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질병 50선](31)대상포진

[제주의 질병 50선](31)대상포진
수두 앓은 후 몸안에 있던 바이러스 활성화로 발생
  • 입력 : 2011. 08.04(목)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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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체 여러 부위에 피부발진이 나타나는 대상포진의 증상들. 대상포진은 드문 질환은 아니지만 합병증이 무섭기 때문에 초기에 전문의에게 정확히 진단을 받는 것이 필요하다. /사진=제주대병원 제공

참을 수 없는 통증 수반 특징
고령자 많고 젊은 층 증가세

초기 염증 완화 치료가 중요

28세 대학원생 P(여)씨는 밤샘 작업을 계속하던 중 1주일 전부터 왼쪽 옆구리와 등에 칼로 찌르는 듯한 통증을 계속 느껴 침을 맞았으나 호전되지 않았다. 디스크인가 싶어 물리치료를 받았으나 좋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P씨는 이틀 전 왼쪽 옆구리, 등, 앞가슴으로 연결되는 붉은 색의 물집들을 우연히 발견한 후 대상포진으로 진단받았다. 항바이러스제 등 약물치료를 조기에 시행해 비교적 쉽게 호전됐고 현재는 일상 생활의 지장을 느끼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상포진=대상포진이란 수두-대상포진 바이러스에 의해 수두를 앓고 난 후 몸 안에 잠재해 있던 수두-대상포진 바이러스가 다시 활성화돼 특정 부위의 한쪽으로 띠 모양의 물집이 발생하는 질환으로, 참을 수 없는 신경통을 수반하는 것이 특징이다. 겨울에 많이 발생하지만 다른 계절에도 발생할 수 있다. 전 인구의 10%는 일생 중 한번 대상포진을 앓게 된다. 국내에서 대상포진은 인구 1000명당 4명 꼴로 연간 20만명 정도가 발생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대상포진 환자는 급격히 증가해 2005년 32만명, 2010년 55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50대 이상의 고령자가 가장 많으며, 암, 당뇨병, 심폐질환, 콩팥질환 등을 갖고 있거나 장기이식 환자, 항암치료 환자, 면역저하자에서 자주 나타난다. 그러나 최근엔 내과적 질환이 없던 청년층과 소아에서도 환자가 늘고 있다.

▶대상포진의 원인=수두와 대상포진은 동일한 바이러스에 의해 발병한다. 하지만 대상포진의 전염력은 수두의 3분의 1 수준이므로 밀폐 공간이 아닌 곳에서 대상포진 환자와의 통상적 접촉 방식을 통해서는 정상인에게 전염되기 어렵다. 재발은 0.5% 수준으로 드물다. 대상포진은 수두를 앓았던 사람에서 발생하는데 몸에 잠복해 있던 수두-대상포진 바이러스가 면역력이 떨어졌을 때 활성화되어 나타난다. 즉 외상, 감기, 수술, 암, 심한 스트레스 등의 상황에서 척수신경절에 잠재해 있던 수두-대상포진 바이러스가 다시 살아나 감각신경을 따라 내려가 각 피부절에서 물집 형태로 피부 병변을 유발한다.

▶대상포진의 증상=대상포진은 특징적인 피부발진이 나타나기 전에는 협심증, 맹장염, 디스크 등 온갖 질환으로 오인하기 쉬워 불필요한 검사만 반복하다가 뒤늦게 대상포진으로 진단되는 사례가 많다. 심지어 피부발진이 나타났는데도 통증과는 별개로 생긴 피부질환이거나 파스를 붙여 생긴 접촉피부염으로 착각하고 진단이 지체되는 경우도 많다. 물집이 생기기 5일전부터 한쪽 신경절을 따라 발작적인 통증과 감각이상이 선행하며 때로 발열, 피로감, 두통 등이 동반된다. 통증은 발병 후 첫 8주간이 가장 심하며, 수초 간격으로 발작적으로 반복되거나, 수분 이상 지속적으로 유지되는 양상을 보이는데 아파서 잠을 잘 수가 없게 된다. 통증의 양상은 따갑고, 화끈거리고, 쑤시고, 가렵고, 송곳·바늘 혹은 칼로 찌르는 듯하며, 때로 전기가 통하는 듯한 찢어지는 느낌이다.

