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건강보고서 3H](10)미숙아망막병증

[제주건강보고서 3H](10)미숙아망막병증
재태기간 31주·체중 1500g 미만 망막검사 '꼭'
  • 입력 : 2013. 03.08(금) 00:00
  • /조상윤기자 sycho@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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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대학교병원 안과 차동민 교수가 미숙아망막변증으로 입원치료 중인 신생아를 살피고 있다.

선천성 양안실명 흔한 원인
조산과 저체중시 확률 높아
치료 늦으면 시력예후 불량

미숙아란 재태(在胎)기간 36주 이하에 태어난 신생아를 일컫는다. 미숙아는 만삭아에 비해 여러 기관들이 완성되지 못한 채 태어나게 되는데, 이러한 기관들 중 눈 또한 예외가 아니다. 특히 눈에서 카메라의 필름과 같은 역할을 하는 망막은 중심부에 위치한 시신경유두로부터 주변부 망막으로 혈관이 점진적으로 자라 들어가면서 그 구조가 완성되는데, 재태기간이 최소 37주는 넘어야 혈관이 다 자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때문에 그 전에 태어난 아이들은 망막이 채 완성되기도 전에 이 세상에 노출이 되는 셈이다. 제주대학교병원 안과 차동민 교수의 도움으로 미숙아망막병증에 대해 알아본다.

망막혈관이 정상적으로 잘 자라려면 미숙아가 산소에 너무 많이 노출되는 것은 좋지 않다. 새로운 혈관이 자라날 수 있을 정도로 산소가 적당하게 부족해야 망막혈관들은 정상적으로 자라날 수 있다. 엄마의 뱃속에서 태아가 노출되는 산소량은 다소 부족한 상태이기 때문에 망막혈관이 정상적으로 자라날 수 있는 천혜의 환경인데 반해 대기 중의 산소 농도는 망막혈관들이 자라나기엔 너무 높은 편이다. 미숙아의 망막혈관들은 대기 중의 산소에 노출되면 산소가 충분하다고 판단, 더 이상 자라지 않는다. 반면 혈관이 아직 도달하지 못한 주변부에 위치한 망막조직들은 산소 공급을 받을 수 없게 된다. 산소 공급을 받지 못한 조직들은 혈관들이 빨리 자라게 해달라고 신호를 보내는데, 그 신호가 너무 강하다보니 망막혈관들은 원래 자라나야 하는 방향으로 자라지 않고 엉뚱한 방향으로 자라나게 되며 2차적으로 망막도 떨어지게 된다.

미숙아 망막병증은 선천성 양안 실명의 가장 흔한 원인이다. 양안 모두 완전 망막박리까지 진행된 경우 시력은 안전수동(어떤 움직임이 있다고 느끼는 정도) 이상 발달되기 어려우며, 안구의 구조 자체도 정상적으로 유지되지 않고 안구위축으로 진행될 수도 있다. 다만 모든 미숙아들이 미숙아 망막병증이 나타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일찍 태어날수록, 그리고 태어날 때 몸무게가 낮을수록, 미숙아 망막병증이 발생할 확률이 높다. 보통 재태기간이 31주 미만이거나 출생체중이 1500g 미만일 때 미숙아망막병증에 대해 안저 검사받는 것을 권유한다. 또 미숙아망막병증이 발생하더라도 90%는 나쁜 방향으로 진행하지 않고 저절로 퇴행하게 된다. 그렇다고 낙관적인 사고는 금물이다. 적절한 시기에 치료를 놓치면 아이의 인생이 180도 바뀔 수 있다.

미숙아망막병증은 보통 5단계로 분류가 된다. 높은 단계로 올라갈수록 많이 진행했다는 의미이며, 3단계 이상이면서 망막혈관들이 활성화돼 있을 때 치료를 해야 나쁜 쪽으로 진행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치료에는 응고치료, 레이저 치료, 주사치료 등이 있으며, 현재까지의 기준 치료는 레이저 치료다. 치료의 원리는 역설적이게도 혈관이 자라지 않은 주변부 조직들을 레이저로 파괴해 산소에 대한 수요 자체를 없애는 것이다. 레이저 치료가 필요할 정도의 미숙아망막병증은 빠르게 악화되기 때문에, 치료가 필요하다고 판단됐을 때 반드시 72시간 이내에 해야 한다. 치료시기를 놓쳐 4단계나 5단계까지 진행한 미숙아망막병증은 레이저 치료로는 해결이 되지 않으며, 공막 두르기나 유리체절제술 등의 망막수술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수술을 하더라도 장기적인 시력 예후는 좋은 편이 아니다.

따라서 미숙아망막병증의 위험도가 있는 재태기간 31주 미만, 혹은 출생체중 1500g 미만인 미숙아들은 정해진 스케줄에 맞게 망막검사를 받아야 치료시기를 놓치지 않을 수 있다. 망막검사는 환아의 눈을 점안마취제로 마취한 후 눈벌리개로 눈을 벌리고 나서 안과의사가 직접 망막을 관찰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언뜻 보기에는 환아의 눈에 무언가를 집어넣는 것처럼 보여 크게 놀라는 보호자들도 있다. 이는 실명으로의 진행을 막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검사이기 때문에 보호자들의 아픈 마음은 차치하고서라도 스케줄에 맞게 검사를 시행해야 한다고 차동민 교수는 강조했다.

차 교수는 "지속적인 의학지식의 축적, 의료기술의 발달, 그리고 치료시기의 조기화 등으로 인해 미숙아망막병증의 시력 예후는 과거에 비해 많이 좋아진 편"이라며 "소아과 의사와 안과 의사 사이의 유기적인 협동 또한 크게 일조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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