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이었기에, 풍족하지 못했던 섬 제주도. 벼 하나 자라지 않는 척박한 현무암 땅 위에서, 옛날 제주도 사람들은 생계를 꾸리기 위해 험한 바다로 향해야만 했다. 아름답게만 보이는 제주도 바다에는 그 옛날 사람들의 뜨거웠던 땀방울이 녹아있다. 높은 파도를 헤치며 고기잡이 나간 남자들, 작은 테왁 하나에 의지해 물질하는 해녀들. 풍족하지 않았던 그 시절, 그들에게 바다는 곧 삶의 터전이었다. 세차게 밀려오는 파도 소리가 그들의 거친 숨소리마저 전해주는 것 같다.
여기, 제주도에는 힘들었던 그들의 삶과 함께한 바위가 있다. 뭍과 떨어져 바다 한가운데 외롭게 서 있다 하여 '외돌개'라 불리는 바위. 해변을 따라 늘어선 커다란 바위 무리를 등진 채, 홀로 끊임없이 파도와 맞서고 있었다. 바위 위에는 소나무들이 자생하고 있었고, 한 사람 서있을 공간도 안 돼 보였다.
바람과 파도에 의해 오랜 시간 침식된 외돌개는 뼈대만 앙상하게 남아있는 것 같은 인상을 주었다. 깎아지른 모습과 그 이름 때문일까? 먼 바다를 향한 형상은 마치 오랜 여정 끝에 잠시 쉬고 있는 고행자처럼 보이기까지 했다.
이 외돌개에는 한 가지 애잔한 전설이 서려있었다. 먼 옛날, 고기잡이 나간 할아버지를 기다리던 할머니. 하지만 할아버지는 끝내 돌아오지 않았고, 할머니는 결국 돌로 변해 지금의 외돌개가 되었다고 한다. 일용할 양식을 위해 바다로 향했지만 돌아오지 않는 임, 그리고 그를 하염없이 기다리는 사람. 흔히 볼 수 있는 모티브더라도, 많은 사람들의 삶을 대변해주고 있다.
흔하지만 힘든 우리네 삶은 여전히 진행되는 동시에 기억되곤 한다. 외돌개의 경우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바다와 함께 한 제주도 사람들의 삶, 어쩌면 그것이 이런 전설을 만들어 낸 것은 아닐까. 이런 이유에선지 외돌개의 마디마디 깊은 굴곡들이 흡사 지친 노인의 깊게 패인 주름 같이 느껴진다.
쉽게 볼 수 있는 평범한 삶에 불과하더라도, 그 흔한 이야기는 역사로 쓰여 지곤 한다. 구원의 섬으로 묘사된 이어도 전설은 바다에서 돌아오지 않는 아들과 남편에 대한 그리움이 담겨져 있고, 용연에 대한 전설에선 가뭄이 끝나길 바라는 사람들의 염원을 알 수 있다. 바다와 함께하며, 결국 자신과 닮은 돌에 새겨진 그들의 이야기 또한 마찬가질 것이다.
다름 아닌 우리네 할아버지, 할머니의 삶도 그랬을 거란 생각에, 외돌개를 바라보는 지금 마음이 쓸쓸해진다. 그리움은 아직도 저리 우뚝 서 있나 보다. <오소진 제주대학교 전자공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