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광장]농업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한라광장]농업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 입력 : 2012. 09.11(화)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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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의 결실을 맺고 월동채소를 준비해야 할 때에 연이어 불어 닥친 태풍 볼라벤과 덴빈의 피해는 어마어마했다.

여물어 가던 콩은 쑥대밭이 되었고, 갓 정식한 양배추와 브로콜리 묘종은 그 흔적조차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8월 가뭄으로 겨우 새순이 돋아났던 당근은 재배면적의 80% 이상이 농경지가 유실되거나 침수돼 올해 농사를 포기해야 할 지경이다. 이 시기에 파종이 가능한 감자의 경우 씨감자가 턱 없이 부족한 실정이고, 무는 지난 해 과잉생산으로 산지폐기까지 경험했던 터라 엄두를 못 내고 있다.

하우스시설, 축사 또한 바람에 엿가락처럼 휘어지고 무너지고 찢어졌다. 특히 감귤과 키위인 경우 찢어진 비닐로 인해, 강한 바람을 타고 온 바닷물에 열매는 쩍쩍 갈라지고 나무는 내년 농사를 보장할 수 없을 정도로 피해를 입었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곡창지대인 전라도 대부분의 지역이 재난지역으로 선포될 만큼 전국적으로 피해가 어마어마했다.

제주특별자치도도 5일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되어 태풍복구에 있어 농민들도 도정도 한결 부담을 덜었다.

그러나 이제 볼라벤, 덴빈과 같은 태풍 또는 가뭄들은 농업에 피해를 주는 규칙적으로 반복되는 자연기후적인 현상이 되었다. 허나, 태풍이 불때마다 특별재난지역으로 선정될 수도 없는 것이다.

이런 피해를 보충하고 다시 농사지을 여건을 마련해 주는 것이 농작물재해보상법이다. 그러나 어찌된 영문인지 이 법으로는 충분한 보상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겨우 피해복구비, 대파비, 방제비등의 명복으로 ha당 몇 십만원의 보상금이 쥐어질 뿐이다.

이는 정부가 가지고 있는 인식의 한계에서 비롯된다. 농사를 공적차원으로 바라보지 못하고, 농민개인의 소득으로만 바라보기 때문이다. 그래서 농작물재해보상법이 농민들에게 실질적인 보상이 될 수 있도록 보강하기보다는 농어업재해보험제도가 만들어진다. 어떤 농사를 짓는 것은 농가의 선택이라 생각하고 선택에 의한 피해의 경중이 있다고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이 제도가 만들어졌다.

2001년에 농작물재해보험으로 사과, 배 등 6개 부분으로 출발하여 2009년 35개 농작물로 늘어나고 어업까지 결합하여 농어업재해보험으로 확대되었다.

그러나 현행 사보험형태의 농어업 재해보험은 한계가 있다. 이를 공공보험의 성격으로 격상시켜야 기후변화 속에서 농업이 유지될 수 있다. 또한 농작물별 세세한 피해대책이 필요하다. 과수, 밭작물, 시설하우스, 축사시설 등 각각의 대책이 필요하다. 그리고 보험이 가지고 있는 수익이라는 점을 간과한데서 보험가입자인 농민들이 속을 태워야 하는 어려움이 노정되고 있다.

정부가 농사를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유지하기 위한 중요한 산업이라고 인정한다면 기본적으로 자연재해에 대해 충분한 보상이 이루어지도록 법을 만들어야 한다. 그것은 농업의 공적기능을 국가가 먼저 인정하는 것으로 국민들의 농업에 대한 판단을 바로 세우도록 이끄는 일이다.

자유무역, 효율성, 경쟁력이라는 신자유주의적 잣대로 농업과 농촌을 천덕꾸러기로 취급하는 자세부터 고쳐져야 한다. 농업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농민과 함께하는, 농민들에게 실질적인 법과 제도를 만들게 되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박지혜 전국농민회총연맹제주도연맹 총무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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