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특별자치도가 발주한 탐라문화광장 계획이 실현 가능성과 실효성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이 용역을 수행한 (주)우주엔지니어링은 최종 보고서에서 주요 도입시설로 ▷탐라문화광장 1곳 ▷테마정원 6곳 ▷세계음식테마거리 ▷카페거리 (광장&정원 테마별) ▷문화유산활용(북수구, 칠성대 발굴복원) ▷하상, 벽천분수 및 수중조명 ▷하상 징검다리 및 테크 ▷유선형 도로 ▷용천수 활용(노면 수로) ▷금산시민공원 ▷문화관광노점 ▷주차장 등 12가지를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구상은 제주도정이 제시한 과업지시서를 충실히 이행하고자 하는 고민의 산물이라고 보인다.
그럼에도 이 기본계획과 구상이 시민과 도의회에서 비판을 받는 이유는 몇가지로 축약(縮略)할 수 있다. 첫째, 용역팀은 공공부문 400억원과 민자 352억원 등 총 752억원을 들여 산지천 일대 3만2086㎥를 2014년까지 문화광장조성사업을 완료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러한 계획은 매우 의욕적이기는 하나 재정이 극도로 어려운 상황에서 투자규모가 지나치게 많다는 지적을 면키 어렵다. 더구나 막대한 재정투입에도 불구하고 그 혜택이 한쪽 지역에 편중됨으로써 원도심권을 형성하고 있는 이도동, 삼도동, 용담동 지역주민들에게 상대적 박탈감과 소외감을 안겨주고 있다. 이를 해소하려면 산지천을 비롯해 이도동과 삼도2동을 가로지르는 한짓골의 문화예술거리, 삼도2동 구제주대병원을 중심으로 한 공예공방거리, 탑동 바닷가를 노천카페거리와 같은 다핵(多核)구조로 조성하는 보완책이 필요하다. 이들 거리는 탐라시대부터 축조돼 왔던 칠성대의 루트로 연결돼 있어 가장 제주적인 탐라문화벨트를 이룰 수 있다.
둘째, 야간관광 활성화를 막대한 시설도입, 즉 하드웨어를 통해 해결하려는 발상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사실이다. 관광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일정한 시설도입은 필요하지만 여기에는 천문학적인 사업비가 투입돼야 한다. 따라서 원도심권 회생을 위한 소프트웨어, 즉 관광객 유치를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이 먼저 가동(稼動)돼야 한다. 관광객들의 마음과 시선이 인공적 시설로만 향할 것으로 여겨서는 안된다. 원도심에는 지금도 곳곳에 고풍스럽고 고즈넉한 집과 골목들이 남아 있다. 이들 골목과 골목을 연결하는, 수백m의 정감어린 돌담 벨트를 조성하는 일이 시급하다. 그게 신도시가 갖지 못한 자산을 지키며 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는 강한 경쟁력이다. 이러한 사업은 용역팀이 제시한 산지천 주변 계획 일부를 수정할 경우 전체 사업비를 절반 이하로 줄이면서도 원도심 전체에 활력을 불어넣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셋째, 원도심권을 중심으로 동·서 양쪽에는 산지천과 병문천을 살리는 일이다. 산지천은 복개시설을 허물었지만 비슷한 시기에 병문천은 오히려 복개하는 우(愚)를 범했다. 이를 하루속히 걷어내 물 흐르는 하천으로 복원해야 한다. 이들 하천가에는 엄청난 양의 물이 지하수로 흐르고 있다. 바다로 흘려 버리는 물을 활용한다면 건입·용담지역에 활력을 불어넣으며 원도심권을 역사·문화와 생태가 살아 숨쉬는 멋진 도시로 탈바꿈하게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우 도정이 해야 할 가장 중요하고 시급한 일은 원도심권 전체를 회생시키며 나아가 탐라문화권 복원을 위한 중·장기계획을 제시하는 일이다. 역대 도지사들은 선거 때마다 이에 관한 공약을 제시했지만 지금까지 가시화 되지 않고 있다. 풍요로운 가을을 맞이하려면 봄에 씨앗을 뿌려야 한다. 당장 우리 세대에 탐라문화권 복원작업이 완성되지 않는다고 해도 다음 세대를 위해서도 청사진은 제시돼야 한다. 그래야 시민들의 마음 속에 공감대를 이루며 언젠가는 그 꿈이 실현될 수 있다.
<한라산생태문화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