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찬 맛집을 찾아서](18)자연음식점 '연우네'

[당찬 맛집을 찾아서](18)자연음식점 '연우네'
자연을 담은 담백한 밥상에 늦가을 정취 듬뿍
  • 입력 : 2011. 11.05(토) 00:00
  • 김성훈 기자 shkim@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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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우네'의 모든 음식들은 들깨나 된장 등으로 맛을 내 조미료에 길들여진 현대인의 입에 색다른 맛으로 다가간다. 조미료가 첨가되지 않는 그런 담백한 맛은 그렇게 연우네의 이미지로 굳어졌다. 사진은 산채비빔밥 /사진=이승철기자

색깔고운 산채비빔밥과 녹차들깨수제비로 인기몰이
들깨와 된장으로 맛 내… '담백한 맛' 가게 이미지로

주변엔 소나무들이 빽빽하게 들어서 있다. 도로 확장공사가 언뜻 시끄러운듯 하지만 그런 소음 또한 자연의 일부마냥 자연스럽기만 하다. 도심지와 얼마 떨어져 있지 않은 곳이지만 너무도 다른 세상이다. 그런곳에 자연을 담은 음식을 만드는 작은가게가 오롯이 10년 가까이 지키며 길을 오가는 객들을 맞고 있다.

한라수목원 입구에 자리한 '연우네'(대표 안정숙·48)의 첫 이미지는 그렇게 기자에게 다가왔다.

"음식장사를 하기로 마음먹은 뒤 식당이 자리할 위치를 고르는데만 3년이 걸렸어요. 수목원 앞이라는 이야기를 듣는 순간 곧바로 계약했다"는 주인댁 안씨의 말에서 장인의 느낌마저 묻어난다. 준비과정이 철저했던데는 그녀가 펼쳐보이고 싶어한 먹거리 철학 때문.

"어떤것을 하든지 경쟁력을 갖추는데는 자기색깔이 중요하죠. 화학조미료를 배제한 자연의 음식을 선보이고 싶었던만큼 음식 분위기에 걸맞는 주변경관 선택은 자연스러운 수순이었다"고 설명했다.

▲사진 위로부터 도토리묵, 녹차들깨 옹심수제비, 감자전.

그런 그녀가 첫 메뉴로 꺼내든 카드는 자연을 버무리는 산채비빔밥과 수제비다. 수제비는 녹차와 들깨를 넣어 녹차들깨수제비라는 이름을 달았다. 연우네 대표메뉴로 자리잡을때쯤 손님의 요청이 쇄도하자 감자전과 쑥전을 집어넣었고 이어 찹쌀들깨옹심이와 도토리묵무침을 잇따라 선뵀다. 연우네가 표방하는 '자연음식점'에 어울리는 메뉴로 객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얼마전부턴 속칭 '4인상'이 등장했다. 말 그대로 4명이 맛볼수 있는 메뉴로 비빔밥과 수제비, 감자전, 묵무침, 옹심이 등 5가지를 하나로 묶은 상차림을 선보인 것. 좁쌀을 섞은 밥에 색깔 고운 7가지의 각종 나물을 버무린 비빔밥과 우거지된장국의 조화가 별미다. 들깨 맛이 듬뿍한 옹심이의 찰진 입맛에 짭짤하고 매콤하면서도 톡톡 튀는 도토리묵 맛이 더해져 입안이 행복하기만 하다.

모든 음식들이 들깨나 된장 등으로 맛을 내어 조미료에 길들여진 현대인의 입에 색다른 맛으로 다가간다. 주메뉴에 곁들여진 밑반찬 또한 산뜻한 나물로 깔끔한 뒷맛을 남기도록 했다. 조미료가 첨가되지 않는 그런 담백한 맛은 그렇게 연우네의 이미지로 굳어졌다.

▲연우네 대표 안정숙씨.

수목원을 찾았던 도민과 관광객, 인근 오름을 올랐던 탐방객들의 입을 통해 알음알음 알려지면서 지금은 수목원 일대 명소가 됐다. 음식점이 문을 열 당시 전국적인 웰빙 열풍이 불어 닥친 것도 고객몰이를 하는데 큰 힘이 됐다. 메뉴마다 담백함 때문인지 손님 대부분 여성이지만 수년전부터는 남성들의 발길도 이어지고 있다.

화장기 없는 얼굴하며 말 한마디 한마디 고상하면서도 자연을 예찬하는 그녀에게서 예술인의 냄새가 풍겨온다. 역시나 한때 선흘에서 도자기를 구웠단다. 또 차(茶)에 대한 남다른 관심으로 차를 연구하기도 했다. 그런 그녀가 음식점 운영에 도전한 것은 매우 단순하다.

"사람이 살면서 먹는게 정말 중요하잖아요. 저 또한 음식을 만드는게 즐겁고요. 음식과 차가 함께하는 자연스런 음식점이 제가 표방하는 곳입니다"라고 그녀는 말한다.

"내가 만든 도자기 그릇에 내가 만든 음식을 손님에게 대접하는게 남은 목표"라며 기자에게 건넨 그녀의 명함에 연우네는 이렇게 씌여 있다. '차와 자연을 사랑하는 아름다운 공간'이라고. 문의 712-5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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