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도정은 문화를 논할 자격이 있는가?

[월요논단]도정은 문화를 논할 자격이 있는가?
  • 입력 : 2012. 12.31(월)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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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舊)제주대학교 본관, 피난민주택, 남제주군청사, 카사델아구아, 구(舊)제주시청사. 보전의 가치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철거됐거나 철거의 위기에 직면한 건축물들이다. 2012년 제주사회의 건축계를 달군 가장 큰 이슈는 카사델 아구아의 철거문제였고 이 문제는 여전히 진행형으로 남아있다. 이제는 대한민국 건축계를 비롯해 문화계가 제주도정과 해당기업의 대응에 주목하고 있고 제주도정의 문화정책과 제주사회의 문화수준을 평가받게 됐다. 이러한 상황 속에 구 제주시청사가 철거되고 있다는 비보(悲報)를 접하면서 참담하고 슬프다. 구 제주시청사는 1955년9월 제주시 승격 이후 본격적인 행정업무를 위한 시청사 건립이 요구됐고 이를 위해 한국의 근대건축가 박진후가 설계해 1959년10월에 완공된 도내 최초 벽돌조로 건립된 행정건축물로서 1980년3월 지금의 시청사로 이전하기까지 제주시의 행정업무가 이뤄졌던 제주시 행정사(行政史)의 중요한 건축물이라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중요성 때문에 제주도 근대문화유산 조사 및 목록화 (2003년) 작업이 추진됐고 탐라문화권 발전기본계획(2008년), 제주목관아 보존·관리 및 활용계획(2011년) 등 정책연구를 통해 근대문화유산의 효율적인 활용방안까지 제시됐음에도 불구하고 철거되고 있는 것은 제주도정의 문화정책의 난맥, 문화와 문화재에 대한 인식의 한계를 보여주는 것이라 생각된다. 한편으로는 함께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문화지킴이로서 올바른 역할을 하지 못한 지식인과 관련단체 역시 책임과 역할에 있어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며 깊은 자기 성찰이 필요할 것이다.

문화란 무엇인가? 민족, 시대 혹은 지역, 개인에 따라 정의가 달라질 수 있겠으나 일상적인 삶에 뿌리내려 시대와 역사의 흐름과 궤를 같이하며 축척된 양식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건축은 정치와 경제, 역사 등 시대와 사회의 다양한 생각들을 담아내고 있다. 때로는 장소이기도 하고 공간이기도 하고 때로는 건축적 양식(형태)이기도 하다. 그래서 건축문화라고 하며 의미 있는 건축물을 문화재로 지정, 보전하려는 것이다.

프랑스 건축법 1조에 '건축은 문화'다 라고 정의하고 있다고 한다. 의미심장한 내용이 아닐 수 없다. 건축을 평당 단가로 환산하는 부동산 가치가 우선인 우리의 현실, 문화적 가치 판단보다는 단순한 법적 논리로 철거논의가 선행되는 우리의 현실은 문화축척이 없는 사회인 셈이다. 제주도는 특별자치도로서의 위상과 국제자유도시를 지향하고 있다. 제주의 역사와 문화의 기반 위에 주민의 삶을 자치적이고 민주적으로 관리하도록 권한을 부여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제주도정의 문화정책부서가 앞장서서 철거를 주장하며 스스로 문화자원의 축척을 반대하고 있고 한편에서는 제주도정이 추진하고 있는 탐라문화권사업의 핵심지역에 있는 근대건축물 조차도 방관자적인 입장으로 대응하는 모습을 보면서 진정 문화를 논한 자격이 있는지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21세기 가치의 중심은 문화와 환경이다. 21세기에 문화가 부각되고 있는 이유는 문화의 경제적 가치 때문이며 새로운 성장동력이 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문화산업이 중요해지고 있고 문화콘텐츠가 주목받고 있으며 문화도시를 지향하는 것이다.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도시의 문화적 깊이와 생활의 수준을 가늠하는 척도이자 미래사회를 변화시킬 문화를 어떻게 구축해 나갈 것인가, 지금 우리가 고민해야 할 과제가 아니겠는가! 미국 카네기멜론대학의 석학 리처드 플로리다(Richard Florida) 교수가 미래를 향해 변화를 주도하는 현대사회의 주역을 '창조적 계급'(cre-ative class)이라 주장했다. 그의 말을 좀 더 진지하게 생각해볼 시기이다. <김태일 제주대학교 건축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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