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 광장]기성회비와 대학민주주의

[한라 광장]기성회비와 대학민주주의
  • 입력 : 2012. 03.06(화)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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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성회비 문제로 대학가가 시끌벅적하다. 지난 2월 사법부가 내린 기성회비 반환청구 소송 결과 때문이다. 이 소송에서 사법부는 '기성회가 학생들에게 1인당 10만원씩 지급하라'는 판결을 냈다. 이에 따라 제주에서도 '내 삶을 바꾸는 희망학생회'와 졸업생으로 이뤄진 '제주민권연대'가 기성회비 반환청구소송을 위한 2만명 서명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기성회비를 한번 현실적으로 보자. 현재 대학은 기성회비 없이는 운영되기 어려운 구조다. 결국 국가지원 등의 재원 확보 방안이 마련되지 않는 이상, 학생들이 대학을 다니기 위해서는 기성회비를 내거나 그 형태가 바뀐 등록금을 내야만 한다. 그렇다면, 이제는 부당 청구된 기성회비를 돌려받는 것 이후를 생각하자. 기성회비의 근본 문제를 찾아야 한다.

기성회비 반환청구 소송의 쟁점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판결문에 명시돼 있듯, 징수의 법적 근거가 없다는 점이다. 어린이집에서 조차 기본적인 보육료 외 특별활동비를 걷게 될 경우, 부모의 동의를 얻어야 하며 그 상한액 또한 법령으로 정해져 있다. 이에 비해 기성회비는 아무런 법적 근거가 없다. 상한액 또한 정해지지 않으니, 대학이 원하는 만큼 무한정 인상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다른 하나는 기성회비가 본래의 취재대로 사용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지난 3일 한대련은 '기성회비는 교육목적 등의 필요불가결한 경우에만 쓰게 돼 있지만 인건비, 물품 구매, 홍보비 등으로 잘못 쓰이고 말았다'고 주장했다. 대학예산이 투명하게 공개돼 있지 않음을 보여준다.

이 부분에서 기성회비 문제가 대학의 민주주의와 맞닿아 있다. 현재 제주대 예산의 집행과정은 다음과 같다. 우선 대학본부가 각 부서에서 필요한 예산규모를 책정해 올리면, 그 예산안을 평의회라는 교수와 직원중심의 기구에서 심의·의결한다. 그 후 평의회가 낸 결과를 기성회 이사회가 최종 승인한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학생은 심의와 의결, 집행과정 그 어느 부분에서도 권리를 가지고 있지 않다.

최근까지도 제주대학교에서는 학생들이 평의회 예산심의 과정에 참여할 권리를 요구 했지만 처절하게 묵살했다는 이야기가 들려온다. 이 모습은 마치 중세의 봉건주의 국가의 모습을 연상케 한다. 봉건주의 국가에서 국민은 세금을 납부할 의무만 있지, 그 세금을 어떻게 사용할 지에 대한 권한은 주어지지 않는다. 그 권한은 오직 특정한 계층에게만 주어질 뿐이다.

대학에 민주주의가 없는 상황에서 대학의 예산이 투명치 못한 것은 당연하다. 대학의 한 주체가 되어야 할 학생들이 주체가 되지 못했기에 그 오용된 액수에 대한 반환 요구가 일게 된 것이다. 기성회비를 어떻게 사용할지 학생들에게 동의를 구하지 못함에 따라 대학은 결국 그 책임지게 되는 인과응보의 결과를 얻었다.

결국 기성회비 문제의 선결과제는 잘못된 내부구조를 바꾸는 데 있다. 대학의 내적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은 기성회비, 반값등록금 문제로 이어진다. 대학의 민주주의를 살리는 이런 과정은 대학의 중요문제를 푸는 실마리가 될 것이다. <박중건 제주대안연구공동체 연구지원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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