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路 떠나다]서귀포시 한남리 '머체왓숲길'

[길 路 떠나다]서귀포시 한남리 '머체왓숲길'
목장길… 옛집터길… 삼나무숲길…, 더불어 있어 좋다
  • 입력 : 2012. 12.07(금) 00:00
  • 이현숙 기자 hslee@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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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목장 인근에는 겨울철 좀처럼 보기 힘든 드넓은 초록빛 목초지가 눈에 들어온다. 특히 목초지를 지나면 줄을 제대로 맞춰 서 있는 삼나무숲길이 펼쳐지고, 숲속 옛 집터와 그 곳으로 향하는 돌담 올레가 고스란히 남아 있다.

6.7km코스 아기자기… 방문객센터 24일 개관
40여년전 주민 살았던 옛 집터 모습 고스란히
초겨울 초록빛 목초지서 뛰노는 노루도 볼거리


화려한 색감의 가을 숲을 찾은지 얼마되지 않은 듯 한데 시간이 참 빠르다. 초겨울 숲은 가을에 칠했던 채도를 한단계 낮춘 듯한 색감으로 다가온다. 초겨울 숲길은 대기의 찬 공기와 햇살과 살갗을 드러낸 가지의 오묘한 어울림으로 신비로움을 자아낸다. 얼굴을 스치는 바람은 차갑지만 걸을수록 바람은 기분좋게 느껴진다.

바람이 세찬 초겨울 날씨를 보인 지난 4일 서귀포시 남원읍 한남리 '머체왓숲길'을 찾았다.

머체왓숲길은 행정안전부 주관 2012 친환경 생활공간 조성사업 '우리마을 녹색길' 공모에 제주에서 유일하게 선정되면서 공동목장일원에 조성됐다. 국비 4억원, 지방비 4억원 등 8억원이 투입됐다.

'머체왓'은 돌이 쌓이고 잡목이 우거진 곳을 뜻하는 제주어 '머체'와 밭을 의미하는 '왓'이 합쳐진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실제로 숲길에는 돌무더기와 잡목이 엉켜있는 곳이 많다. 하지만 모양새가 말의 형상을 하고 있다고 해서 붙여진 '머체오름' 남쪽터를 말하는 것으로 알려지기도 한다. 머체왓 숲길은 목장길, 곶자왈길, 삼나무숲길, 서중천 상류 생태숲길로 이어지는 전체 6.7km로 이뤄져 있다. 2시간30분 정도면 돌아볼 수 있다.

국가태풍센터에서 서쪽으로 200m 가면 한남리 머체왓숲길 입구가 나온다. 한남리 머체왓숲길은 돌담쉼터~느쟁이왓다리~방애혹~제밤낭기원쉼터~머체왓전망대~산림욕치유쉼터~머체왓옛집터~서중천숲터널~올리튼물로 이어지는 코스. 입구에는 정낭이 설치되어 있다. 조금가면 나무로 조성된 '느쟁이왓다리'가 나온다. 이곳을 지나면 방애혹숲길이 나온다. 곶자왈 본연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길이다. 오소리굴도 볼 수 있다.

▲①옛 집터에 고스란히 남아 있는 통시(돗통). ②머체왓 숲길다리. ③오는 24일 개장식을 갖는 방문객지원센터. ④마목장 인근 초록빛 목초지에서 뛰노는 노루들. 이현숙기자

숲길에서는 편백나무 구실잣밤나무 꾸지뽕나무 조록나무 동백나무 등이 걷는 이들을 맞이한다. 숲으로만 이뤄졌다면 심심했을지도 모를 테지만 머체왓숲길에서는 심심할 틈이 없다. 조록나무 숲길을 지나면 오름앞 언덕에 설치된 전망대가 가슴을 확 트이게 해준다.

이어 마목장을 옆으로 겨울에 보기 힘든 초록빛 목초지가 눈에 들어온다. 이곳에서는 삼삼오오 여유롭게 노니는 노루를 만나는 기쁨도 누릴 수 있다. 초겨울에 만나는 초록 들판은 색다른 묘미를 준다. 목초지를 지나면 줄을 제대로 맞춰 서 있는 삼나무숲길이 펼쳐지고 숲속 옛 집터와 그 곳으로 향하는 돌담 올레가 고스란히 남아있다.

마을길에서 집까지 연결된 아주 좁은 골목을 말하는 '올레'의 진모습을 머체왓 숲길에서 우연히 만나게 되면 탄성이 절로 나온다. 이곳에는 40~50년 전 마을 주민들이 거주했던 머체골의 흔적들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옛 집터는 안거리와 밖거리, 통시(돗통)가 고스란히 남아 있다. 돌담과 구들, 굴묵까지 옛 제주사람들의 살림살이 풍경이 머릿속에 그려진다.

옛 집터에서의 시간여행을 뒤로하면 숲길이 다시 나온다. 한남리와 의귀리를 거쳐 남원리로 흐르는 서중천 상류의 숲길은 부엽토가 깔려 푹신한 느낌이다.

오는 24일 개장식을 갖는 방문객지원센터는 휴게실과 특산품판매점과 소회의실 등을 갖추고 있다.옥상에는 잔디가 심어져 있어 초록빛 들판과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고철희 한남리장은 "지금은 숲길만 조성되어 있지만 다양한 특산품을 판매해 지역주민들의 소득이 창출되면 제대로 숲길을 관리하는데 재투자되는 '선순환'구조를 가질 것"이라며 "어린이들이 찾을 수 있는 휴식공간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마을 주민 10명으로 구성된 녹색길지킴이단을 활용해 방문객 안내와 녹색길 순찰 활동, 모니터링활동도 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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