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愛 빠지다]선진 승마문화 도입 케이트 박

[제주愛 빠지다]선진 승마문화 도입 케이트 박
"전세계 승마인이 찾는 곳으로 만들고파"
  • 입력 : 2013. 02.22(금) 00:00
  • 표성준 기자 sjpyo@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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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마 정보를 제공하는 파워 블로거 케이트 박은 제주도 중산간에 승마장을 조성해 선진 승마문화 전파에 발벗고 나서고 있다. 표성준기자

2010년 중산간에 초지 조성·승마장 지어
말과의 교감법 알리는 승마아카데미 개설
파워블로거 유명세 타고 전문서적도 펴내

불과 50~60년 전만 해도 제주도에서는 안장도 없는 말에 올라타 밭에 가는 여인네들이나 어지간한 거리는 말을 타고 출퇴근하는 남정네를 볼 수 있었다. 학교 운동회에서는 경마 경주가 진행되기도 했다. 고로(古老)에 의하면 지금의 '몽고 마상쇼'는 유도 아닐 만큼 말은 늘 제주사람들의 곁에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문화는 근대화 과정에서 순식간에 사라져버렸다.

케이트 박(50)이 제주도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순전히 말 때문이다. 20대 때 외국인과 결혼한 이후 홍콩에 살면서 승마를 접한 그는 홍콩 유명 승마클럽의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2005년부터 다시 한국을 자주 드나들게 된 그는 경기도의 한 승마장을 찾았다가 충격을 받았다. 주인이라는 사람이 말에게 소리지르는 것도 부족해 때리고 발로 차는 것을 목격하게 된 것이다. 오죽하면 말구조센터를 설립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을까.

그해부터 승마인들과 정보를 나누기 위해 블로그 '따그닥 따그닥'을 운영하면서 국내에는 승마 관련 자료가 터무니없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는 자신의 경험과 노하우를 블로그를 통해 제공하기 시작했다. 유명 교관뿐만 아니라 마치의, 스포츠마사지사, 안장 만드는 장인에 이르기까지 국제적인 전문가들과 교류하면서 배운 선진 승마 정보를 모두 쏟아냈다. 그 결과 2006년 한국마사회의 제1회 KRA명예블로거 선발대회에서 우수 블로거로 꼽힐 만큼 '파워 블로거'로 자리잡았으며, 2010년에는 '승마, 교감의 예술'이라는 책을 펴냈다.

그리고 2010년 제주도에 정착한 부모님과 왕래하면서 접한 제주도의 자연환경에 흠뻑 빠졌다. 그해 가을 2000평짜리 땅을 구입해 제주시 조천읍 중산간지역에 초지를 조성하고 승마장을 짓기 시작했다. "제주도는 수목이 많고 자연을 가까이 할 수 있어서 승마에 적합한 지역이에요. 홍콩서 쓰던 안장과 굴레, 재갈 등의 말갖춤을 갖다 놓고 말도 들여놓기 시작했지요. 개인 마장의 표본이 되는 마장을 만들고 싶었어요." 마방에 갇혀 스트레스 받는 말은 키우기 싫어 그는 모든 말을 늘 풀어놓는다. 그 말들은 사랑을 받아서인지 낯선 사람을 만나도 뒷걸음질치는 일이 없고, 오히려 다가와서 호감을 표시한다.

지난 1월 31일부터 2월 3일까지 첫 승마아카데미도 운영했다. 연세대 승마동아리 학생들이 방문해 새로운 승마문화를 배우고 갔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운영하는 마장에서는 배울 수 있는 게 한정돼 있어요. 전반적인 상식도 없이 그냥 타고 달리기만 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거든요. 말을 왼쪽에서 타는 이유에서부터 시작해 굴레와 안장 장착법, 말의 신체적 언어에 이르기까지 말을 이해하고 교감하는 법을 알려줬지요."

그는 안장 없는 말을 타고, 근육의 긴장과 이완만으로도 말의 속도를 조절할 수 있는 경지에 이르게 됐다. "말은 자신의 등을 빌려줄 만큼 너그럽고 사람과 교감할 만큼 민감하고 고상하다"고 믿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이제 그는 두 번째 책 출판을 앞두고 있다. 폭력 없는 승마, 말들과의 교감을 통한 승마가 주된 내용이다. 그는 제주도를 전 세계인이 찾는 승마문화의 선진지로 만들고 싶어한다. 자기 말을 키우고 마장을 갖는 게 꿈인 승마인들에게 제주도만한 자연이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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