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인의 장수음식](1)프롤로그

[제주인의 장수음식](1)프롤로그
"자연에서 먹지 못할 음식은 없다"
  • 입력 : 2012. 01.04(수) 00:00
  • /김명선기자 nonamewind@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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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촌음식으로 풀어보는 할머니 할아버지의 이야기보따리' 프로그램에 참여한 도사리 주민들이 곤드래밥을 짓고 있다. /사진=최광호 작가 제공

'보물섬 제주'를 찾는 관광객의 수가 1000만명 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다.

관광객의 수가 늘어나면서 이들이 찾는 식당의 식탁은 어느 순간부터 '제주산'이 아닌 수입산이나 타지방 식재료를 활용한 음식이 하나 둘씩 나타나기 시작했다.

장수의 섬이기도 한 제주에서 즐겨먹던 먹거리가 화학 조미료가 첨가되고, 요리시간을 줄이기 위해 개발된 인스턴트 음식에 밀려 점차 사라지고 있다. 이에 한라일보는 선조들이 먹었던 음식을 적극 개발해 장수의 섬을 대표하는 음식으로 발전·성장시킬 계획이다.

지난달 29일 서울 삼청동의 한 전시장에서는 뜻 깊은 행사가 열렸다.

강원도 평창군 용평면 도사리 마을 어르신들의 음식이야기를 담은 '자연은 밥상이다' 출판 기념식이 그것이다.

행사에 앞서 꿩곤드레밥, 찰옥수수 범벅, 코다리김치, 닭반데기, 취떡과 옥수수 동동주까지 곁들인 상이 푸짐하게 차려졌다. 도사리 마을주민들이 전시장을 찾은 이들을 대접하기 위해 토속음식을 정성스레 준비한 것이다.

한국문화원연합회 평창문화원은 강원도 평창군이 세 차례에 걸친 도전 끝에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을 유치함에 따라 국내·외 관광객들의 방문이 이어지면서 평창을 대표하는 음식을 개발키로 하고 고민 끝에 산골 음식을 선택했다.

그래서 '산촌음식으로 풀어보는 할머니 할아버지의 이야기보따리'를 기획하고, 강원도 출신의 김도연(소설가), 최광호(사진작가)씨와 허윤정(방송·사진작가)씨 등 3명을 통해 이들의 삶과 요리이야기를 기록하도록 했다.

70가구 남짓 모여사는 도사리는 아직도 버스가 다니지 않는 전형적인 산골마을이다. 현재 도사리에서는 감자, 배추, 무 등 고냉지 채소가 주로 재배되고 있는데 이곳도 인구가 고령화되면서 일손이 많이가는 농사는 재배면적이 급격하게 감소했다.

지난해 5월부터 10월까지 매주 마을의 부녀회원들이 '도사리 산골 체험관'에 모여 메뉴를 선정하고, 예전 음식을 하나 둘 씩 재연하기 시작했다.

그 결실이 이번 출판기념회와 사진전시회에 담겨 있다.

이날 행사장을 찾은 한복디자이너 이효재씨는 "정부가 한식의 세계화를 외치고 있는데 한국인의 밥상 그 자체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자연주의 음식이다"며 "이번 출판 기념회를 통해 도사리의 음식이 한국의 산골 음식을 대표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전국의 시골마을에서 자신들의 토속음식을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도사리 외에 경북 문경도 타지역에 비해 앞서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문화관광부와 한국문화원연합회는 올해 도사리에 지난해 보다 더 많은 예산을 지원해 국민들이 산골음식을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확대시키고, 평창동계올림픽 개최시 지역을 대표하는 음식으로도 제공할 방침이다.

한라일보에서도 이달부터 도내 마을을 찾아 제주의 전통·토속음식을 재연하고, 이 음식 안에 담긴 제주인의 삶과 문화도 집중 조명한다.

갈치, 전복, 소라 등 제주를 대표하는 해산물 외에 중산간 지역의 산나물과 채소 등을 이용한 요리도 소개하고, 이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할 계획이다. 이는 지역의 토속음식을 통해 지역경제를 활성화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기 위함이다.

"자연음식으로 거듭난 산골마을 요리"

▲최광호씨

봄·여름·가을·겨울 강원도 평창군 도사리를 찾아 음식도사 어르신들을 사진으로 기록한 최광호 작가.

강원도 강릉이 고향인 그에게 지난 1년간의 강원도 산골 음식 기록은 즐거움과 배움의 연속이었다.

최 작가는 "도사리 마을에 거주하는 나이든 어르신들이 기억을 더듬어 가면서 예전 음식을 만드는 과정을 바로 옆에서 지켜볼 수 있어 무척이나 흥이 나는 작업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힘들었던 시절에 먹었던 음식이 이제는 화학 조미료 등이 첨가된 음식을 피하는 이들에게 자연음식으로 알려지고 있다"며 자연음식의 우수성을 늘어놓았다. 이 중 최 작가가 도사리 음식을 1년간 기록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음식은 '감자국수'다.

▲감자국수 제조 과정.

강원도가 고향임에도 불구하고 먹어본 적이 없었고, 감자가 국수가 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지 못했던 그에게 도사리 음식 도사들이 만들어낸 감자국수는 별미 중에 별미였다고 회상했다.

최 작가는 "작업을 하면서 인간이 계절이 변할때마다 자연을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고 '자연에서 먹지 못할 음식이 없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제주는 신선한 식재료의 보고"

▲이효재씨

"제주가 가지고 있는 자연 식재료는 누구도 흉내낼 수가 없을 정도로 훌륭하다."

'자연은 밥상이다' 출판기념회장에서 자연주의 먹거리로 '살림스타'라 불리는 한복디자이너 이효재씨가 기자에게 건넨 말이다.

강원도 평창군 도사리 마을을 방문해 이곳의 어른들과 함께 닭반데기 등을 만들었다는 이씨는 "이들을 응원하기 위해 출판기념회장을 찾았다"고 밝혔다.

이씨는 "우리는 어느 순간부터 음식에서 자연미가 사라지고 있다"며 현대인의 식생활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특히 이씨는 제주가 천혜의 자연환경에서 생산되는 식재료를 가지고 요리를 개발하게 된다면 전 세계 어느나라에 뒤지지 않을 정도로 요리천국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닭반데기.

이씨는 "프랑스 음식의 특징은 조형적인 아름다움으로 전 세계의 눈을 사로잡는데, 제주도 신선 해산물과 소스 등을 개발해서 요리를 선보인다면 충분히 성공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이씨는 "언젠가 제주사람들과 맛있는 음식이야기를 나누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 독자 여러분 마을을 대표하는 토속음식을 추천해주세요. ☎ 750-2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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