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우리 바당 끝의 작은 섬 이여도

[월요논단]우리 바당 끝의 작은 섬 이여도
  • 입력 : 2012. 07.02(월)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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썰물 때만 신기루처럼 하얗게 나타나는 세상 끝, 현실 세계의 끝에서 우리가 만나는 난여(嶼), 바다에 드러난 섬이며, 해녀들의 물질 가 바다에 들 때 해신당처럼 들르는 요왕(龍宮 바다밭)가는 길 입구에 있는 용궁올레 같은, 그곳은 이 세상을 잃어버린 사람들이 죽어서 찾아가는 저승, 해녀들이 죽어서 찾아간다는 또 다른 세상, 해양타계(海洋他界(저승))이며, 제주 사람들, 특히 해녀나 어부, 선원들이 말하는 이여도이다.

이곳은 물질 갔다 돌아오지 않는 우리 어멍이 잘 먹고 잘 산다는 '이여도'이다. 사람들은 수중고혼이 돼 바다에서 귀신이 돼버린 영혼들을 "정말 우리 어멍은 거기 강 잘 살암싱가?"하며 묵묵히 행복하게 잘 살고 있으리라 긍정하는 저승의 피안을 이여도라 했다. 그러나 사람들은 이여도에 가면 돌아오지 않는다. 그러므로 전설이 생겨났다. 바다에서 풍랑을 만났다 구사일생으로 살아온 어부, 깊은 바다밭에 물질갔다 간신히 살아 돌아온 녀들이 살아 돌아온 환생담들이 여러 가지 전설을 만들었다. "어떵 핸 살아와 집디가?" "영 졍 해연, 이여도에 갔단 왔져"하며 이여도의 전설은 완성됐다. 이런 이야기를 종합해 보면, 이여도는 현실 세계의 끝에 있는 하얀 산호섬, 썰물에는 보이다가 밀물엔 바다에 잠겨버리는 섬, 바다에서 죽어서 가는 제주 사람들의 꿈의 섬이요 상상의 섬이다. 이곳은 큰굿에서 영혼과 이별하는 저승과 이승의 중간지점 '미여지벵뒤'와 같은 민요에 등장하는 이승의 끝이며 저승의 입구인 '이여도'이다. 그러므로 이여도는 제주 사람들이 정서 속에서 보편적으로 등장하는 이상향이나 저승의 피안이란 뜻에서 '이여도'가 틀림없다.

이여도란 이름은, 처음에는 1910년 영국해군에 의해 스코트라 록(Scotra Rock)으로 명명됐고, 60년대 이승만 라인을 주장한 뒤 1984년 제주도 KBS팀이 공동 탐사에 성공할 때까지는 일본 사람들이 명명했던 파랑도(波浪島)로 불러오다가, 2001년 국립지리원은 '이어도'로 정정해 이름을 붙였다. 이 '이어도'는 이청준의 소설이나 고은 시인의 제주도 속에서는 제주 사람들이 '이여도'라 부르는 이름을 표준어(?)로 '이어도'라 불렀는지 지금까지 계속 사용되고 있다. 그러므로 제주사람들이 익숙하게 부르는 '이여도' 보다 해양영토를 지칭하는 지명으로서 '이어도'가 최근 자주 쓰이고 있는 것은 그러한 현실의 반영이다.

이여도는 고해의 피안에서 피안으로 동굴적 존재인 소용돌이와 정토인 피안을 포괄하는 가상의 섬이다. 비탄의 고해(苦海)를 뛰어넘기만 하면 부와 환락이 철철 넘치는 정토(淨土)의 섬이 제주도의 남쪽 바다 어딘가에 있으리라는 환상을 그린다. 이여도는 제주여인들의 삶의 고통을 느낄 때마다, 사랑하는 사람이 그리울 때마다, 떠올리고 불러보는 희망의 땅이었다. 그러나 그곳은 죽음에 맞닥뜨렸을 때 꿈처럼 펼쳐지는 저승의 피안이었으므로 제주 해녀들은 "이여하면 나 눈물 난다", "이엿말은 마라서 가라"고 노래했다.

제주 사람은 이여도 하면 왜 눈물이 날까? '이여도'는 고통스럽고 슬픈 삶, 말하기도 싫은 현실, 삶의 터전, 해녀들의 바다 밭, 여(嶼)를 이야기하는 것 같다. '여(조수간만에 따라 드러나는 작은 섬)'는 현실과 이상을 넘나드는 곳이다. 이여도는 현실과 이상이 공존하는 여(嶼)이다. 이여도는 현실에는 감추어진 여, 밀물 때는 가라앉는 든여, 물속에 들어가 잠겨버린 섬이며, 꿈속에서는 하얀 산호섬으로 다가오는, 썰물 때는 나타나는 난여, 드러난 섬이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현실과 이상을 넘나드는 해녀들의 물질과 여를 이여도와 같이 엮어내는 생각도 있다. 또 다른 이여도는 가난과 고통의 땅을 현실의 제주도라 한다면, 이여도는 가난의 땅 제주도를 행복과 평화의 땅으로 개간한 미래의 제주, 이상향을 말하기도 한다. 이여도는 제주 사람들의 꿈의 낙원이며, 저승의 피안이며, 현실의 해상영토 이어도이며, 지켜가야 할 해양과학기지센터가 있는 해산물과 산호의 보고 현실의 이여도인 '이어도', 썰물에 나타나는 '난여'로서 이여도는 지금 우리가 지켜갈 이여도의 꿈과 현실의 이어도가 숨 쉬고 있는 미래의 이여도이다. <문무병 제주전통문화연구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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