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광장]청춘에게 '딴 짓'할 기회를 달라

[한라광장]청춘에게 '딴 짓'할 기회를 달라
  • 입력 : 2012. 05.15(화)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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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의 많은 대학생들은 스펙에 살고 스펙에 죽는다. 스펙이란 직장을 구할 때나 입시를 치를 때 요구되는 학벌·학점·토익 점수 등의 평가요소를 말한다. 학생들에겐 스펙 쌓는 일이 최고의 가치이고, 이와 상관 없는 일은 사치일 뿐이다.

아침에 토익학원에 가서 영어공부, 학교에서는 수업 듣고 학과공부, 수업 끝나면 도서관으로 향해 자격증 공부, 외국어 공부. 그리고 자정 무렵 학교 버스를 타고 귀가. 스펙 쌓기가 요즘 대학생들의 일과다.

이러한 '스펙 쌓기' 열풍을 조성하고 있는 것은 사회와 대학이다. 종전 제주대 직업능력개발원에는 '취업전략본부'가 들어섰다. 학생들의 취업을 적극적으로 돕겠다는 것이다. 이는 "취업률 낮은 대학은 학생들로부터 외면 받게 되고 결국 도태된다"는 대학의 위기의식의 결과다. 또한 사설 어학원뿐만 아니라 학내 외국어교육 담당 기관인 외국어교육원도 "토익이 되면 취업이 보인다"와 같은 캐치프레이즈를 걸고 학생들에게 스펙 쌓기를 권하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 '대학문화의 꽃'이라는 동아리 활동이 지고 있다. 취업을 위해 교류 수학, 단기 해외 연수 등을 준비하면서 학생들은 동아리 활동을 거의 하지 않는다. 학교에서도 오리엔테이션을 할 때 동아리 보다는 취업 관련 프로그램을 주로 홍보하고 있다.

취업률이 낮은 것은 대학의 잘못일까. 지난 2월 9일 교육과학기술부에서 내놓은 '2013학년도 정부재정지원 제한대학 평가계획'을 보면 실소를 금할 수 없다. 교과부는 "예·체능계 비중이 50%가 넘는 대학은 앞으로 정부의 대학평가를 받지 않아도 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평가에 참여하지 않으면 정부의 지원을 받지 못하게 된다. 특수한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일괄적으로 취업률을 따져서 평가하는 방식은 현 정권 교육의 획일적 사고 오류다.

물론 학생들의 취업은 중요하다. 그러나 이는 부차적인 것이다. 대학은 정신적, 육체적으로 건강한 인재들을 양성하는 학문의 전당이다. 취업사관학교가 아니다. 그러나 지금 교육당국은 미래를 위해 공부해야 할 대학생들에게 취업이라는 짐을 안기고 있는 것이다.

기업면접담당자 등은 "학생들 자기소개서, 영어점수 등은 표면적인 지표일 뿐"이라면서 "스펙은 좋지만 일은 못한다면 결국 입사 후 도태된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 이것만 보더라도 대학은 취업을 위해서 스펙 쌓기가 아니라 학생들의 토론, 기본적 능력 배양 등과 같이 보다 많은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독려해야 한다. 또 지식의 상아탑으로서 학생들이 보다 깊이 있는 공부를 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힘써야 한다.

필자도 한때 스펙 쌓기에 매몰된 생활을 보냈다. 그러다 문득 생각했다. 스펙만 좇다 공부도 못하고 놀아보지도 못한 채 대학을 씁쓸하게 졸업하는 건 아닌가. 그 불안 때문에 토익 책을 덮고 도서관 밖으로 나왔다. 지금 스펙 쌓기에 열중하는 사람들을 보면 불안하기도 하지만 후회하지 않는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가슴 뛰며 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얼마 전, 대학을 졸업한 동문이 지금의 대학생들에게 보내는 메시지를 읽었다. 이것으로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나는 정해진 길을 하는 것에 관심을 좇는 젊은이들에게 험한 길, 새로운 길도 있음을 이야기하고 싶다. 많은 젊은이들이 공무원시험 등에 매달려 있는 것은 사회적 낭비이기도 하다. 스펙을 쌓는 데 쏟는 시간을 새로운 꿈을 꾸는 데 쓰면 어떨까." <김명지 제주대 정치외교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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