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문규 칼럼]열나흘 '제주 큰 굿'을 보며

[강문규 칼럼]열나흘 '제주 큰 굿'을 보며
  • 입력 : 2011. 10.18(화) 00:00
  • 글자크기
  • 글자크기
지난 6월, 이제는 도민들에게도 친숙한 노벨문학상 수상작가인 르 클레지오가 제주를 다녀갔다. 이번이 4번째 방문이고 보면 제주에 관한 그의 관심과 애정이 매우 깊다는 점을 이해하고도 남을 일이다.

난이 피어나는 들녘에 그윽한 향기가 퍼진다. 대문호(大文豪)가 지나 간 자취도 그렇다. 일반인들의 눈에는 좀처럼 찾아내기 어려운 가치들이 보석 같은 말과 글로 반짝인다. 그는 제주를 4번이나 찾은 이유에 대해 "새가 날다가 아름다운 곳을 보면 그곳을 찾아 매일 오고 싶어 하듯이 제주를 찾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제주는 세계에 몇 남지 않은 아름다운 섬"이라고 밝혔다.

그러면 구체적으로 어떤 것들이 르 클레지오의 발길을 제주로 향하게 하는 걸까. 그것을 알고 싶다면 우리는 그가 2009년 3월 프랑스판 지오(GEO)에 실었던 '제주찬가'를 다시 꺼내 음미할 필요가 있다. 그 곳에는 지금까지 제주를 다녀간 국내외 문인들이 상찬(賞讚)했던 풍경과 더불어 르 클레지오만의 독특하면서도 뛰어난 글들이 보석처럼 빛나고 있다. 필자는 '제주찬가'를 되풀이 읽을 때마다 제주의 역사와 문화, 자연을 사랑하는 한 사람으로서 최고의 찬사를 드리지 않을 수 없다.

지난 일요일 늦가을의 제법 쌀쌀한 오후에 지인과 더불어 성읍민속마을에서 펼쳐지는 '제주 큰 굿'을 지켜보면서도 문득 르 클레지오를 떠올렸다. KBS제주방송총국이 주최하고 제주전통문화연구소가 주관하고 있는 '제주 큰 굿'은 일관헌 바로 서쪽 마당이 큰 마방터에서 열리고 있었다. 조선조 정의현 시절에는 관아의 말들을 먹여 살리던 곳으로 알려져 있다. 주변에는 5백 살을 훨씬 넘긴 팽나무들이 넓은 가지를 드리우고 있고, 마당에는 오방색 천들이 가을바람에 나부끼고 있었다. 그 풍경 속에 르 클레지오의 글이 오버랩 됐다.

"당(堂)집의 거대한 나무들은 오방색 리본을 한 채 거인의 팔처럼 낮은 가지를 벌리고 있다. 나무 위 리본은 태양빛에 바랬고 거미줄이 쳐져 있다. 아주 오래 된 것이지만 현대 세계에서도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새로운 세대가 자연과의 접촉을 되찾으려는 열망을, 모든 추상을 배격한 즉각적이고 감각적인 숭배의 가능성을 여기에서 발견한다."(르 클레지오의 '제주찬가' 중에서)

주최측이 펴낸 팸플릿에는 제주 큰 굿은 제주 신화의 원형으로서 보름동안 계속되는 국내 최대 규모의 '굿 중의 굿'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 굿판은 30여년 만에 재현되고 있다고 한다. 이 '제주 큰 굿'의 전 과정은 영상자료로 제작·활용될 것이라고 하니 사라져 가는 제주의 위대한 문화유산을 다음 세대로 이어가려는 중요한 작업이라고 할 것이다.

특히 눈길을 끄는 대목은 큰 굿을 드리는 대상이다. 병풍 위에 붙여진 신위(神位)에는 북두칠성, 즉 칠원성군과 천황천신, 명진국 삼불도, 일광월광(日光月光)이 나열되고 있다. 그 속에 담긴 깊은 신화내용을 문외한이 알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아득한 먼 옛날부터 하늘의 옥황상제와 달과 별, 해를 받들며 이야기를 만들어 내며 삶의 희로애락을 함께 했던 선인들의 정신과 자취를 어렴풋이 느낄 수 있다. 큰 굿은 27일까지 열린다. 한번쯤 찾아가 제주의 오래된 역사와 문화의 뿌리를 찾아 볼 일이다. <한라산생태문화연구소장>
  • 글자크기
  • 글자크기
  • 홈
  • 메일
  • 스크랩
  • 프린트
  • 리스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8331 왼쪽숫자 입력(스팸체크)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