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투명성기구란 곳이 있다. 국제적·국가적 부패 극복을 목표로 하는 공익적인 국제비정부기구로 세계은행(IBRD) 아프리카-라틴아메리카 경제개발 프로그램 관리자로 근무하던 피터 아이겐(Peter Eigen)이 설립했다. 그가 이 단체를 설립한 것은 세계은행 근무 중 후진국의 발전을 가로막는 것은 부정·부패라는 것을 뼈저리게 인식했기 때문이다.
국제투명성기구는 국가의 공공부문 청렴도 평가지표인 부패인식지수를 매년 발표한다. 부패인식지수는 정치권 등 공공부문에 부패가 얼마나 존재하는지에 대한 인식 정도를 평가한 지표다. 지난해 한국이 받은 점수는 100점 만점에 56점. 순위로는 세계에서 45위다. 2011년 43위에서 2계단이나 떨어진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중 순위는 27위로 지난해와 같았다. 꼴찌 수준이다.
국제투명성기구 한국지부인 한국투명성기구는 "한국의 연이은 하락과 정체는 최근 몇 년간 나타난 한국사회의 권력부패 현상과 무관하지 않다"며 "새 대통령은 부패 해결의 청사진을 제시하고 이를 실현할 의지를 가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에선 국민권익위원회가 공공부문을 대상으로 이와 비슷한 평가를 한다. 청렴도 평가는 외부청렴도, 내부청렴도, 정책고객 평가 점수를 가중 평균한 후 부채사건 발생현황 및 조사신뢰도 저하행위를 감점하는 방식이다.
지난해 제주도가 국민권익위원회 청렴도 평가에서 받은 점수는 10점 만점에 6.29점으로 전국 광역 자치단체 중에서 맨 꼴찌에 이름을 올렸다. 국가기관과 다른 공공부문에 비교해도 꼴찌수준은 벗어나지 못한다. 물론 국민권익위원회는 이 조사가 기관별 외부 청렴도는 부패발생 가능성이 높은 주요 업무 민원인을 대상으로 측정한 결과이며 측정대상 기관의 모든 업무를 대상으로 한 것은 아니라고 밝히고 있다.
해당 기관의 모든 구성원이 비난받을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맞는 말이다.
그런데 이같은 평가가 나온 원인은 무엇일까. 몇 가지로 구분해 생각할 수 있겠다.
우선 실제 부정·부패가 만연한 경우다. 이게 확실하다면 부정부패 척결을 위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할 것이다.
두 번째는 부정부패가 심하지는 않지만 구성원과 민원인들이 그렇게 느끼고 있는 경우다. 실제로 다른 지역에서 사업을 하던 분들이 제주에서 사업을 하는 경우 이런 말들을 종종하기도 한다. 제주지역 공무원들과 밥 한 끼 소주 한잔 같이 하기도 쉽지 않다는 것이다. 너무 깨끗해서 탈이라는 것이다. 이 경우라면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다.
세 번째는 다른 요인에 의해 거짓 답변을 하고 있는 경우다. 편향된 인사로 나타나는 불만이라든지, 행정행태 등이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거나 일방적이고 무원칙한 일처리 방식, 언론을 통해 보도되는 각종 특혜의혹 등으로 허탈감에 빠진 공무원이나 민원인들의 불만이 이런 결과로 표출되는 경우를 상상해볼 수 있다. 이 경우라면 앞의 첫 번째 이유보다 상황은 더 심각할 수도 있다.
얼마 전 고위 책임자가 왜 월급을 많이 받는 공무원들이 밥을 얻어 먹느냐는 질책을 했다는 보도를 보았다. 그러나 이런 문제는 돌출발언식의 질책으로 해결될 사안은 아니다. 원인을 정확하게 분석하고 대책을 세워 차근차근 실천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무턱대고 비난만 하는 것은 성실하게 일하는 대부분의 공직자들에게 상처만 줄 뿐이다. 지역 발전과 도민 복지 증진을 위하여 밤낮으로 열심히 일하는 공무원들의 사기가 떨어져서는 안된다. 올해는 더 나은 성적표를 받아 들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김한욱 전 제주도 행정부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