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이 풍작… 주산지 제주 초비상

전국이 풍작… 주산지 제주 초비상
[르포/월동채소류 출하·거래 현장을 가다](상)또 처리난
  • 입력 : 2011. 11.28(월) 00:00
  • 문미숙 기자 ms@ihalla.com
  • 글자크기
  • 글자크기

▲지난 25일 새벽 서울가락시장에는 충청도와 전라도에서 생산된 무를 가득 실은 트럭들이 경매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문미숙기자

값 바닥세로 육지산 출하 지연 제주산에 악영향
출하가 시작된 일부 품목 가격 작년의 절반수준

○… 제주농협지역본부는 23~25일 도내 월동채소 주산지 지역농협 관계자 10여명과 전라도와 충청도 채소류 출하상황과 서울가락시장의 거래동향을 둘러봤다. 육지부 채소 주산지의 경우 상당수 품목이 풍작에 따른 가격폭락으로 출하에 손을 놓고 있어 제주산 월동채소 처리에 초비상이 걸렸다. 월동 채소류가 처한 상황을 두 차례에 걸쳐 살펴본다.…○

충남 서산·전북 고창 지역

지난 24일 충남 서산 양배추 주산지. 예년 같으면 재배면적의 70%정도는 출하가 이뤄져야 할 시기지만 밭에는 아직 출하를 기다리는 양배추가 절반 이상이나 남아있다. 지난해 이맘때 8㎏ 1망당(3포기) 도매시장 경락가가 1만4000~5000원에 이르던 양배추값이 올해는 3000원 밑으로 떨어지자 수확작업을 미루고 있어서다. 게다가 올해는 날씨 등 생육여건이 좋아 양배추 크기가 사상 유례없이 비대해져 소비지에서의 소진 속도도 더딘 상황이다.

무 주산지인 전북 고창의 분위기도 갑작스레 불어닥친 겨울 한파만큼 냉랭했다.

고창지역의 올해 가을무 재배면적은 1000여㏊로 지난해보다 23%정도 증가했다. 12월 초면 출하가 거의 마무리돼야 하지만 아직 출하되지 않은 면적이 60~70%에 이른다. 지난해 워낙 값이 좋다 보니 올해 정식 이전에 3.3㎥당 5000~6000원에 전체 재배면적의 30~40%정도 밭떼기 거래가 이뤄졌지만 값이 폭락하면서 상당수 상인들이 무 수확을 포기한 상태다.

고창군 대성농협 오명열 이사는 "5톤 트럭 기준 도매시장 경락가가 150만원으로 무 작업비와 운송비를 포함한 총 소요경비 200만원에도 못미치니 출하할수록 손해를 떠안는 꼴"이라고 말했다. 작년 이맘때 5톤 트럭 경락가는 1000만원에 육박했었다.

육지부 채소류의 가격폭락으로 월동채소 주산지인 제주농가는 깊은 시름에 빠졌다. 12월 초부터 무, 양배추, 당근 등 월동채소류의 본격적인 출하가 이뤄져야 하지만 전라도 등 남부지방의 출하가 늦어지면서 제주산 출하시기와 겹칠 가능성이 크고, 가격 하락은 불보듯 뻔한 상황이다.

월동무의 경우 가격 하락세가 심각하다. 26일 서울가락시장 경락가는 18㎏ 기준 4690원으로 지난해 11월 평균가격(2만2750원)의 5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2009년 경락가 6880원과 비교해도 낮은 수준이다.

당근은 20㎏상자 기준 2만5500원으로 지난해 11월의 3만8080원에 비해 33% 떨어졌다. 양배추는 8㎏ 그물망 기준 경락가가 2890원으로 2010년 1만2480원에 견줘 대폭 하락했다.

서울가락시장에서 만난 경매사들은 "전국적으로 과잉생산된 무의 가격안정을 위해선 산지폐기를 통한 수급조절 외에는 뾰족한 대책이 없다"고 말했다.
  • 글자크기
  • 글자크기
  • 홈
  • 메일
  • 스크랩
  • 프린트
  • 리스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밴드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692 왼쪽숫자 입력(스팸체크)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