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민정 외과
약 두 달 전 전신 화상 환자가 내원했다. 환자의 상태를 확인하니 상황은 심각했다. 전신 40% 정도의 3도 중증 화상이었던 것이다. 우선 기도 확보를 위해 기관 삽관을 하고, 중심정맥관을 잡는 등 응급 처치를 서두른 뒤 화상의 정확한 범위와 깊이를 확인했다. 화상은 손상된 피부조직의 깊이에 따라 그 정도를 구분하는데, 3도 화상이란 표피, 진피 뿐만 아니라 피하조직까지 포함한 피부의 전 층을 침범한 경우를 말한다. 그러므로 피하조직 내에 있는 모세혈관, 지방조직, 말초신경 등이 손상되어 통증 조차 느끼지 못하는 것이 보통이다.
화상환자의 경우 내원 당시에는 별 문제가 없어 보여도, 전신 조직이 부어 오르면서 호흡곤란이나 조직 괴사가 발생할 수 있어 사망률이 높다. 이런 합병증을 막기 위해 응급 처치 후 환자를 수술장으로 옮겨 근막 절개술을 시행하였다. 중증 화상 환자의 경우 조기 대응도 중요하지만 우리 몸의 중요한 방어막인 피부가 화상으로 인해 그 기능을 상실한 상태이기 때문에 전신 감염이라는 불가피하면서도 치명적인 합병증을 겪게 된다. 또한 3도 화상의 경우 피부의 상피가 자연 재생력을 잃은 상태이므로 피부이식을 필요로 한다. 이 환자도 반복되는 전신소독과 피부이식을 위해 지금까지 20여회의 수술이 시행되었다.
밭에서 작업을 하던 중 장작불을 피워 추위를 피하려던 한 남성은 흡입화상을 입어 내원하기도 하였다. 시장이나 야외 현장에서 일하면서 불을 직접 쬐는 사람들이 저온, 흡입화상의 위험이 높은데 바람 많은 제주에서는 특히나 이를 더 조심해야 할 것이다. 흡입화상은 화상 환자의 주 사망 원인 중 하나이다. 밀폐된 공간에서의 화상이나, 코털의 그을음 등이 발견되는 경우 흡입화상을 의심하고 호흡 곤란 시 즉시 기도 삽관이 가능한 환경에서 초기부터 주의 깊은 관찰이 요구된다.
흔히 화상은 뜨거운 물이나 화염 등 높은 온도의 열에 피부가 노출되었을 때 발생한다. 하지만 요즘 같은 추위에 전열 난방기기에 의한 저온화상 역시 주의해야 할 것이다. 상대적으로 감각이 무뎌진 고령자나 당뇨가 있는 경우 저온화상의 위험은 더욱 높아진다. 전열기구 사용을 최소화하며, 불가피할 경우 옷이나 장갑을 착용하고 두꺼운 이불을 덮는 등 열과 직접 접촉하는 시간을 줄이는 게 중요하겠다.
후유증이 심각한 화상의 경우 사고 후 응급처치와 전문적인 치료가 반드시 뒤따라야 하는데도 전문인력과 치료병원은 절대적으로 부족한 것이 국내 현실이다. 더구나 비현실적인 의료 수가로 인해 고액의 치료비로 고통 받는 환자들도 많다. 화상환자의 적절한 치료 및 관리를 위해서는 화상센터가 설비된 치료기관에서 경험이 풍부한 화상전문의의 지시에 따라 외과, 성형외과, 응급의학과, 마취과, 정신과, 물리치료사, 사회사업가 등으로 구성된 전인적 의료팀의 적극적인 치료가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