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삼다수와 떠나는 숨골탐방] (5) 제주시 청소년수련관(아라청소년문화의집)

[제주 삼다수와 떠나는 숨골탐방] (5) 제주시 청소년수련관(아라청소년문화의집)
"자연은 흐르고 변한다… 책에 나온 지식 무조건 정답 아냐"
지난 13일 제주시 청소년수련관 학생들 현장 탐방
한동·온평리서 숨골 형성 과정·지하수 중요성 확인
  • 입력 : 2024. 11.01(금) 03:30  수정 : 2024. 11. 14(목) 18:40
  • 강다혜 기자 dhkang@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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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빗물이 지하로 스며드는 통로 역할을 하는 '숨골'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먹는 물로 이용되는 지하수 등 환경 보전의 중요성을 이해하는 시간이 마련됐다. 숨골 탐방에 참여한 학생들은 교과서적이지 않은, '숨겨진 맛집' 같은 체험이라며 호기심을 보였다.

한라일보가 제주개발공사, 광동제약과 공동으로 마련한 '제주삼다수와 떠나는 숨골 탐방'이 지난 13일 제주시 청소년수련관(아라청소년문화의집) 학생 13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이날 탐방은 제주시 구좌읍 한동리와 서귀포시 성산읍 온평리 혼인지에 위치한 숨골을 탐방하는 일정으로 이어졌다. 강순석 제주지질연구소장(지질학 박사)이 동행해 숨골에 대해 설명했다.

제주시 구좌읍 한동리에 위치한 숨골에서 강순석 박사가 숨골과 곶자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강다혜기자

제주시 구좌읍 한동리에 위치한 숨골. 강다혜기자

학생들은 우선 제주시 구좌읍 한동리 소재 농경지 한가운데 위치한 대형 함몰형 숨골을 탐방했다. 이 숨골은 직경이 10m가 넘을 만큼 크고, 깊이도 1m 이상 돼 보였다. 숨골 주위에 둥글게 둘러선 학생들의 눈에는 호기심이 가득했다. 이어 강 소장이 숨골을 처음 접하는 학생들에게 곶자왈과 숨골에 대한 설명을 이어갔다.

강 소장은 "연간 강수량이 많은 제주에선 농사짓기도 어렵고 홍수도 자주 발생할 것 같은데, 내륙보다 홍수가 적다. 그 이유를 오늘 탐방을 통해 알아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숨골은 쉽게 말해 물이 빠지는 구멍이다. 제주에선 '숨굴'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숨을 쉬는 구멍이라는 뜻이다. 농사를 짓기 위해선 물이 빠져야 하는데, 제주 땅 곳곳에 있는 숨골이 비가 온 뒤 물을 고이지 않게 빠지도록 해주는 기능도 한다"라며 숨골의 정의와 기능에 대해 설명했다.

서귀포시 성산읍 온평리 혼인지에 위치한 동굴에서 학생들이 강순석 박사의 설명을 듣고 있다. 강다혜기자

강 소장은 또 "제주에 있는 오름은 화산이다. 화산이 폭발하면 용암과 함께 불꽃이 뿜어져 나오는데 그 불꽃송이 하나하나에서 떨어져 나온 화산재가 송이다. 그래서 제주 토양은 대부분 송이로 돼 있어 물 빠짐이 좋고, 많은 숨골이 있어서 많은 비가 내려도 홍수가 적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화산 폭발로 뜨거운 용암이 바다 쪽으로 강물처럼 흐르면서 식은 표면은 굳어져 지붕을 만들고, 그 아래로는 용암이 흘러 만장굴 같은 동굴이 된다. 또 용암이 지표로 흐르면서 만들어진 게 곶자왈이다. 즉 오름에서 분출한 용암이 지하에 용암동굴을 만들고, 지상에는 곶자왈 숲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한동리에 이어 학생들은 서귀포시 성산읍 온평리에 위치한 혼인지와, 인근 농지에 위치한 숨골을 찾았다.

