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민단체의 사무실에 앉아 있던 어느 날. 어떤 아주머니께서 씩씩 열을 내며 사무실을 찾아 들어왔다. 그 아주머니는 이곳이 어떤 일을 하는 곳이냐고 물었다. 그리고 민원이 있다며, 장황한 설명을 늘어놓았다. 아주머니는 도청에서도, 시청에서도 문제를 해결해 주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자신의 억울한 문제를 풀어줄 어느 곳도 찾을 수 없자, 평소 지나다 본 사무실의 이름만을 보고 찾아왔다는 것이다. 그리고는 문제를 풀기 위한 적극적인 행동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표했다.
이렇듯, 주민들은 삶 속에서 다양한 문제를 껴안고 살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는 때로 인식하지 못하거나 순응하는 형태로 귀결되고 만다. 개인으로서는 풀기 어려운 문제가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를 풀 수 있는 기회와 계기가 찾아온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풀뿌리 운동은 이런 개인의 문제를 푸는 기회를 제공한다. 지역풀뿌리 운동의 사례를 들어보고 우리 지역의 대안을 찾아보고자 마련된 '지역희망찾기 풀뿌리강좌'. 그 강좌 속에 지역의 문제를 풀어낼 풀뿌리 운동의 다양한 지향점이 있었다.
주민활동이 전혀 없었던 동작구의 사례를 보자. 동작구 시민단체 '희망동네'는 주민들을 직접 만나고 조직하는 일부터 시작했다. 주민들에게 직접 찾아가 어려움이 무엇인지,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직접 들어보는 활동을 진행했다. 그 과정에서 다양한 활동을 원하는 사람들이 모여졌다. 봉사활동에 대한 욕구가 있는 회원들이 모여 독거노인 도배봉사 소모임을 만들어 운영했고, 매주 동네 파티를 열어 스스럼없이 이야기 하는 자리를 만들었다.
또 이러한 과정 속에서 나타난 아이디어는 새로운 활동방향을 제안하기도 했다. 지역에 어린이도서관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했고, 시민단체와 주민들이 함께 건립을 추진했다. 현재 그 결과로 동작구에는 두 개의 사설 어린이 도서관이 지어졌다. 그 이후로도 풀뿌리운동은 끊이지 않는다고 한다. 지속적인 주민들의 참여로 지금은 3개의 협동조합이 만들어져 운영되고 있다.
우리는 북적거리는 도시 속에서도 마치 외딴 섬에 떠있는 듯 착각을 느끼며 살아야 할 때가 많다. 이웃들과의 인사조차 어색하며, 누가 무엇을 하며 사는지,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알기 어렵다. 그렇지만 사람들이 소통을 원하지 않기 때문에 소통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위의 사례들을 보았듯이, 주민들에게 개인의 문제를 인식하고 풀어나갈 수 있는 여건을 만든다면 참여는 이뤄지기 마련이다. 이렇게 풀뿌리운동은 개인의 문제를 푸는 것부터 시작해, 지역의 문제를 푸는 것으로 나아간다.
이런 맥락에서 한편 생각해 봐야 할 점들이 있다. 기존의 풀뿌리 운동이 지역기반의 주민운동이 아닌, 시민단체 중심의 정해진 틀 속 운동이 아니었는지. 그리고 주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넓은 그릇을 만들어 두었는지 말이다.
결국 풀뿌리 운동의 해답은 주민의 참여에 있다. 지역에 대한 문제를 시민단체와 주민들이 함께 공유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렇게 참여로 이뤄진 선순환 구조의 풀뿌리운동은 우리가 잃어버렸던 공동체의 회복의 단초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동네에도 주민들이 흥겨워지는 풀뿌리 활동이 활성화되길 바란다.
<박중건 제주대안연구공동체 연구지원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