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낳고 키우는 일은 부부 둘이 해도 어렵고 힘든 일이다. 아침에 일어나 아이를 씻기고 옷을 입힌 뒤 어린이집에 보낸 후 출근을 한다. 저녁에 퇴근하자마자 다시 어린이집으로 달려가 보지만 늘상 우리 아이만 혼자 남아있다. 일하느라 늦을 수밖에 없지만, 벗 없이 혼자 부모를 기다리는 아이에게 항상 미안하다. 그런 아이를 집으로 데려와 밥 먹이고 같이 놀다가 잠자리에 드는 게 지난 1년간 우리 부부의 생활이었다.
그런데 내가 내년 초에는 현역병으로 군대에 가야 한다. 나와 아내, 둘이 함께 키우던 아이를 이제는 아내 홀로 키워야 하는 문제가 남겨져 있다. 내년부터는 어떻게 해야 할까? 아내는 직장을 옮겨야 하나, 어린이집을 옮겨야 하나, 아니면 직장 근처로 이사를 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다. 나는 옆에 있어 주지 못하기 때문에 선뜻 말을 꺼내지도 못한다. 어찌됐든 아내가 짊어져야 할 짐은 나의 빈자리보다 결코 작지 않다.
내 아내가 군대를 가야 하는 남자와 만나 결혼하고 아이를 낳아 같이 살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이렇게 큰 부담을 가져야 하는지 의문이 들었다. 국민으로서 국방의무를 갖고 있지만, 국민이기에 앞서 부모로서 자녀에 대한 양육의무도 있다고 생각했다.
헌법재판소 판례(2005헌마1156)를 찾아보니, "양육권은 공권력으로부터 자녀의 양육을 방해받지 않을 권리라는 점에서는 자유권적 기본권으로서의 성격을, 자녀의 양육에 관해 국가의 지원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라는 점에서는 사회권적 기본권으로서의 성격을 아울러 가지며" 또한 소수의견으로 "자녀의 출산과 양육은 국가를 유지하기 위한 인적 기반이 된다는 점에서 국가공동체의 생존 및 발전, 나아가 인류의 존속을 위해서도 결코 소홀히 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자녀에 대한 양육권은 부모의 천부적인 권리인 동시에 부모에게 부과된 의무"라고 결정했다.
즉, 양육의무는 국방의무와 마찬가지로 헌법으로 보장된 의무일 뿐 아니라, 국가에 대한 국민의 권리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국방의무와 자녀양육권리의무는 제도를 통해 서로 조화롭게 수행돼야 한다. 특히 여러 경험과 논문을 참고했을 때 양육의무에는 1) 처자식의 생계를 위한 경제적 활동 2) 자녀의 정서 및 사회적 발달을 위한 아버지의 역할 3) 배우자와 가사노동 분담 등이 기본적으로 포함된다.
따라서 국가는 내가 군복무를 하는 과정에서 위의 세 사항을 기본적으로 보장해줘야 한다. 노동자의 최소 육아휴직급여인 50만원 수준으로 사병 복무자에 대한 양육수당 신설·지급을 검토해야 한다. 연간 30만 명의 입영자 중 아이가 있는 병역의무자는 1000명도 안되기 때문에 추가 지출되는 예산은 60억 원이며, 2013년도 국방예산 34조 6000억원의 약 0.018%에 불과하다. 또한 현재도 결혼을 해서 아이를 키우는 현역병은 상근예비역으로 편입해서 출퇴근 복무를 하고 있지만, 특정한 소수에는 제외돼 있으므로, 불합리하고 위헌적인 조항을 폐지해서 모든 병역의무자의 자녀양육권리의무를 보장해야 한다. 민주공화국의 시민으로서 헌법에 근거해 요구한 최소한의 기본적인 권리를 국가가 보장해주지 않는다면, 나는 국가와 맺은 사회계약을 파기할 수도 있음을 단호히 밝힌다.
<김동주 제주환경운동연합 대안사회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