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종철의 재미있는 과학이야기](19)기차에 얽힌 사연과 변화

[변종철의 재미있는 과학이야기](19)기차에 얽힌 사연과 변화
  • 입력 : 2012. 05.26(토)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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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부상열차(magnetic levitation train)=초전도 자석의 강력한 자기작용으로 지상에서 완전히 떠오른 상태에서 고속 주행.

KTX를 이용해보면 우리의 생활 형태와 산업구조가 많이도 변모했음을 실감할 수 있다. 과학의 발전이 너무나 많은 삶의 틀을 변화시켰다. 그리고 문화는 사라지고, 문명만 남은 것처럼 느껴진다. 여기에는 긍·부정적 측면이 혼재해 있을 것이다.

머지않아 시속 430 km 이상으로 운행할 수 있는 차세대 KTX가 등장할 것 같다. 서울과 부산을 1시간 30분대에 주파할 수 있는 속도이다. 필자의 어린 시절에 이 간격은 이른 아침에 출발하면 늦은 밤에 도착하던 멀고도 먼 거리이였다. 그 당시에는 꿈의 간격이였고, 요지경같은 자연의 풍광을 바보처럼 바라보면서 역마다 추억을 심었다.

증기기관차의 기적 소리, 칙칙폭폭 칙칙폭폭 소리, 그리고 '땡' '땡'하는 건널목 소리가 그렇게 정겨울 수가 없다. 너무나도 그리운, 그러나 아련히 사라져버린 추억의 소리이다.

심훈은 '기차'라는 시에서 자신의 감정을 다음처럼 표현했다. "깊은 밤, 캄캄한 하늘에/ 길게 우는 저 기적 소리/ 어디로서 오는 차인지,/ 그는 몰라도/ 만나서 웃거나 보내고 울거나/ 나는 몰라도/ 간신히 얻은 고운 임의 꿈을/ 행여 깨우지나 말아라./"

승객을 토해내고, 또 다시 삼켜버리고는 허옇게 내뿜는 수증기는 떠나는 기차의 아련함을 북돋아준다. 그 무거운 철마를 힘겹게 끌고 굽이굽이 오르막 철로를 올라가는 모습은 애처롭기까지 하다. 더구나 이 기차도 이별이 아쉬워 흐느끼는 연인들을 싣고, 또 남기고 떠나기에 얼마나 애간장이 타면는 저렇개 다양한 의성어를 뿜으면서 사라지고 있을까.

예전에는 철궤도의 열팽창(여름)과 열수축(겨울)을 고려하여 수십 미터마다 틈새가 만들어져 있어서 기차 지나가는 소리가 더 강했다. 지금은 철관련 신소재 덕택에 이럴 필요가 없어졌다. 그리고 증기기관차가 전동차로 변환되면서 아름다운 꿈과 기차관련 시가 자취를 감추어 버렸다. 앞으로 시속 500 km 이상의 자기부상열차가 평양과 부산 간에 나르면 어떤 자연적 현상과 물리·화학적 실체가 전개될까?

이와 관련한 신소재인 인바(invar)는 니켈(Ni)을 혼합한 강철로 이른바 니켈강의 일종이다. 물체는 가열되면 팽창하고, 냉각되면 축소하지만, 인바는 온도변화에 따른 체적변화가 거의 없다. 즉, 이것은 열팽창계수가 특히 낮다.

그래서, 이것은 장거리를 정확하게 측정하기 위한 줄자 제작에 안성맞춤이다. 이것을 발명한 프랑스의 물리학자, Charles Edouard Guillaume는 1920년도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했다.

이런 애환이 서려있는 기차의 추억이 뒤안길로 사라지면서 우리의 삶은 "빨리 빨리!"라는 문화로 급속히 진행되었다. 지금은 삶의 현실을 곰곰이 되씹을 겨를도 없이 달려가고 있다. 그러나, 요즘은 다행스럽게도 제주를 비롯한 여러 지역에 내일을 위해 에너지를 충전하면서 삶의 좌우전후를 음미할 수 있는 올레길 등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제주대학교 화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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