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동창고나 다름없는 컨테이너 주거공간
▲동절기를 맞아 제주시내에만 동사나 화재사고의 우려가 높은 컨테이너, 비닐하우스, 판잣집에 거주하는 취약계층이 33가구에 이른다. /사진=김명선기자
컨테이너·비닐하우스·판잣집 등 거주동사·화재 우려… 제주시에만 33가구기초생활수급자·독거노인 등 취약계층돌보미 서비스 등 사회안전망 확충돼야
경제적 어려움 등으로 하루살이가 힘겨운 기초생활수급자들에게 겨울은 두렵기만 하다. 특히 최근처럼 한파가 몰아칠때면 하루하루의 삶은 고통 그 자체다. 우리 주변에는 여전히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인 이웃들이 많다.
최근 제주시는 동절기를 맞아 동사나 화재사고의 우려가 높은 컨테이너, 비닐하우스, 판잣집에 거주하는 취약계층이 33가구에 이른다고 밝혔다.
올 겨울 들어 가장 추운 날씨를 보인 지난 16일, 제주시 건입동 소재 A(60)씨가 살고있는 컨테이너 내부는 온기라곤 전혀 느낄 수 없었다.
체감기온은 영하권으로 떨어진 상황에서 단열이 안되는 컨테이너 내부는 입김이 나올 정도로 한기가 가득했다. 그렇지만 A씨는 전기난로조차 켜지 않고 근근히 생활하고 있었다. 이유는 한달에 1만원정도 내야하는 전기요금을 조금이라도 아껴야 하기 때문이다.
기초생활보장수급자인 A씨에게는 매달 약 40만원이 나온다. 하지만 지병으로 인해 병원치료를 받아야 하는 A씨에게 생활비는 고사하고 병원비를 내고나면 남는 돈이 없다.
제주시 화북동 소재 B(87)씨가 거주하는 컨테이너도 사정은 비슷했다. B씨는 국가유공자로 젊은시절 6ㆍ25전쟁에 참전해 나라를 지켜낸 용사였다. 하지만 '세월엔 장사 없다'라는 말처럼 이제는 귀가 전혀 안 들릴 정도로 거동이 불편한 상태였다. 국가유공자인 B씨의 집도 난방이 안되는 등 거주환경은 열악하기만 했다.
인근에 살고있는 B씨의 친동생과 공무원이 함께 B씨 집을 수차례 방문해 요양원 등지로 거주지를 옮길 것을 권유했지만, B씨는 "아직도 남의 도움 받지않고 혼자 살 정도로 정정하다"면서 홀로 살기를 고집하고 있다.
▲영하권 날씨에도 온기조차 느낄 수 없는 거주공간이 복지사각지대로 남아 있다. 사회안전망 확충을 위한 대책마련이 절실한 곳들이다. /사진=김명선기자
홀로 사는 노인들에게도 올 겨울은 유난히 춥기만하다.
제주시독거노인원스톱지원센터에서 노인돌보미로 활동하고 있는 신산월(60ㆍ여)씨와 함께 찾은 제주시 용담2동 소재 한 가정집. 이곳에 세들어 살고 있는 C(71)씨는 정부에서 매달 받는 보조금 40만원과 주거지원비 60만원으로 생활하고 있다. C씨도 집세(1년 100만원)와 전기·수도 요금 등의 공과금, 병원비 등을 지출하고나면 2~3개월은 굶어야 할 만큼 사정은 절박하다. 그래서 겨울철 난방은 꿈도 꾸지 못한다. 이런 C씨에게 일주일에 2번 사랑의 도시락을 배달해주고, 전화로 안부를 물어주는 신씨는 천사와 같은 존재이다.
그렇지만 현재 신씨가 29명의 노인을 돌보면서 받는 월급은 70만원 수준으로 최저임금보다 적다. 이마저도 예산이 부족해 모든 홀로 사는 노인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추운 겨울철 난방비를 걱정해야 하는 기초생활보장수급자 및 차상위가구가 도내에만 1만 7000여 가구에 달한다. 제주특별자치도의 조사에 따르면 홀로사는 노인 수도 1만 2000여명에 이른다.
올해도 여전히 나눔을 실천하려는 도민과 기업 등이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적십자, 구세군 등의 민간단체를 통해 어려운 이웃을 돕기 위해 나서고 있지만, 이보다 취약계층을 보호하는 사회안전망을 확충하기 위한 공공기관의 지원과 대책마련이 더욱 절실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