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꽃' 농부 전희식의 생명 살림 이야기

'똥꽃' 농부 전희식의 생명 살림 이야기
18년 귀농생활 끝에 얻은 깨달음 '아름다운 후퇴'
  • 입력 : 2012. 10.05(금) 00:00
  • 표성준 기자 sjpyo@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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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에 걸린 어머니와의 시골생활을 그린 '똥꽃'으로 독자들에게 감동을 전했던 농부 전희식 전국귀농운동본부 공동대표가 18년의 귀농생활을 통해 깨달은 농사, 살림, 마음공부, 농업, 문명 이야기를 책에 담았다. 모두가 성장과 발전을 이야기하며 앞으로 나아가는 길을 모색할 때 그는 우리에게 한 걸음 뒤로 물러설 것을 권한다. 지금 가진 것, 지금 이룬 것을 고스란히 내려놓자고 말한다. 이는 물질문명이 초래한 위기 앞에 막바지에 다다른 인류문명을 되살리는 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오늘의 우리가 행복해질 수 있는 길이 바로 거기에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저자가 내려놓자고 하는 것은 단지 명예와 권력만이 아니다. 재산, 교육, 건강, 집, 지혜, 몸, 능력, 자동차, 직장, 꿈, 전자기기, 자존심, 가전제품 등 삶의 모든 부문을 말한다. 욕망이란 이름으로, 풍요란 이름으로, 편리란 이름으로 포장된 숱한 물질문명의 끝이 결국에는 소외와 좌절과 실패와 분노로 귀결되는 오늘의 현실에서 우리가 살기 위해서라도 새로운 길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그 길이 우리의 앞에 놓인 것이 아니라 뒤에 있다고 주장한다.

역설적이게도 후퇴는 새로운 전진을 의미한다. 길게는 200년의 자본주의 역사, 짧게는 수십 년의 고도 성장사회가 인류문명 전체의 발전방향을 놓고 보았을 때 후퇴일 수 있다. 파괴된 지구환경과 공동체 문화는 인류의 행복지수를 거꾸로 돌려놓았으며, 성장과 경쟁 일변도의 사회는 대다수의 불행과 좌절을 발판 삼아 허울뿐인 경제지표만을 남기고 있을 따름이다. 20세기 인류문명의 핵심인 석유문명과 원자력문명은 오히려 인류문명의 막바지에 다다랐음을 보여주는 허상에 불과하다. 이처럼 뒷걸음질 치는 현대사회를 정상으로 되돌릴 수 있는 길은 삶의 방향을 정반대로 돌려세우는 것이다.

이 책은 농부 전희식의 18년 귀농생활의 종합보고서다. 1980년대 고난과 투쟁의 시대를 혁명적으로 보냈던 그는 새로운 길을 찾아 1994년 전북 완주로 귀농했다. 그러던 중 치매에 걸린 노모를 모시기 위해 2006년 전북 장수로 내려왔다. 18년간 자연재배만으로 농사를 지으며 고집스런 농부로 살았던 그는 농사의 정신, 농부의 삶을 통해 공동체와 생명, 평화를 갈망하는 생태운동가로 거듭났다. 그리고 환경운동, 생태운동, 생명운동의 좌표와 비전, 대안을 우리의 현실에서 건져 올렸다. 자리. 1만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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