피부 발진은 침범한 신경절에 일치하는 띠 모양의 분포를 한쪽으로만 보이는데 붉은 색 구진으로 시작해 타원형의 물집이나 고름물집으로 이행하는데 특징적으로 중심부가 배꼽 형태를 보이는 물집을 수반한다. 물집은 계속 진행되다가 10일이 지나야 마른 딱지가 형성된다. 물집은 터지면서 출혈, 괴사, 딱지, 진물, 흉터, 색소침착 등을 남기며 회복되는데 이러한 피부발진의 기간은 4~6주이다. 범위가 넓고 물집의 크기가 큰 경우는 심각한 흉터를 남긴다. 대상포진이 가장 잘 생기는 부위는 가슴, 배, 등이지만 얼굴, 두피, 귀, 엉덩이, 대퇴, 다리, 목, 어깨, 팔, 손 등 어디에도 생길 수 있다.

포진후신경통은 대상포진의 가장 흔하고 심각한 합병증으로 전체 대상포진 환자의 15%에서 발생하는데 대상포진이 발병하고서 4개월 이후까지 지속되는 통증을 의미한다. 일부 환자들은 불면, 우울증, 불안, 식욕감소, 체중감소, 만성피로 등을 호소하며 사회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거나, 따가워서 옷을 입지 못하거나, 목욕을 못하거나, 여행, 가사, 요리 등의 일상 생활을 수행하는 데에도 지장을 초래한다. 포진후신경통은 50세 이상에서 40%, 60세 이상에서 50%, 70세 이상에서 60%, 80세 이상에선 80%에서 발생한다.

▶대상포진의 대처 방안=대상포진은 조기 치료가 중요하다. 대상포진의 치료 목표는 피부 병변의 치유, 초기감염의 확장 및 전파 차단, 감염기간 및 급성 신경통의 감소, 포진후신경통의 발생을 방지하는데 있다. 초기의 염증을 빨리 완화시킬수록 회복이 빠르고 포진후신경통, 신경마비 등 합병증이 적다. 절대 안정, 휴식, 영양 섭취는 필수적이다. 급성기에는 통증 완화와 상처 치유를 위해 생리식염수 등으로 습포를 시행해 병변을 청결히 유지해야 한다. 단순포진에 사용되는 국소 항바이러스제는 아무런 효과가 없으며, 스테로이드를 함유한 크림이나 로션은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 환부는 물집이 터지지 않도록 부드럽게 닦아주고, 상처 치료에는 자극성 강한 반창고를 붙이기보다는 항생제가 포함된 거즈를 사용한다.

대상포진의 약물치료는 항바이러스제가 핵심인데 50세 이상, 면역억제자, 병변의 범위가 넓거나, 급성 신경통이 심한 사람, 얼굴에 생긴 사람 등은 발병 후 72시간 이내에 항바이러스제를 투여 받아야 한다. 대상포진으로 인한 신경통 치료를 위해 진통제, 삼환항우울제, 항경련제 등의 약물을 투여하는데 약물치료만으로 조절되지 않을 경우 마취통증의학과에서 각종 신경차단술을 시도할 수 있다.

[ Q & A ]

1. 대상포진에 의한 신경 손상은 회복되지 못할 수도 있나=일부에서는 영구적인 안면마비, 청각 상실, 시력 손상 등을 초래할 수 있다. 드물게는 운동신경을 침범해 팔과 다리를 올리지 못하거나, 복근이 마비돼 배가 한쪽으로 불러오는 운동신경마비도 생길 수 있다. 따라서 조기 치료만이 이러한 신경 손상을 완화시킬 수 있다.

