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년 사이에 자주 거론되는 키워드 중의 하나가 도시이다. 도시는 과거에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살아왔던 사람들의 삶의 집적체이다. 그 속에는 역사와 문화라는 큰 틀 속에서 들여다 볼 수 있는 삶의 모습들을 다양한 형태와 흔적으로 담아내고 있는 것이다. 그러한 형태와 흔적이 많을수록 품격있는 도시가 되는 것이며 삶의 질 추구와 아울러 경쟁력 있는 관광지로 이어지는 것이다. 대표적인 도시혁신의 사례로 브라질의 꾸리찌바와 일본의 요코하마 등을 들 수 있다. 꾸리찌바 도시개혁은 기본적인 공원 네트워크, 자전거 도로와 보행자 도로망을 연결한 공공광장의 건설에 초점을 둔 저비용의 교통시스템, 쾌적한 주거환경과 교통해결의 혁명에 초점을 둔 자전거도로망의 구축, 그리고 소외된 도시빈민과 서민의 가슴 속에 희망이 싹트도록 하기 위한 지역도서관 설치와 같은 교육프로그램의 강화 등 물리적 혁명, 경제적, 사회적, 그리고 문화적 혁명이라 할 수 있다.
요코하마의 창조도시 프로젝트도 도시혁신에 초점을 둔 것이었다. 도심부의 도시기반 정비가 늦어진 요코하마는 항구주변을 중심으로 업무, 상업, 주택 등의 기능을 가진 신도심정비를 적극적으로 추진한 결과 엔터테인먼트 기능은 축적되었지만 예술 기능은 그다지 축적되지 않은 문제를 안고 있었다. 또한 도심에 입지한 역사적 건조물도 점차 훼손되기 시작하고, 장기화 불황으로 인한 부동산 하락을 배경으로 도심부에 많은 아파트가 건설되기 시작하면서 요코하마의 구 시가지는 큰 위기에 직면했는데 이에 대한 대응책이 '창조도시 요코하마'이다. 창조도시의 핵심은 도시재생에 문화예술을 접목시킨 도시혁신이라는 점이다. 문화예술은 시민생활을 충실하게 할뿐만 아니라 도시의 활성화 특히 국제적인 경쟁력에 있어서 큰 효과를 가져오게 할 것이라는 개발철학에서 시작된 것이다. 즉 문화예술, 경제의 진흥이라는 소프트(Soft)한 측면과 요코하마다운 매력적인 도시공간형성이라는 하드(Hard)한 측면의 시책을 융합한 새로운 도시비전이 '창조도시 요코하마'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꾸리찌바와 요코하마의 성공적인 도시혁신의 배경에는 정책결정자의 강력한 리더십과 확고한 도시비전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일본의 카나자와 시장의 도시비전에 대한 언급은 우리가 진지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카나자와는 집객력에 의존하는 관광도시를 지향하지는 않는다. 카나자와는 역사와 문화의 가치를 존중하는 개발을 추진하고 이를 통해 시민의 삶의 수준을 높이기 위해 노력할 뿐이다. 그 결과로 얻어지는 것이 관광도시이다." 리더십의 중요성을 실감하게 하는 부분이다.
역사와 문화의 자원을 풍부하게 보유하고 있는 제주도도 관광도시를 지향하고 있고 더 크게는 국제자유도시를 지향하면서도 생태도시, 녹색도시, 세계환경수도 등 다양한 도시목표를 갖고 추진해 오고 있으나 실질적인 도민의 삶의 질뿐만 아니라 세계도시와의 경쟁력에 있어서도 높아진 것도 없거니와 가시적인 결과도 그다지 크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끊임없는 해안매립과 도로건설, 디즈니랜드와 같은 대규모 관광지개발과 케이블카 설치, 강남스타일의 아파트 건설만이 도시개발은 아닌 것이다. 제주도는 도시혁신을 위한 어떠한 실질적인 노력들을 하고 있는지 점검이 필요한 시기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아름다운 도시의 미래를 꿈꾸고 적절하고 세련된 정책내용을 담아내는 정책결정과의 안목과 리더십이 요구되는 시기이다.
<김태일 제주대학교 건축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