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를 아는가, 김수영을 아는가?

자유를 아는가, 김수영을 아는가?
우리 인문학의 자긍심 '김수영을 위하여'
  • 입력 : 2012. 04.28(토) 00:00
  • 문기혁 기자 ghmoon@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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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나는 조그마한 일에만 분개하는가/ 저 왕궁 대신에 왕궁의 음탕 대신에/ 50원짜리 갈비가 기름덩어리만 나왔다고 분개하고/ 옹졸하게 분개하고 설렁탕집 돼지 같은 주인년한테 욕을 하고/ 옹졸하게 욕을 하고// ……// 그러니까 이렇게 옹졸하게 반항한다/ 이발쟁이에게/ 땅주인에게는 못하고 동회 직원에게도 못하고/ 야경꾼에게 20원 때문에 10원 때문에 1원 때문에/ 우습지 않으냐 1원 때문에//……"(김수영의 시 '어느날 고궁을 나오면서' 중에서)

시인 김수영이 느낀 서러움이다. 그는 강한 권력에 대해서 정의를 요구하지 못하는 자신의 비겁함을 발견했다. 그리고 그는 속에 있는 울부짖음을 시로 표현했다. 나아가 시로써 자신을 돌아보고 다짐했다. 그에게서 시는 자유고, 혁명이고, 자신이었다. 인문정신으로 똘똘 뭉친 진정한 시인이었다.

자유를 울리는 인문정신을 온몸으로 살아 낸 김수영 시인을 읽을 수 있는 책 '김수영을 위하여'가 세상에 나왔다. 참여 시인이나 모더니스트 시인으로 오랫동안 오해돼 왔던 그를 다시 쓴 책이다.

김수영은 '자유'를 살았던 시인이다. 자유를 쟁취하기 위한 그의 무기는 다름 아닌 언어 즉, 우리말이었다. 그가 꿈꿨던 세상은 모든 사람이 자기만의 목소리를 내는 가장 자유로운 곳이었다. 그는 자유를 질식시키는 일체의 권위주의에 홀로 맞섰다. 자유를 울리는 인문정신을 온몸으로 살아낸 그다.

이 책은 제목처럼 김수영을 위한 책이지만 한편으로는 이 책을 쓴 저자 강신주의 '자기 이야기'이기도 하다. 저자가 정신적 키를 한뼘 키워준 김수영을 그리며 쓴 이 책에는 철학자 강신주의 자기 지향점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철학자로서 인문정신이라는 날카로운 잣대를 드러내며 '자기 이야기'를 써내려간 것이다. 다시 말해 민족주의 시인으로 오해받았지만 실은 강력한 인문정신의 소유자였던 김수영을 통해 한국 인문학의 뿌리를 찾는 철학서로, 김수영이 세상을 떠난 1968년 이후 한 발자국도 나가지 못한 이 땅의 자유와 인문정신에 대한 철학자 강신주의 고백록인 것이다.

인간의 감각은 상대적이다. 다양한 개체가 적절히 균형을 이뤄야 하는 전제 아래 어느 특정한 개체의 결핍은 다시금 균형을 되찾기 위한 노력의 발로가 된다. 불현듯 자유가 다시 주목받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권력이라는 거대 구조가 자유를 누르고 있는 지금, 자기만의 목소리를 내고 자유를 살았던 시인 김수영을 통해 진정한 인문정신이 무엇인지, 자유가 무엇인지 확인할 수 있다. 강신주 지음·김서연 만듦. 천년의 상상. 2만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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