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현상에서 발생되는 바람(風)은 지속되는 고유가 시대, 그리고 기후변화 등에 대응할 수 있는 풍력에너지로 세계적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최근에는 최대 석유소비국가인 중국과 미국이 풍력발전보급량에서 선두를 유지하는 등 풍력을 비롯한 신재생에너지산업육성 및 기술 선점을 위한 투자경쟁이 가속화 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현재 신재생에너지와 관련한 제도적 장치와 관련 정책들이 유기적으로 연계 운용되지 않아 기술개발에서부터 보급·이용 및 산업화에 이르기까지 크고 작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풍력발전의 확대 필요성은 절실히 인정되지만 경관이나 소음, 환경 등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최근 환경부에서는 풍력발전기 설치제한을 강화하는 내용의 '입지선정가이드라인'을 발표 해 규제완화를 주장하는 지경부와 풍력업계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풍력자원의 경우 개발 가능지역과 불가능지역을 사전에 획일적으로 설정해 놓는 것은 불합리하다. 왜냐하면 풍력자원의 경우 개발이 가능한 지역에서 부존자원이 없을 수 있으며, 오히려 개발이 제한된 지역에 우수한 풍력자원이 존재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행 규정에 따라 개발행위가 불가능한 지역이라도 자원조사를 위한 계측기 설치만큼은 실시할 수 있도록 해 조사결과 자원가치가 인정될 경우 제반 입지여건을 고려해 개발행위를 허용하는 제도적 장치 보완이 필요하다.
제주지역은 지난해 5월 23일자 개정 시행된 제주특별법에서 '도지사는 제주자치도의 풍력자원을 공공의 자원으로 관리해야 한다'라는 이른바 풍력자원의 공개념을 인정하는 법률적 근거가 마련됐다. 이는 제주의 풍력자원은 공공의 목적과 이익을 위해 도지사가 개발주체가 됨을 의미하며, 이외에도 도지사는 풍력자원의 적정관리와 조사, 풍력발전설비의 사후관리 및 풍력자원의 개발과 이용 등에 노력하도록 하는 책무를 부여 받았다.
이와 관련 제주도는 올해 5월 이른바 '2030 탄소 없는 섬 제주(Canbon Free Island Jeju by 2030)'계획을 내 놓았다. 앞으로 20년 안에 화석연료를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로 100% 대체해서 탄소 없는 섬으로 만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계획에서 주 에너지원인 풍력자원에 관한 공공적 관리방안은 찾아보기 어렵다. 2030년까지 풍력발전으로 전력수요 100%를 대체하고 모든 자동차도 100% 전기차로 전환한다는 야심 찬 목표만 있을 뿐이다. 사업주체가 누구이고 어떠한 방법과 재정을 확보해 목표를 달성시킬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검토와 기술적 타당성마저 검증되지 않은 부분이 있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계획은 환상적인데 실현성이 없다는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필자는 일각에서처럼 제주도의 '탄소 없는 섬 프로젝트'의 실현가능성을 우려하는 것이 아니다. 제주도가 이 사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선 보다 더 구체적이고 설득력 있는 추진전략을 발굴하고 지역에너지수급체계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공감대 형성을 해나가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은 것이다. 아울러 풍력자원의 공공적 관리정책으로 인해 민간경제가 위축되지 않도록 정책이 개입할 부분과 공기업과 민간기업의 역할 정립도 필요하다. 또한 풍력발전은 상당기간의 기술개발과 인력양성, 그리고 지속적인 재정투자 확대가 필요한 만큼 도지사가 개발주체가 돼 전력수급 안정을 위한 발전사업 영역과 지역경제에 기여할 수 있는 산업화 기반을 전략적으로 연계 구축해 제주 고유의 특화된 지역에너지산업으로 적극 육성 발전시키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유난히 더웠던 지난 8월 전력사용량 폭증사태를 되돌아보면서 제주 천혜의 풍력자원이 고유가에 시달리며 에너지수급 불안을 걱정하는 도민들에게 하루속히 시원한 에너지오아시스로 다가올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허종철 제주대 공과대학 기계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