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이상기후로 인하여 재난재해에 대한 사전대비의 필요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2007년 태풍 나리는 개발방식의 문제점과 재난재해의 사전예방의 중요성을 몸으로 체험할 수 있었던 계기였다. 이는 도시계획과 각종 사업의 개발방식에 대한 제주도민의 인식이 점차 변했던 전환점이 되었다고 생각된다. 당시 가장 큰 문제점은 하천범람으로 인한 도시지역의 침수와 인명과 재산피해였다. 100년에 한번 올 수 있는 강우량으로 인해 피해가 커졌다는 논리였으나 일정부분은 인재(人災)에서 기인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이후 하천관리를 위해 저류지 건설과 감시 카메라 설치 등 사전예방을 위한 행정당국의 노력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부분이다.
그러나 저류지와 감시 카메라 설치가 근본적으로 하천범람을 억제하기에는 최근의 태풍의 강도와 강우량의 변화 등을 고려할 때 한계가 있으리라 생각된다. 지금까지 하천관리의 가장 큰 문제점은 물의 흐름에만 초점을 두고 이른바 하천의 통수단면 확보와 저류지 확대를 위한 하천정비에 적지 않은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는 점이다. 통수단면 확보의 필요성은 있겠으나 기본적으로는 하천에 집중되는 우수를 억제하거나 분산시키는 다양한 노력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제주의 하천은 한라산과 바다를 연결하는 물길이기도 하고 다양한 생명체가 연결되는 생태통로이자 중요한 시각경관 통로이기도 하다. 그리고 제주도의 하천은 건천이다. 그래서 비가 올 때와 오지 않을 때의 기능과 역할이 다르며, 하천의 풍경도 육지부의 하천풍경과는 구별되는 색다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세계 각국의 주요도시의 대부분에는 하천을 포함하고 있다. 이들 하천은 식수와 공업용수 등 도시발전에 중요한 기능을 갖고 있을 뿐만 아니라 도시민에게 휴식을 제공하는 공간이다. 특히 아름답고 여유 있는 도시경관을 창출해내는 중요한 기능을 가지며 관광자원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필자가 하천개발은 토목분야뿐만 아니라 도시건축의 큰 맥락에서 종합적으로 다루어져야 함을 강조하는 점도 이와 같은 이유 때문이다. 제주특별자치도 경관관리계획에도 경관차원의 하천관리의 필요성도 언급돼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하천관리를 토목영역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짙지만 하천관리는 기본적으로 경관관리차원에서 체계적으로 접근할 필요성이 있다. 경관이란 무엇인가? 경관이 추구하는 궁극적인 목적은 쾌적하고 안전하면서도 시각적 아름다움을 공유할 수 있는 장소를 유지하는 것에 있다. 과거와 같이 파헤쳐 넓히고 덮고 메우는 토목중심의 하천정비수법이 우리에게 어떠한 피해를 주는 것인지 2007년 태풍 나리를 통해 체험한 바 있다. 이것이 자연의 이치인 것이다.
하천관리는 토목분야의 영역인가? 이제는 제주특별자치도 경관관리의 큰 틀 속에서 중산간 관리계획과 함께 도시민을 위한 혹은 농민을 위한 생활공간의 축(軸)으로서 하천을 되돌려 줄 수 있는 지역별 하천정비가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우리들이 살아온 삶의 공간적 축척이 도시의 문화와 경관을 구축하여 왔듯이 하천 역시 제주의 독특함을 보여주는 중요한 문화와 경관을 형성하기 때문이다.
<김태일 제주대 건축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