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인석심(木人石心)'이라는 말이 있다. 의지가 굳어 어떠한 유혹에도 마음이 흔들리지 않는 사람을 뜻하는 말이다. 곧 믿음과 신뢰가 있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겠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에는 온갖 많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그 가운데 과연 인간관계는 어떻게 형성이 될까. 사랑, 의리, 신의, 신뢰, 믿음, 불신, 배반 등 많은 주위 환경과 접하면서 살아간다. 그 중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믿음과 신뢰이다. 서로에게 믿음과 신뢰가 없다면 그 관계는 오래 지속되지 못한다.
믿음이란 상대에 대한 우선적 배려에서 나오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상대를 배려하고 위해 주는 것이야 말로 믿음을 줄 수 있는 가장 근본일 것이다. 믿음이 생기면 신뢰는 저절로 쌓이게 된다. 나 자신은 상대를 위해 마음을 비워두어야 한다. 상대가 나를 필요로 할 때 언제든지 다가갈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신뢰의 사전적 의미는 믿고 의지함이다. 신뢰는 규범만큼 강한 규제력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재차 신뢰관계가 형성되면 상대의 기대를 벗어나는 행위는 억제한다. 그것에 의해 상대의 행위를 예측할 수 있게 된다. 신뢰는 타인의 미래 행동이 자신에게 호의적이거나 또는 최소한 악의적이지는 않을 가능성에 대한 기대와 믿음을 말한다.
믿음과 신뢰는 인간관계에 있어서 제일 중요한 실천 덕목이다. 사람은 살아가면서 많은 것을 말하고 많은 것을 행동한다. 그렇기에 사람은 누구나 실수하기 마련이다. 사람이 지켜야 할 도리를 아는 사람이 실수를 했을 경우 자신이 잘못한 것을 반성하고 사과하는 사람이 있다. 또한 그런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기 때문에 믿음과 신뢰에 조금은 금이 갔지만 그래도 한번쯤은 용서해 줄 수 있는 경우이다. 하지만 사람이 지켜야 할 도리를 알면서도 지키지 않는 사람의 경우는 다르다. 그 사람은 자기가 잘못한 것을 알고 반성하는 것을 거짓으로 말 할뿐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기 때문이다. 이 사람의 경우는 믿음과 신뢰를 완전히 무너뜨리는 경우이다.
올해 초입에 교수들이 2012년의 희망을 담은 사자성어로 파사현정(破邪顯正)을 선택했다. 파사현정의 뜻은 그릇된 것을 깨뜨려 없애고 바른 것을 드러낸다는 뜻이다. 원래 불교에서 나온 용어로 부처의 가르침에 어긋나는 생각을 버리고 올바른 도리를 따른다는 뜻이지만 불교에서만 쓰인 것은 아니고 유학에서도 척사위정(斥邪衛正)이나 벽사위정(闢邪衛正)처럼 썼다. 정의로움이 없는 정치는 국민에게 신뢰 받을 수 없음을 정치꾼들이 알아야 한다며 총선과 대선을 통해 정치꾼은 없애고 진정한 정치가만 남기를 기대한다고 파사현정의 선정 이유를 덧붙였다.
우리는 선거에 익숙해 있다. 어릴 적 초등학교 반장 선거부터 어른이 되어서는 자신이 처한 상황에 따라 마을 이장, 조합장, 사회단체장, 문화예술단체장, 지방자치단체장, 총선, 대선 등 각종 선거들이 줄줄이 굴비 두름처럼 엮어져 있다. 투표를 행사할 때는 누구나 나름대로의 가치 판단 기준을 가지고 선택하겠지만 여기서 직시해야 될 것이 바로 믿음과 신뢰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정의론 분야의 세계적 학자인 하버드대학 마이클 샌델(Michael J. Sandel) 교수는 그의 저서'정의란 무엇인가'에서 정의에 대한 정의를 내리는 대신 정의의 개념 성립에 대한 수 십 개의 예제들을 제시하는데 어쨌든 우리의 정서에 맞는 정의는 믿음과 신뢰를 근간으로 하고 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대선주자중 모 여성정치가도 어느 자리에서 그런 말을 했다. "신뢰를 잃기는 쉬어도 잃어버린 신뢰를 찾기는 어렵습니다"라고….
또 선거가 얼마 남지 않았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 시대에 진정 필요한 것은 바로 우직한 목인석심(木人石心)이 아닌지 다시 한 번 되짚어볼 일이다. <김천희 한국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