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대선이 가까워 오면서 제주도민의 표심을 잡기 위한 대선 예비주자들의 공약 경쟁도 뜨거워지고 있다. 이들 공약 중 21세기 제주도민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 공약을 꼽는다면 아무래도 신공항 건설과 해저터널 건설이 아닐까 한다.
공항에 가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현재의 공항이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몇 번에 걸쳐 확장을 거듭했음에도 불구하고 장터를 연상케 할 정도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주말이면 이런 현상은 더 심해진다. 바야흐로 내도객 1000만 시대를 앞둔 지금 명확한 방향이 제시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필자의 생각으로는 땜질식으로 현재의 공항을 확장하는 것도 한계가 있지 않을까 싶다. 이런 혼잡 상태가 아니라도 현재의 공항은 도시 바로 옆에 위치하여 소음공해도 심할 뿐 아니라 대형사고의 위험성도 잠재해 있어 입지로서는 부적합하다는 주장이 오래전부터 있어왔다.
다행히 대선 예비주자들은 기존공항의 확장보다는 신공항 건설 쪽에 무게를 두는 듯한 발언을 하고 있다. 도민들도 이쪽으로 의지를 모아가는 것이 현명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현재로서는 신공항 건설만큼 공론화 되어 있지 못하지만 제주 목포간 해저터널 구상도 그 역사는 꽤 오래 된 걸로 알고 있다. 지난 김태환 도정 시절 박준영 당시 전라남도지사와 해저터널 건설을 공동으로 추진한다는 합의도 있었고 모처에서 용역까지 실시한 걸로 알고 있다. 당시 해저터널 공동추진 합의의 한 당사자인 박준영씨가 이번에 대선 예비후보가 되면서 다시 이 문제가 관심을 끌게 되었다. 물론 천문학적 예산이 수반되는 국가사업이 간단히 결정될 문제는 아니겠지만 한 나라의 수도를 옮기는 일조차도 대선공약이라는 이유만으로 밀어붙이는 역동적인 대한민국이고 보면 언제 어느 시기에 해저터널 구상도 급물살을 탈지 모른다.
제주 목포간 해저터널에 대해서 필자는 우선 그 구상의 대담함에 대해서는 박수를 보내고 싶다. 그 동안 본토와 멀리 떨어진 섬이라는 것 때문에 변방으로 취급되어온 제주도가 아니었던가. 이러한 제주도를 해저터널로 본토와 연결한다는 구상은 실현 여부를 떠나서 꿈같은 일이 아닐 수 없다. 기술적으로는 충분히 실현성이 있다고 본다. 영국과 프랑스 사이의 도버해협을 해저터널로 연결한 사례도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천문학적 투자비에 비해서 경제적 실리가 있느냐는 것일 것이다.
이 문제에 대하여 비전문가인 필자로서는 시원스런 해답을 내놓을 수가 없다. 그러나 상식적으로 판단해본다면 제주도에 대한 접근성은 지금보다 훨씬 향상될 것이 틀림없을 것 같다. 접근성이 향상됨에 따라 각종 물류비용이 감소할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해저터널이 부분적으로는 유리한 점이 분명히 있겠지만 더 큰 것을 잃게 되지는 않을까 필자로서는 저으기 염려스럽다.
제주도가 해저터널로 본토와 연결된다면 우선 섬이라는 제주 고유의 매력이 사라지지 않을까. 같은 한국 땅이지만 제주도에 갈 때만큼은 외국에 나가는 것 같은 설레임을 느낀다고 한다. 이것은 제주도가 바다로 가로막혀 쉬 접근하기가 어렵기 때문일 것이다. 국내에서 수학여행을 갈 때 다른 지역은 버스로 이동이 가능하지만 제주도만큼은 비행기나 배로 이동할 수밖에 없다. 처음 타보는 비행기. 처음 타보는 배, 이런 요소들 때문에 한층 더 제주도가 신비롭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그러나 제주도가 해저터널로 본토와 연결되는 순간 제주도의 신비로움은 여지없이 벗겨지고 말 것 같다. 빠름을 추구하는 현대인들에게 제주도는 머무르고 싶은 매력적인 곳이 아니라 자동차로 달려와서 기껏해야 저녁이나 먹고 가는 그런그런 일상의 공간이 되어버릴지도 모를 일이다. <권재효 시인·제주문인협회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