면서 물이 끊기는 '수난'을 당했다. 하지만 각계각층에서 산지물 복원사업을 추진하면서 지금의 모습을 갖추기 시작했다.
청년들은 산지물을 사계절 물이 흐르는 폭포수 시설을 갖춰 지역주민뿐만 아니라 서귀포시민들의 여름철 피서지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함은 물론 도심속의 휴식공간으로 가꿔나갔으며 인근에 소공원을 조성해 각종 체육시설들로 갖추어 놓았다.
2007년도부터 동홍동주민자치센터는 약 5억여원의 사업비를 투자해 '산지물'이 지역주민들에게 편안한 휴식처로 이용할 수 있도록 쉼터조성사업에 앞장서고 있다. 이렇게 지금의 산지물은 '사계절 물이 흐르는 주민의 쉼터'로 변모했다.
지금도 '산지물'을 살리기 위한 지역주민들의 노력은 진행형이다. 마을 자생단체들은 시간이 날때마다 주변환경정비를 실시하면서 '산지물'은 점차 옛 모습에 가깝게 변하고 있다. 행정에서도 이곳을 지역명소로 만들기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주민들만 아는 '시크릿 풀'
'산지물'은 도심속의 하천으로 접근이 쉽고 주차장, 화장실 등 편의시설이 잘 갖추어져 있다. 여기에 다리밑 그늘에는 원형으로 만든 낮은 쉼터가 있어 삼삼오오 앉을 수 있다. 본격적인 더위가 이어지는 7월 중순부터 시작해 하루에 평일에는 100여명, 주말과 휴일에는 400여명이 이곳을 찾는다. 최근에는 어린집원생들의 야외현장체험학습장으로 활용되면서 가족단위 물놀이장으로 변모하고 있다.
동홍동 주민자치위원회(위원장 강상종)는 지난 12일 산지물쉼터 일원에서 주민자치위원 등 2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산지물쉼터에 대한 새단장을 마무리했다. 오는 29일에는 산지물 쉼터 사랑 음악회도 마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