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종철의 재미있는 과학이야기](10)난류와 한류 교차점서 탄생한 합금

[변종철의 재미있는 과학이야기](10)난류와 한류 교차점서 탄생한 합금
  • 입력 : 2012. 03.17(토) 00:00
  • 글자크기
  • 글자크기

▲펜로즈 타일링(Penrose tiling)의 개념을 도입하면 준결정의 구조 확인이 가능하다.

2011년도 노벨화학상은 고체 구조의 한 종류인 준결정(準結晶, quasicrystal)을 발견한 이스라엘의 대니얼 셰시트먼(Daniel Shechtman) 교수에게 돌아갔다. 이런 준결정의 원자 구조와 가장 유사한 형태로는 중세 아랍의 모자이크 공예가 있다. 준결정 형태에 대해서는 1960년대부터 수학자들 사이에서 논의돼 왔지만, 그런 결정 구조의 물질을 실제로 발견한 것은 셰시트먼이 처음이다.

셰시트먼은 1982년에 알루미늄(Al)-망간(Mn) 합금에서 이 구조를 최초로 발견했다. 이 발견은 원래 자연상태에서 불가능한 것으로 받아들여졌고 학계에 큰 논란을 불러왔다.

발견 당시 이는 '단위세포가 주기적 반복을 통해 결정이 형성된다'는 기존의 관념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것이었다. 셰시트먼은 동료 과학자들로부터 '정육각형 조각만으로 축구공을 만들 수 있다는 주장인가?'라는 반박도 들었다. 심지어 그는 몸담고 있던 연구소장으로부터 결정학 교과서를 다시 읽으라는 참담한 잔소리도 들었으며, 결국에는 연구팀에서 퇴출당하기도 했다.

준결정은 원자배열이 비결정 고체인 유리 형태와 다이아몬드 같은 결정 형태의 중간 상태인 독특한 물질로 질서는 있지만 규칙적으로 반복되지 않는 구조를 가진 물질이다. 셰시트먼 교수의 발견은 결정 구조에 대한 통설을 무너뜨리고 새로운 결정학을 탄생시킨 것으로 평가를 받고 있다.

한 문학평론가는 "2011년도 노벨문학상 수상자 트란스트뢰메르(Tomas Transtromer)는 정치적 다툼의 지역보다는 북극의 얼음이 해빙하는 곳, 또는 난류와 한류가 만나는 화해와 포용의 지역으로 독자들을 데리고 간다"고 그의 문학 세계를 평가했다.

Al-Mn와 같은 합금은 그것을 구성하는 원소의 어느 쪽에도 없는 성질을 나타내며, 다양한 특성을 갖는 여러 가지 실용적 재료로서 진가를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합금화에 의해 개개 원소의 바람직하지 못한 성질을 제거하고 유용한 성질을 상승시킬 수 있다.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난류와 한류가 만나는 화해와 포용의 지역으로 독자들을 인도한 곳이 바로 노벨화학상에 빛나는 합금의 영역인 모양이다. 난류와 한류의 양극단을 승화시켜 실용적 재료인 합금, 즉 준결정이 탄생한 것이다.

난류와 한류, 즉 니켈(Ni)과 티타늄(Ti)이 만나 화해와 포용의 결정체인 형상기억합금, 니티놀(nitinol)이 등장했다. 이 니티놀은 1969년 NASA가 달에 거대한 안테나를 설치할 때 제구실을 했다.

또한 북극의 얼음이 해빙하는 곳에서 수소저장합금이 모습을 나타냈다. 이것은 합금 자체에 수소를 저장한 후에 마치 돼지 저금통에 집어넣었던 돈처럼 필요할 때 수소를 꺼내 쓸 수 있는 물질이다. 즉, 이 합금은 에너지원과 에너지 전달 매체로서 유익한 연구의 대상이 되고 있다.

다정다감한 대화와 아름다운 침묵을 즐기는 연인의 찻잔 속에서 찻숟가락이 사라져 버린다. 이 찻숟가락은 융점이 70℃에 불과한 우드합금(Wood's metal; 비스무트, 납, 주석, 카드뮴의 합금)이었다. 이것은 가융(可融)합금으로서 화재경보기 등에 사용된다.

<제주대학교 화학과 교수>
  • 글자크기
  • 글자크기
  • 홈
  • 메일
  • 스크랩
  • 프린트
  • 리스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8354 왼쪽숫자 입력(스팸체크)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