학생들은 우선 혼인지에 위치한 동굴 내부를 탐방했다. 강 소장의 설명에 따르면, 온평리는 제주의 건국 신화가 깃든 마을이다. 마을 안쪽에는 제주 섬에서 탐라국을 세운 고·양·부 세 신인과 벽랑국 세 공주가 결혼했다는 '혼인지'와 신접살림을 차렸다는 '신방굴'이 있다. 혼인지는 온평리 마을의 일주 도로변 서쪽에 위치하고 있으며, 커다란 연못과 작은 동굴로 구성되어 있다. 3개의 입구를 가진 동굴은 결혼한 세 쌍의 부부가 결혼 첫날밤을 보낸 곳으로 전해진다.

혼인지 동굴 내부로 들어가는 학생들. 강다혜기자

혼인지 동굴 내부. 강다혜기자

강 소장의 안내에 따라 동굴 내부로 들어간 학생들은 컴컴한 동굴 속에서 손전등을 켜고 내부를 유심히 살폈다..

이어 혼인지 인근 농지에 위치한 숨골로 향했다. 이 숨골에는 크고 작은 현무암이 무더기로 쌓여 있었다.

강 소장은 "왜 여기 성산읍에 새로운 공항이 들어설까요? 공항에는 활주로가 있죠. 활주로에 비행기가 다니려면 땅이 평평해야 하겠죠. 이 부지가 평평하기 때문에 여기에 공항을 짓는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곳에 이러한 숨골들이 아주 많아요"라고 강조했다.

강 소장은 또 "제주도에 300여 개의 숨골이 있다고 연구된 바 있고, 제2공항 부지에만 150여 개가 나왔다. 현재 미개척 분야다. 아직 조사되지 않은 숨골도 상당히 많을 것이다. 수천수만 개가 있을 수 있다"라며 "여러분들이 해주는 질문들과 사례들로 새로운 연구를 할 수 있고 또 새로운 것이 발견될 수 있다. 정답은 자연에 있는데 자연은 변한다. '책에서 봤는데~'라는 말은 통하지 않는다. 책에 나온 지식과 정보 역시 자연의 흐름에 따라 바뀔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이날 탐방에 참여한 이유단 학생(제주여고 2학년)은 "숨골이라는 개념도 처음 들었고, 중요성에 대한 것도 처음 들어서 신기했다. 앞으로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 할 점이라고 생각했다"며 "사회적인 상황과 법적으로도 관련된 사안인 것 같다. 공항이랑도 연결되고, 숨골이 오염되면 환경적으로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점을 배울 수 있었다"고 말했다.

서귀포시 성산읍 온평리 한 농경지에 위치한 숨골. 강다혜기자

지난 13일 '제주 삼다수와 떠나는 숨골 탐방'에 제주시 청소년수련관 소속 학생들이 제주시 구좌읍 한동리와 서귀포시 성산읍 온평리의 숨골을 찾아가 숨골의 가치를 직접 확인하는 시간을 가졌다. 강다혜기자

강재원 학생(오현고 2학년)은 "제주도라는 섬에 살고 있음에도 숨골이나 지하수 같은 개념을 잘 모르고 지냈는데, 오늘 직접 눈으로 보며 확인했고 새롭게 알게 되어서 좋은 경험이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허진이 아라청소년문화의집 청소년지도사는 "제주 자연과 관련한 프로그램을 10년 이상 했는데, 숨골과 지하수와 관련한 탐방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아이들에게 좋은 정보를 공유하고 보고 느끼게 해주셔서 감사하다"라며 "아이들 뿐 아니라 공무원, 도민 모두 아우를 수 있는 좋은 체험프로그램이었다"라고 말했다.

윤광희 제주시청소년수련관 지도사는 "오늘 탐방이 교과서적이지 않아서 좋았다"라며 "자연 관련 프로그램은 오름 탐방, 한라산 탐방처럼 전형적인 프로그램만 해봤는데, 소문난 곳이 아니라 숨겨진 맛집 같은 느낌이 들어 새로운 경험이었다. 아이들에게도 좋은 기회가 됐을 것"이라고 전했다. 강다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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