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제주의 꽃에 대한 변명

[월요논단]제주의 꽃에 대한 변명
  • 입력 : 2012. 06.18(월)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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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제주 세계자연보전총회(WCC)가 6월 1일에 드디어 D-100일 카운트다운을 시작했는데 어느새 70일도 채 남지 않았다. 성공적인 회의를 위하여 정말로 수고하는 제주위원회를 비롯한 모든 이들에게 응원을 보낸다.

이번 제주도 회의개최는 동북아지역에서는 최초라는 점에서 세계의 각 환경기구는 물론 활동가에서부터 행정가, 일반시민에 이르기까지 집중하여 지대한 관심을 가진다고 한다. 따라서 회의 개최지인 제주가 준비에 만전을 기함은 당연하다. 뿐 아니라 그 외 자연환경정비 등 해야 하는 일이 부지기수로 많다는 건 미뤄 짐작하고도 남는다.

사실 순수 민간기구로 1948년에 창설된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은 이제 지구촌의 거의 모든 국가와 지역을 파트너로, 회의 후보지를 엄밀하게 선정하고 4년마다 개최함으로써 별칭 '세계환경올림픽'으로 통한다는 건 그동안 제주개최에 따른 홍보 덕에 모르는 이 없을 터이다.

회의 의제야 그 때마다 따로 정하지만 근본은 지구의 자연환경이 인류의 부단한 사용 및 개입으로 인해 야기되는 문제에 대하여 범지구적인 해결책을 모색하고 실천 여부를 가늠해나간다는 애초 행보에는 변함이 없다.

이 회의 주최 측인 세계자연보전연맹은 생태계 관리, 교육과 커뮤니케이션, 환경, 경제와 사회정책, 환경법, 보호지역, 종 보전 등 6개의 위원회로 구성되어 있다. 이들 공식적이고 부동인 위원회와 더불어 개최지 특성을 반영하는 자발적인 위원회들이 구성될 수 있지만 이는 그 회의 경우에만 해당하여 한시적으로 운영된다. 이번 제주회의에서도 이들 위원회들은 나름대로 상당한 활약을 할 것이다.

회의에 참석한 이들은 9월 8일에 총회가 개회되면 13일의 공식적인 '현장답사' 말고도 15일자로 폐회할 때까지 짬짬이 제주나들이를 할 것이다.

이에 대비하여 제주시의 시정발전포럼녹색성장 분과위원회가 주관하는 세미나를 통하여 '친환경 방문객지원시설, 공중화장실 정비, 특색 있는 꽃길 조성, 내 집·내 점포 앞 쓸기, 독특한 제주역사 문화 알리기, 잘 보존된 명품 생태 탐방로 조성, 밝고 활기찬 시민들의 선진 질서의식 고취 등' 다양한 캠페인을 벌인다는 언론보도가 있었다. 이는 우리 제주도민이면 누구나를 막론하고 손님을 맞고 접대하는 기본행동강령과도 같으니 자발적이되 적극적으로 할 일들이다.

그런데 살짝 걱정되는 점이 있다. 다름이 아니라 '특색 있는 꽃길 조성'이다. 대체 무슨 꽃들로 아름답게 가꿀까.

예전 환금을 목적으로 재배되던 밭작물인 평지나물 일본 개량종 유채를 꽃길로 조성한 것에서부터 유럽에서 수입된 목초 씨앗에 섞여 와 봄에서 가을까지 산야를 온통 노랗게 물들이는 개민들레(서양금혼초)와 깊은 산속까지 점령한 개망초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해두자. 그러나 이즈음 그들의 본고장 유럽 일부지역에서조차 퇴치대상인 마가렛이며 개양귀비의 물결이 원색으로 넘실대는 제주의 꽃길은 뭐란 말인가.

누구는 그랬다. 원래 개양귀비도 동양에서 건너간 것이니 귀향했다고 생각하면 그만이라고. 하긴 우리의 식물학자 우장춘박사에 의하여 개량된 페추니아는 국적 불문하고 동서양 어디에나 꽃길을 수놓고 있으니, 어쩌면 우리 제주 섬의 길가에 개양귀비며 마가렛이 현란하게 물결친다고 부끄러울 아무 것도 없다. 나의 걱정은 쓸데없이 그저 노파심이 작용한 기우일수도 있다.

바라건대 부디 '생태계관리위원회'가 인위적으로 변화를 초래한 제주식물 생태계에 대해 그냥 지나치기를, '종보전위원회'가 너무 적극적이고도 과도한 개입으로 인해 제주 야생화 종 보전에 문제가 있음을 눈치 채지 못하기를. 그보다 더 근본적으로는 제주의 어디에서나 제철에 맞추어 피어나는 소박한 들꽃이 지천으로 있어 제주 섬은 그토록 고유한 아름다운 자연환경에 일조하였음을 알아주었으면 한다.

<한림화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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