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보이지 않는 도시

[월요논단]보이지 않는 도시
  • 입력 : 2012. 08.06(월) 00:00
  • 글자크기
  • 글자크기
'보이지 않는 도시'는 보르헤스, 마르케스와 함께 현대 문학의 3대 거장으로 꼽히는 작가, 이탈로 칼비노의 대표작으로 쇠락해 가는 타타르 왕국의 황제, 쿠빌라이 칸과 베네치아의 젊은 여행자, 마르코폴로의 대화형식으로 진행되면서 유토피아적인 도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소설이다. 여행자 마르코폴로가 황제 쿠빌라이 칸에게 언급하는 도시들은 유토피아적인 도시 이야기에 지나지 않을는지 모르지만 욕망을 실현하는 대상에서 극복의 대상으로 변해버린 현대 도시가 어떻게 구축되어야 하는지 생각하게 하는 작가의 깊은 의도를 엿볼 수 있다.

소설 '보이지 않는 도시'는 유토피아적인 도시를 상상하고 그려보는 과정 속에 현대도시를 비판적으로 투영해봄으로써 보다 나은 미래도시를 꿈꾸게 한다. 아울러 '보이지 않는 도시'는 과거와 현재, 미래의 도시를 이야기하면서도 인간과 마찬가지로 도시 역시 탄생과 성장, 쇠퇴, 그리고 소멸하는 유기적 생명체라는 이야기도 담고 있다. 궁극적으로 도시에서 중요한 것은 길과 건축물, 다리와 같은 '보여지는 것'들이 아니라 도시의 이면(裏面)에 담겨진 기억과 욕망, 그리고 기호와 같은 '정신적인 것들', '보여지지 않는 것'들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사실 도시계획이라는 것이 현실을 바탕으로 이상향을 꿈꾸는 도시 만들기가 아닌가?

'보이지 않는 도시'의 시각에서 볼 때 최근 제주사회와 건축계의 이슈인 탑동추가매립과 카사델아구아 철거문제를 다르게 접근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논란의 핵심에 있는 탑동은 무근성의 장소가 풍수적으로 좋지 않아 무근성 좌우에 돌탑을 쌓고 제사를 지냈는데 탑 아래쪽에 마을이 형성돼 탑 아래쪽 마을이란 의미의 탑알, 탑바리,탑동 등으로 불리게 되었다는데서 유래되었다. 간조 때 마을 주민들이 해산물을 채취하고 수영을 즐기던 추억과 기억의 장소이다.

그러나 제주의 대표적인 해안경관과 삶의 흔적과 지역의 역사가 담겨진 탑동은 매립으로 인해 기억은 사라지고 인간의 욕망으로 가득한 개발의 기호로서 남게 되었다. 이런 장소를 추가 매립한다고 한다. 과거 추진되어 왔던 택지개발지구와 도시재생사업과 마찬가지로 탑동추가매립은 끝없는 인간의 욕망과 비문화적이고 폭력적인 개발상징의 기호만이 존재하는 제주도시의 단면을 보여주는 것이다. 여기에는 아련한 추억과 기억, 자연과 공존하려는 인간의 아름다운 욕망과 문화적 기호가 존재하지 않는다.

철거위기에 직면해있는 카사델아구아 역시 법적논리와 해안경관문제만으로 철거 논의를 하기보다는 좁은 의미로 볼 때 기억과 욕망, 그리고 기호의 복합체로서 건축과 건축가 작품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과거 논란이 되었던 한라산 케이블카 설치, 예래동과 노형동의 초고층빌딩 건축, 이 모든 것들이 '보여지는 도시'의 허상(虛想)을 추구하는 것들이라는 생각이 든다.

진정 '보이지 않는 도시'를 꿈꾸는 것은 너무나 비현실적인 것인가? 행정조직, 시민, 전문가집단의 문제는 없는 것인가? 최근 제주사회의 복잡한 이슈들을 보면서 우리 도시가 안고 있는 문제의 본질에 대하여 진지하고 현명한 해결노력이 필요하리라 생각해본다. <김태일 제주대학교 건축학부 교수>
  • 글자크기
  • 글자크기
  • 홈
  • 메일
  • 스크랩
  • 프린트
  • 리스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8332 왼쪽숫자 입력(스팸체크)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