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로병사]'1·1·9'가 좋은 응급실

[생로병사]'1·1·9'가 좋은 응급실
  • 입력 : 2013. 01.11(금)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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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연시를 맞아 모두들 많은 모임을 갖고 있고, 아마도 그 모임에 술이 빠지는 일은 없을 것이다. 좋은 사람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며 때로는 진심어린 대화를 나누고, 때로는 장난스러운 농담을 건네는데 술은 나름 그 역할을 충실하게 해낸다. 하지만 술이 그 역할을 넘어 과도한 욕심을 내고 술이 술을 마시게 되면, 좋던 사람들이 우리를 화나게 하고, 즐거운 시간이 기억하기 싫은 시간이 되기도 한다.

지난해 지역건강통계를 보면 한 번의 술자리에서 남성은 7잔 이상, 여성은 5잔 이상을 주 2회 이상 술을 마시는 고위험음주율이 제주도가 가장 높았다. 전국 평균인 18.2%를 훌쩍 넘고, 2위인 강원도의 21.4%와도 꽤 차이를 보이며 23.1%를 차지했다. 한마디로 주당(酒黨)이 많은 제주도인 셈이다.

과도한 음주는 장기적으로 자신의 건강을 해치는 독이 되는 것도 문제이지만, 종종 다양한 사건·사고와 관련되는 경우도 있다. 하루도 끊이지 않고 언론에 보도되는 각종 흉악범죄, 살인 미수와 다름없는 음주운전, 그리고 최근 사회적인 이슈가 되고 있는 주취폭력(酒臭暴力) 등이 그러하다. 그간의 잘못되고 관대한 음주문화의 영향으로 주취폭력을 술주정이려니, 그냥 재수가 없으려니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분명 엄연한 폭력이고 개인의 문제가 아닌 심각한 사회적 문제임에 틀림이 없다.

특히 응급실에서의 주취폭력은 중대한 불법행위이며, 그 처벌도 매우 엄중하다. 응급실은 공공의료의 역할을 수행하는 공간으로, 그 시설, 장비, 인력이 안전하게 다수의 응급환자에게 최선의 진료를 할 수 있도록 법률에 의해 보호받고 있다. 응급실에서의 폭력은 의료인의 안전뿐만 아니라 진료 중단이나 2차적인 폭력으로 인해 다른 환자나 보호자의 안전을 위협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일반 폭력이나 협박에 대한 처벌이 2~3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인 것과 비교해, 폭행, 협박, 위력 등으로 진료를 방해하거나 시설, 기물을 파손하여 응급의료를 방해하면 5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한 것을 봐도 응급실 폭력이 얼마나 큰 잘못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최근 들어 우리 사회의 잘못된 음주문화를 바꾸자는 인식들이 확대되고 있다. 어느 대학에서는 신입생 환영회에서 음주를 금하기도 하고, 많은 관공서와 기업들이 '건전음주 119'를 외치고 있다. 1가지 술로, 1일 적정 음주량만큼(또는 1차만), 오후 9시 이전에 마무리하는 '119 음주문화'. 비단 응급실 폭력의 문제를 떠나 개인의 건강과 사회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서 새로운 음주문화가 우리 주변에 정착되기를 기대해 본다.

그래서 응급실은 119가 좋다. <김우정 응급의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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