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당하게삽시다]제주도 장한 장애인 강안수씨

[당당하게삽시다]제주도 장한 장애인 강안수씨
배움 통해 세상과 만나는 청년
  • 입력 : 2012. 05.08(화) 00:00
  • 김지은 기자 jieun@ihalla.com
  • 글자크기
  • 글자크기
강안수씨의 입은 쉬이 떨어질 줄 몰랐다. 질문을 하면 곰곰이 생각하는 표정을 짓거나 부끄럼 많은 소년처럼 배시시 웃었다. 그러다가도 "힘들지 않았다", "공부를 더 하고 싶다"며 이따금씩 내뱉는 말은 한 시간 가량의 대화에 강조점을 찍는 듯했다.

올해 제주도 장한 장애인 대상을 수상한 강안수(24·사진)씨. 인터뷰를 함께 한 박성수 정혜재활원 자립생활지원팀장은 "배움의 의지가 강하다"고 그를 소개했다.

강씨는 2005년 지적장애를 가진 부모의 품을 떠나 장애인생활시설에 들어왔다. 그때만 해도 지금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유독 겁이 많던 아이.' 박 팀장이 떠올린 그의 첫인상이다.

지적장애 2급인 그의 사회 적응 훈련에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혼자 계단을 내려가는 두려움을 떨쳐내는 데에도 수십번의 '숨고르기'가 필요했다.

자립 생활의 기반을 다지기 위해서 낯선 사람들과 어울리는 법도 배워야 했다. 고등학교를 마친 뒤에 학업의 끈을 이어간 것도 그 때문이다. "나와 비슷한 장애인을 돕고 싶다"는 그는 도내 대학에서 사회복지학을 전공했다.

"공부를 할 수 있어 좋았어요. 친구들도 많이 만나고." 그가 입을 열었다.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과제를 곧잘 해냈다"며 "대학친구들과 어울리다 보니 소극적이던 성격이 적극적으로 변했다"고 박 팀장이 덧붙였다. 배움이 가져온 변화였다.

강씨는 지난해 3월부터 장애인근로사업장 에코소랑에서 근무하고 있다. 대학 졸업 후 첫 사회생활이다. 친환경화장지를 생산하는 곳에서 그가 맡은 일은 두루마리 화장지 심에 원단을 감는 일이다. 기계 를 조작해야 하는 꽤나 복잡한 일이지만 반복 훈련을 통해 혼자서도 무난히 해내고 있다. 뭐든지 열심히 해 작업장의 '에이스'로 통한다.

마지막으로 그의 목표를 물었더니 "사회복지 공부를 더하고 싶다"는 말이 돌아왔다. 인터뷰 내내 말을 아끼던 그가 주저 않고 꺼낸 유일한 말이었다.

그를 만나고 돌아오는 길, 또 다른 배움이 그에게 가져올 변화가 궁금해진다.
  • 글자크기
  • 글자크기
  • 홈
  • 메일
  • 스크랩
  • 프린트
  • 리스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밴드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4808 왼쪽숫자 입력(스팸체크)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