2. 대상포진은 예방이 가능한가=대상포진 발생을 예방하는 백신의 효과가 증명됐다. 미국에서는 2007년부터 공식적으로 60세 이상 고령자에게 대상포진 예방접종을 권장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국가적 지원으로 고령 인구의 예방주사 접종을 고려해야 할 시기가 도래했다. 아울러 평상시에 과로, 과식, 과음, 스트레스 등을 피하고, 규칙적인 생활, 적당한 휴식과 운동이 필수적이다.

3. 대상포진은 재발되나=일반적으로 대상포진은 재발되지 않는다. 다만 대상포진으로 인한 포진후신경통이 생긴 경우 피부병변이 소실되고 나서도 6개월~5년 동안 환부의 통증이 지속될 수는 있다.

즉 대상포진의 후유증으로 포진후신경통이 지속되는 것과 대상포진을 앓았던 사람에서 또다시 물집이 형성되면서 대상포진이 재발되는 것과는 구분해야 한다. 말기 에이즈 환자, 백혈병 환자 등 극도로 면역이 떨어진 사람은 0.5%에서 한번 걸렸던 대상포진이 재발될 수 있다.

[ 전문의 의견 / 김재왕(피부과) ] "치료 시기 놓치면 고생"

대상포진은 세포 면역이 저하된 경우 정상인에서도 얼굴, 몸통, 팔, 다리 등 여러 부위에 생길 수 있는 바이러스 질환이다. 요사이는 일반인들도 인터넷이나 TV 등을 통해 대상포진이 어떤 질환인지에 대해 많이 알고 있으나 정작 자신이나 식구가 아팠을 경우에는 조기에 대상포진을 진단받고 치료를 받는 경우가 드물다.

대상포진은 바늘로 찌르거나 전기가 통하는 듯한 발작적 신경통이 특징이기 때문에 일단 아프기 시작하면 언론 매체에서 접했던 '대상포진'이란 질환에 대한 기억은 하얗게 지워지고 누구나 다른 질환의 가능성을 먼저 생각하기 시작한다. 환자들은 너무 아프기 때문에 당황해 파스를 붙이거나, 침을 맞거나, 부황을 뜨거나, 물리치료를 자청하게 되고 급기야 새벽에 병원 응급실로 가게 되면 피부 발진이 없는 경우 온갖 다양한 질환의 가능성을 두고 복잡한 검사를 받게 된다.

협심증, 심근경색, 늑막염 등으로 의심해 보지만 검사 상에는 아무런 이상도 발견되지 않는다. 결국 피부에 물집이 진행돼 악화된 후 병원에서 대상포진을 진단받게 된다. 그러나 중요한 치료제인 항바이러스제도 피부발진이 발병한 후 72시간 이내에 투여돼야 효과가 크므로 1주일이 지나고 난 다음에 병원을 찾으면 적절한 치료시기를 놓친 꼴이 되고 만다.

대상포진은 포진후신경통이라는 후유증이 심각할 뿐 아니라 얼굴을 침범한 경우 안면신경마비, 시력이나 청력 이상, 운동신경마비도 초래할 수 있어 초기부터 정확한 진단과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포진후신경통은 대상포진을 앓고 난 후 4개월이 경과했는데도 칼로 쿡쿡 찌르는 듯한 통증이 환부에 지속되는 것으로서 대상포진의 가장 흔한 합병증이다. 만지지 않아도 아프기도 하지만 약간의 피부자극만 가해져도 따갑거나 가렵고 벌레가 기어가는 느낌을 자각하게 된다. 대상포진 전체 환자의 15%가 포진후신경통이 생겨 6개월 이상 고생하게 되며 일부에선 발병 후 5년까지도 격심한 통증을 호소하게 된다. 때문에 포진후신경통 환자의 50%는 우울증, 불면증, 불안, 체중감소, 식욕감퇴, 만성피로, 직장 부적응 등으로 일상생활을 수행하지 못하게 되며, 일부에선 통증을 견디다 못해 자살하는 경우까지 있다.

대상포진은 드문 질환이 아니지만 합병증이 무섭기 때문에 일단 증상이 의심되면 초기에 전문의에게 정확히 진단받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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