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四知 플러스 시대

[월요논단]四知 플러스 시대
  • 입력 : 2012. 05.21(월)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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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지(四知)라는 말이 있다. 천지 지지 자지 아지(天知 地知 子知 我知)를 일컫는 말이다. 즉, 하늘이 알고, 땅이 알고, 당신이 알고, 내가 알고 있다는 뜻이다. 중국 후한시대 때 양진(楊震)이라는 관료의 일화에서 나온 얘기다.

어느날 하급 관청의 한 관료가 밤중에 찾아와 전에 도움을 준데 대한 사례라며 양진에게 금덩어리를 건네면서 "지금은 밤중이라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양진은 "하늘이 알고 땅이 알고 네가 알고 내가 알고 있는데 어찌 아는 사람이 없다고 하는 것이오?"라며 거절했다. 이에 그 관리는 크게 부끄러워하며 그대로 물러갔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관료의 부패는 큰 골칫거리였다. 로마제국도, 동서양을 지배했던 몽골제국의 몰락의 한축은 관료의 부패가 원인이었다.

고려시대와 조선시대에도 관료의 부패는 큰 문제였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암행어사를 파견하기도 했고 청백리를 선발, 공직자의 윤리관을 확립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였다.

청백리로 유명한 사람 중에 조선 초기 제주목사를 지낸 이약동(李約東)이 있다. 이약동은 성종1년(1470년) 제주목사로 부임했다. 목사로 재직하면서 아전들의 부정과 민폐를 단속하고 조정에 바치는 공물의 수량을 감하여 백성의 부담을 덜어주기도 했다. 당시 산신제를 지내는 산천단이 한라산 정상부근에 있어 해마다 동사하는 사람들이 생겨나는 등 백성들이 고초를 겪자 지금의 산천단으로 제단을 이전한 것도 이약동목사다.

제주목사 임기를 마치고 돌아갈 때는 재임 중 착용했던 의복과 사용했던 기물들을 모두 관아에 남겨두고 떠났는데, 한참 가다가 보니 손에 든 말채찍이 관아의 물건이었다. 그는 이 채찍을 성루 위에 걸어놓고 한양으로 돌아갔다고 한다. 후임자들이 이 채찍을 치우지 않고 오랫동안 모범으로 삼았다.

제주에서 돌아가는 항해 중 갑자기 광풍이 불고 파도가 일어 위기에 처했다. 이에 이약동이 "나는 이 섬에 와서 한 가지도 사리사욕을 취한 것이 없다. 누군가 부정을 하여 신이 노한 것이 아닌가! 일행중 누구라도 섬의 물건을 취해온 사람이 있으면 내놓아라"고 외쳤다. 그러자 한 군졸이 "떠나 올 때 한 사람이 갑옷을 바치면서 바다를 건넌 후 사또께 정성을 표시해 달라고 하기에 숨겨왔다"고 이실직고를 했다. 이에 이약동이 갑옷을 바다에 던지자 파도가 잠잠해졌다는 일화가 전해내려온다. 실로 대단한 기개와 자부심이다.

우리나라가 군부독재에서 벗어나고 비약적인 경제성장을 이뤘지만 관료의 부패는 여전히 줄어들지 않고 있다. 역대 정권마다 말기에는 너나없이 측근 비리로 온나라가 시끄럽다. 너나 나나 권력만 잡으면 비리에 젖다 보니 못먹는 놈이 바보라는 인식까지 생겨날 정도다.

이들 권력주변 인사들은 나중에 그들의 비리가 만천하에 드러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을까. 하늘이 알고 땅이 알고 네가 알고 내가 알고 있는 것을 왜 다른 사람들은 모를 것이라고 생각했을까. 어찌 사지 뿐이겠는가. 현대과학의 발달로 컴퓨터, 이동전화, 인터넷, CCTV, 은행기록 등 비리를 알고 있는 기기들은 도처에 널려 있다. 권력비리가 터질 때마다 근절 대책을 위한 담론이 있었으나 유야무야 되고 말았다. 최근에는 이런 사회적인 논의조차도 없다.

이약동 목사는 이조참판까지 지냈으나 끼니를 걱정할 정도이면서도 시를 지어 후세의 탐욕을 경계했다. "살림이 가난하여 나누어줄 것은 없고/있는 것은 낡은 표주박과 질그릇일세/주옥이 상자에 가득해도 곧 없어질 수 있으니/후손에게 청백하기를 당부하는 것만 못하네."

부패가 만연하는 것은 경제적인 부(富)가 곧 크나큰 행복을 가져다 줄 것이라는 생각에서 비롯된다. 그러나 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행복지수는 41.7점으로 낙제점을 겨우 면할 정도였다. 순위로는 102위. 순위를 세기가 민망할 정도다. 자살률도 세계 최고 수준이다. 눈부신 경제성장은 이뤘지만 국민들은 행복하지 않다는 얘기다. 정부에서도 이제는 경제성장도 중요하지만 국민 행복을 추구하는 정책을 펴 나가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해본다. <김한욱 前 제주도 행정부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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