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광장]민방위와 사회적 방어

[한라광장]민방위와 사회적 방어
  • 입력 : 2012. 05.22(화)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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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에 민방위 1년차 교육훈련에 다녀왔다. 산천단에 위치한 소방교육대에서 4시간 동안 소화기의 종류와 역할에 대해 배우고, 각종 재난 관련 동영상을 시청한 뒤, 지하공간에서 화재가 발생할 경우 대피하는 방법까지 체험했다. 몇몇 불량한 태도를 보이는 대원들도 있었지만, 이번 민방위 교육훈련은 일상생활 속에서의 재난에 대처할 수 있는 대응력을 키워주는 좋은 시간이었다.

그런데 민방위는 "적의 침공이나 (중략) 재난으로부터 주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하여 정부의 지도하에 주민이 수행하여야 할 방공, 응급적인 방재·구조·복구 및 군사작전상 필요한 노력지원 등 일체의 자위적 활동"이다(국가재난정보센터). 정의에서도 살펴볼 수 있듯이,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1951년 1월 계엄사령부에 민방위 총본부를 창설하는 것으로 시작된 민방위는 주로 군사적인 업무를 보조하는 국가총동원 체제의 일부로 진행되어 왔다. 물론 현재는 지진(해일)이나 홍수, 화재와 같은 재난에 대응하는 훈련으로 점차 변하고 있지만, 국가가 주도하는 군사적인 업무의 보조 또는 지원이라는 근본적인 성격은 변하지 않았다.

정전협정을 맺은 지 이제 60년이 다 되어가고 있으며, 그 동안 수 백 만 명이 넘는 젊은이들이 군복무를 했으며, 천문학적인 예산이 군사비로 지출이 되었지만, 과연 언제까지 적들의 위협에 노출되어야 하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수 십 년 동안 한반도에서만 지속되어온 '냉전적 평화'는 한반도 주민들과 자연환경을 볼모로 삼은 수구세력과 군산복합체들만을 위한 평화였다. 이제 21세기에는 새로운 평화의 개념이 필요하고, 적극적으로 실천해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군대의 보조적 성격인 민방위 또한 냉전적 평화의 테두리에서 벗어나서, '사회적 방어'라는 대안으로 변화해야 한다.

사회적 방어는 군사적 방어에 대한 비폭력적 대안 개념으로 군사적 침략 또는 정치적 억압에 대항하기 위한 사회 공동의 비폭력 저항을 일컫는다. 이를 위해 보이콧, 불복종, 파업, 시위, 대안 공동체 건설 등 광범위한 저항과 설득, 비협조, 개입 방식을 동원한다. 또 정부의 억압에 대한 지역사회의 방어뿐 아니라 재난대응도 포함하는 개념이다. 즉 사회적 방어는 인권, 민주주의 등과 같은 사회의 불가침적 요소들을 모든 억압과 폭력으로부터 비폭력적으로 방어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민방위에서 국가주도의 군사적 대응을 분리하고, 시민 주도의 비군사적인 지역공동체 방어로 전환하는 것이 바로 사회적 방어다. 정부가 강행하는 해군기지 건설은 이미 강정마을과 제주도라는 지역사회 공동체, 그리고 구럼비 바위를 중심으로 한 자연생태계를 무참히 파괴하는 국가폭력이다. 따라서 비폭력적으로 저항하는 강정주민들을 비롯한 평화운동가들과 이들에게 지지를 보내는 많은 시민들은 공동체와 자연환경을 지키기 위한 '사회적 방어'를 이미 실천하고 있다. 진정한 방어를 위한 전환의 실마리는 여기서 시작할 수 있다.

그나저나 내년에 현역병으로 입대해야하는 내가 민방위대로 편입된 것을 보면, 우리나라의 안보가 매우 위험한 상황인지, 아니면 정부의 방어 체계에 문제가 있는 것인지 궁금할 따름이다.

<김동주 제주환경운동연합 대안사회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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