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로병사]진료실에서
  • 입력 : 2013. 02.15(금)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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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정신과 진료를 받기 전까지 대부분의 부모들 앞에는 여러 가지 장애물이 놓여 있다. 소아정신과라니? 우리아이를 이상하게 보면 어쩌나? 내가 뭔가 잘못해서 이런 문제가 생긴 것은 아닌가? 혹시 기록에 남아 우리아이에게 불이익이 생기는 것은 아닌가?

이 모든 염려에도 불구하고 진료실을 찾은 부모들은 참으로 훌륭한 분들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그런 여러 이유에도 불구하고 내 아이를 걱정하고 내 아이의 건강과 안녕을 먼저 생각하는 마음이 앞설 때에 결정을 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우려와 걱정이 사실을 기반한 것이라기보다는 정보 부족, 확실하지 않은 선입관이나 편견에서 기인한다.

전 국민의 3명중 1명은 평생에 한번 정신건강문제를 겪게 된다. 낙인을 찍기에는 우리 자식, 형제 가족 중 한명 이상에게 생길 수 있는 매우 흔한 문제이다. 또한 감기처럼 단기간 앓다 사라지는 가벼운 문제도 많다. 뇌과학의 발달로 좋은 약물들이 많이 개발돼 치료 반응이 놀랍게 좋아졌다. 따라서 그렇게 두려워할 질병이 아니다. 소아에서는 특히 일시적 환경변화나 스트레스 등으로 오는 적응 문제들이 많고 약간의 환경적 도움으로도 좋아지는 경우가 많다. 잘 알려진 ADHD(주의력 결핍 과잉활동장애)의 경우 조기발견 및 치료로 많은 합병증을 예방하고 만족스런 효과를 얻는 경우가 많다. 청소년에서 우울증 치료는 자살이라는 극단적 파국을 막을 수 있게 한다.

그리고 의료기록은 절대 비밀보장이며 5년이 지나면 폐기된다. 보험 관련해서는 회사마다 차이가 있지만 정신과 질환에 국한 된 것이 아니고 장기간 치료를 필요로 하는 질환에 한해서 제한을 두는 것으로 알고 있다. 비교적 가벼운 정신질환에 대해서는 법적으로 제한 철폐를 하기위한 작업이 복지부 등 관련 부서를 중심으로 진행 중이다.

문제는 이러한 걸림돌들 때문에 적절한 시기에 치료를 받을 기회를 놓치거나 문제를 키우게 된다는 점이다.

예전보다는 소아정신과 진료실의 문턱이 많이 낮아졌다. 진단을 받기 전에 이미 어느 정도 문제를 파악하고 인정하고 오기 때문에 치료에 협조적이다. 소아정신과에서 치료는 의사 혼자서 하는 것이 아니다. 부모의 도움이 필요하고 때로는 공동치료자가 된다. 그런데 상당수의 부모들이 양육 스트레스, 부부문제 등 여러 이유로 불안하거나 우울한 경우를 본다. 그래서 부모 상담 및 치료가 필요하다. 부부 사이가 좋고 양육에 협조적일 때 가장 아이의 치료가 잘된다. 부모 자신이 마음 건강에 문제가 있으면 제대로 양육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해서는 자신을 돌봐야 한다.

오늘 오랫동안 진료를 받고 다른 곳으로 이사 가게 된 아동의 어머니가 마지막 방문을 했다. 한부모 가족으로 힘들었을텐데 긴 시간 동안 빠지지 않고 열심히 치료에 응했던 어머니다. 때로 부모들의 정성에 의사로서 감동과 경외심을 갖게 된다. 치료도 정성이 필요하다. 의사와 보호자의 정성이 함께 하면 어떤 질병도 견뎌낼 수 있다.

나의 바람은 내 작은 진료실이 '아이들의 오아시스'가 되는 것이다. 학업 부담·경쟁과 폭력, 모든 종류의 스트레스로부터 지친 아이들이 마음의 갈증을 해소하고 다시 채워나갈 수 있는 그런 곳이 되길 바란다. <곽영숙 제주대학교병원 소아정신건강의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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