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호회 최고](21) 제주 코스튬 플레이 카페

[우리동호회 최고](21) 제주 코스튬 플레이 카페
애니메이션 캐릭터로 숨겨진 끼 발산
  • 입력 : 2012. 07.20(금) 00:00
  • /표성준기자 sjpyo@ihalla.com
  • 글자크기
  • 글자크기

▲코스프레를 즐기는 청소년들의 모임 인터넷 카페 '제주 코스튬 플레이 카페' 회원들이 최근 제주영상미디어센터에서 페스티벌을 개최해 대중 앞에 나섰다.

외색풍 색안경 풍토 탈피를
의상준비부터 창작 큰 매력
8월 11일 이호해변 촬영회

최근 제주에서도 컴퓨터 게임이나 만화 속 등장인물로 분장하는 '코스프레'를 즐기는 젊은 층이 늘고 있다. 그동안 진한 화장에 왜색풍 일색의 복장으로 눈총을 받아 대중의 눈을 피해 삼삼오오 모여 폐건물 등 인적이 드문 곳을 찾아 즐기던 청소년들이 문화의 다양성을 추구하는 사회 분위기에 힘입어 대중 앞에 나서고 있다.

▲문석용 카페지기

인터넷 네이버에서 활동하는 제주 코스튬 플레이 카페(카페지기 문석용) 회원들이 최근 제주영상미디어센터 공연장에서 코스프레 페스티벌을 개최했다. 웬만한 패션쇼를 방불케 한 이날 무대에 오른 회원들은 '은하철도999'의 여주인공 '메텔' 등 중장년층에게도 익숙한 캐릭터로 분장한 이도 있었지만 비밀경찰 '니쿠'와 'FSB(러시아부대)' 요원 등 이름만 들어서는 도무지 그 정체를 알 수 없는 캐릭터가 대부분이었다.

카페를 처음 만든 문석용(50)씨가 코스프레를 접한 것도 그리 오래지 않은 일이다. "어느 날 아는 청소년 몇 명이 코스프레 분장을 하고 사진 찍은 걸 봤는데 의상이 화려한데도 제대로 찍힌 사진이 없었어요. 몇몇이 모여서 사진을 찍는다고 하는데 폐건물이나 인적이 드문 공원 등지에 숨어서 자신들끼리만 노는 느낌이 들었지요."

사진작가인 그가 제안해 처음 모인 청소년 10여명을 대상으로 촬영을 했더니 각자가 전문모델을 뺨칠 만큼 캐릭터에 맞는 포즈를 개발해 촬영에 응했다. 코스프레를 즐기기 위해서는 천을 떼어다가 직접 제작한다고 해도 꽤 많은 비용과 노력, 시간이 소요된다. 게다가 촬영한 사진을 묵혀두기에도 아까웠던 그는 인터넷 카페를 만들어 공식적으로 활동하자고 제안한다. 그렇게 시작한 카페가 1년 만에 회원이 170여명으로 불었다.

김민지(16)양은 한류를 자랑스러워하면서도 정작 외래문화를 받아들이는 데는 인색하기 짝이 없는 사회 풍토가 불만이다. 코스프레로 끼를 발산하면서 성격도 밝아지고 학교생활에도 도움이 된다는 김양은 기성세대들에게 색안경을 벗어달라고 호소한다.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왜색풍의 캐릭터만 즐기는 것은 아니에요. 3·1절과 8·15 광복절이 있는 3월과 8월에는 기모노 등은 피하고 추석과 설날에는 한국 사극드라마에 나오는 한복도 많이 입어요. 과거에 얽매이면 미래로 갈 수 없는데 청소년들이 즐기는 문화를 악용하는 것만 같아 안타까워요."

중학생에서 대학생까지의 회원들로 구성된 제주 코스튬 플레이는 카페 창립 이후 가장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곳을 찾아 특집촬영회를 연다. 오는 8월 11일 제주시 이호해수욕장이 그 무대다.
  • 글자크기
  • 글자크기
  • 홈
  • 메일
  • 스크랩
  • 프린트
  • 리스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밴드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1335 왼쪽숫자 입력(스팸체크)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