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광장]10년 동안 군 입대를 늦추다보니

[한라광장]10년 동안 군 입대를 늦추다보니
  • 입력 : 2012. 09.04(화)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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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역미필자라는 신분이 넉 달도 채 남지 않았다. 2002년 7월 4일 입영신체검사를 받았으니, 오늘로 나의 입영연기는 대학원 학업과 자녀 육아사유로 인해 만10년 2개월 동안 지속되어 왔다. 오랫동안 병역미필자로 살아보니 구조적으로 할 수 없는 일이 너무 많았다.

첫째, 취업. 대부분의 채용공고를 보면 남성은 병역필 또는 면제자를 조건으로 한다. 안정된 일자리를 얻을 수 없으면 삶을 꾸려나가기 힘든데, 병역미필자는 가장 기본적 인권인 노동할 권리를 박탈당하고 있다. 출근하자마자 곧 군대에 가서 2년 동안 복무해야 한다는 것은 고용주에게도 걱정거리이긴 하지만, 병역미필자의 노동권에 대한 문제제기 보다는 그들을 채용대상에서 제외시키는 편한 방법을 택한 결과다. 그래서 병역미필자들이 참여 가능한 노동은 시간제 근로나 비정규직이 대다수다.

둘째, 해외여행. 지금은 사라졌지만 병역미필자가 해외여행을 하기 위해서는 귀국보증인이 필요했다. 그런데 보증인은 토지와 주택에 대한 연간 재산세 합계가 15만원이 넘는 사람만이 가능했다. 병역미필자가 해외로 도망갔을 경우, 그에 따른 벌금 5000만원을 납부해야 하기 때문에 정부는 그러한 경제적 능력을 납세영수증으로 확인했다. 즉, 재산이 별로 없는 사람은 귀국보증인을 할 수 없기에, 내 아버지는 아들의 귀국보증을 못했다. 더욱이 국외여행허가제도는 아직도 남아있다. 나는 첫 해외여행을 포함해 일본, 중국, 필리핀, 유럽 등지로 총 6번의 외국방문경험이 있고, 매번 여행허가 기간 내로 귀국을 하였지만, 지난 7월 신청한 국외여행허가에 대해 제주지방병무청은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거부했다.

셋째, 정치. 아직 군대를 안 갔다 왔다고 선거에 나가지 못하는 법은 없지만, 그 동안 사회고위층의 병역면제비리가 횡행했기 때문에 유권자들에게 입후보자 본인 및 직계가존의 군복무이행은 매우 중요한 관심사항이다. 설령 병역미필자가 당선이 된다 할지라도 재임기간 입영연기를 보장하는 제도가 없다는 점은 정치철학적 관점에서 한번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민주공화국의 시민에게 국가와 관련된 의무와 권리가 둘 다 부여되지만, 국방의무를 수행하기 전에는 피선거권이라는 참정권이 사실상 박탈되고 있기 때문이다. 학업, 군대, 취업, 사랑 등 청년문제를 풀기 위해서 정치가 할 수 있고, 해야 할 일은 많지만 현재 정치제도는 자신들의 일을 직접 나서도록 하기 보다는 타인에게 대리시키는 방향으로 설계되었다.

위와 같은 사회적 배제와 차별은 병역미필자를 한국사회의 온전한 시민으로 보고 있지 않다는 증거이며, 문제해결을 위해 거의 아무런 사회적 대응도 없었다는 결과다. 특히 입영 연기자들을'신성한 국방의무를 수행해야 할 대상자'로 위치지우며, 그들을 자신들이 내리는 징집명령에 굴복하도록 수동적인 존재로 만들어, 수 십 만 명에 달하는 '병역미필자'의 정체성과 주체의식을 갖지 못하게 한 정부의 태도도 중요한 작용을 했다.

국민으로서 의무와 권리는 선후관계가 아니기 때문에, 아직 국방의무를 안했다고 기본권을 제약하는 것은 불합리하다. 군 복무 이전에도 교육권, 선거권은 보장된다. 따라서 병역미필자에 대한 과도한 배제와 차별은 해소되어야 한다. 그나저나 넉 달 후에 나는 어디로 갈까?

<김동주 제주환경운동연합 대안사회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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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1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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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놈 2012.09.04 (10:49:12)삭제
경허민 국방의의무를 다한사람과 미필자를 당연히 차등해야지~~~당신말대로 대학원,자녀육아는 당신개인사정이고~~~구조적으로 할 수없는일이 많으면 군대다녀와서 실컷하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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