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세계 환경 수도?

[월요논단]세계 환경 수도?
  • 입력 : 2012. 10.15(월)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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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가 세계환경수도 조성을 추진한다는 보도가 최근 언론 지면을 장식하고 있다. 2020년까지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으로부터 세계환경수도 인증을 받겠다는 것이 보도의 주요 골자인 듯하다.

그러나 제주도의 환경수도 추진과 관련된 보도에는 아무리 찾아봐도 세계환경수도의 내용이나 구체적인 실체가 없다. 환경수도가 무엇이며 왜 환경수도 인증을 받으려고 하는지 궁금증만 더해질 뿐이다.

세계환경수도에서의 수도는 아마도 한 국가의 정치·행정의 중심이 되는 도시를 일컫는 말인 듯하다. 유추하면 ①세계에서 환경이 가장 잘 보전된 도시 ②환경보전 시스템이 잘 짜여지고 운영되는 도시 ③환경보전 운동의 으뜸 도시 등으로 해석이 가능할 것이다. 이중에서 제주가 추진하고 있는 세계환경수도는 두 번째 내용에 ①과 ③의 내용이 일정부분 가미되는 것으로 짐작이 된다.

세계환경수도 추진이라는 말은 선언적 구호일 때는 공감을 얻을 수 있다. 제주도가 지난 2010년 12월 발표한 세계환경수도 조성 기본계획도 제주도의 환경정책을 총 망라한 백화점식 정책을 나열하는 정도였다. 환경을 잘 가꾸겠다는 의지의 표현인 셈이다. 이미 국내외 많은 도시들이 이 환경수도를 표방하고 있는 것도 이런 내용으로 보면 타당할 것이다.

그런데 지난 9월 6일~15일 제주에서 열린 세계자연보전총회 후속조치를 발표하면서 2020년까지 세계환경수도 인증을 받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선언적인 구호를 실체화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제주도는 도 공식기구로 세계환경수도추진본부와 그 산하에 환경수도조성과를 공식직제로 설치해 본격적으로 이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세계환경허브조성센터를 설립하는 방안도 정부와 협의를 하는 한편 더 나아가 특별법에도 이를 반영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제주도의 이런 계획에는 많은 함정이 도사리고 있다.

우선 앞서 언급했듯이 세계환경수도의 개념이 모호하다는 것이다. 선언적인 구호로는 가능하지만 구체화하기에는 너무나 애매하다는 것이다. 도대체 무엇을 얻겠다는 것인지 설명이 아예 없는 것이다. 애매한 개념을 달성하기 위한 세부실천계획은 더 애매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제주도는 이런 점 때문에 WCC에서 '환경수도 평가 및 인정시스템 개발'을 제안해 IUCN의 결의안을 도출해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환경수도'는 '환경허브'로 바뀌었으며 앞으로 IUCN과 인증시스템을 도출해내는 험난한 과정이 기다리고 있다.

두 번째는 IUCN과 협의를 거쳐 환경허브 인증시스템을 개발하고 이를 제주도가 따내더라도 효용가치에 대한 보장이 없다는 것이다. 이미 '수도'라는 개념은 없어진데다 '허브'도시가 몇 개가 될지, 어떤 위상을 갖게 될지 지금으로선 전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세 번째는 이에 따르는 행정력과 예산의 낭비다. 효용가치가 보장되지 않은 선언적인 구호를 획득하기 위해 조직을 만들고 예산을 투입하고 특별법에 반영하는 노력을 해야 하는것이 적절한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지금 제주도를 둘러싼 경제·사회적인 여건이 그렇게 한가하지 않고 긴급히 풀어야 할 난제들이 쌓여있기 때문이다.

1960년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한 후보가 어떤 마을에 다리를 놓아주겠다고 하자 다른 후보가 나서 강도 없는데 무슨 다리를 놓느냐고 타박을 했다. 그러자 이 후보는 그러면 강을 만들어 다리를 놓으면 될 것 아니냐고 했다는 우스개 소리가 있었다.

제주도는 굳이 환경수도가 아니라도 타이틀이 많다. 생물권보전지역, 지질공원, 람사르습지, 세계자연유산 등은 이미 국제적으로 공인된 것이다. 이런 타이틀들만 잘 활용해도 제주 이미지를 높이고 관광객을 유인하는데 충분하다. 굳이 다리를 놓기 위해 강까지 만들 필요가 있을까 다시 한번 곰씹어 볼 때다.

<김한욱 전 제주도 행정부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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