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소드] 낚시인의 추억

[에피소드] 낚시인의 추억
  • 입력 : 2013. 03.10(일) 14:47
  • 글자크기
  • 글자크기
낚시인의 추억



새벽녘이면 쌀쌀한 기온에 옷깃을 여미게 되던 지난해 겨울, 어느 주말.

새벽 3시25분.

밤새 방안에서 잘 녹여 두었던 크릴 밑밥을 챙겨 들고

서귀포 부두로 바쁘게 달려간 나는 마침 출발하는 유어선에 몸을 실을 수 있었다.

지난밤 낚시점에 늦게 찾아가니, 점주의 새로운 정보가 기다리고 있었다.

이제까지는 유어선 첫출항이 오전 6시였는데, 꾼들의 성화가 대단하여

해경과 합의하에 03시 30분에 첫출항을 하게 되었다는 정보였다.

찬바람이 불면 시작되는 '부시리' 낚시.

그 무지막지한 녀석들과의 파워게임은 서귀포꾼들을 추운 새벽부터

선착장에 도열시킬만큼 매력적이었다.

여명이 시작될 무렵부터 시작하여 일출직후까지의 짧은 시간에 이루어지는 부시리의 입질은 꾼들의 마음을 바쁘게 했고

급기야 캄캄한 밤바다를 고무보트로 해쳐 나가는 꾼들까지 나타나게 했었다.

유어선을 타고 나가는 시간이 바로 피크타임 이였으니 꾼들의 급한 마음이 과연 어떠했을까…….

해경측에서도 조금 융통성을 보이는게 안전사고 예방에 도움이 되리라 판단하였는지

선주들의 건의에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고 한다.

아무렴, 손바닥만한 고무보트 보다는 유어선이 조금 일찍 움직이는게 안전할건

당연한 이치였으니.......

그렇게 해서 전보다 두시간 이상 빨리 출발하는 배에 맞추려고 준비를 하다보니

낚시점에는 `녹여놓은 크릴'이 없었다.

먼저 소식을 접한 꾼들이 싹쓸이를…….ㅜ.ㅜ…….

할 수 없이 꽝꽝 얼어있는 크릴을 사서는 귀가했고, 새벽에 쓸 수 있게 녹여볼 요량으로

방안에 들여놓고는 담요로 잘 감싸고, 전자요 까지 동원해서는 크릴 해동작전을 벌였다.

그렇게 준비된 소중한 밑밥으로 아직은 캄캄한 밤바다를 달려 나갔다.

그즈음 가장 조과가 좋았던 '문섬'에 내리니

같이 타고왔던 꾼들이 여기저기 저마다의 포인트를 찾아 포진하고

부지런히들 밑밥품질에 채비 검사에 바쁜 손놀림으로 대물 부시리 포획 준비에 여념이 없다.

주위를 둘러보니 상당히 많은 꾼들이 뒤섞여서 북새통을 이룬게…….

복잡하기가 명절 앞둔 시장처럼 정신이 없다.

갯바위에 꾼들을 다 내려놓고 철수하려는 선주를 불러서 다시 몸을 실고

바로 옆에 있는 문섬의 부속섬인 '새끼섬'에 한번더 접안 해줄 것을 부탁하니

별로 싫은 기색도 없이 `그러라' 한다.

어짜피 잠깐 뱃머리만 데면 되는걸 뭐 그리 어렵게 부탁 하냐고

오히려 포인트 잘 고른다고 칭찬이다.

시간상 조금 후면 썰물이 시작되니 본섬에서 '새끼섬' 쪽으로 물발이 설거라며

많이 잡으면 철수할 때 한마리 주고가라고 부탁한다.

모든 꾼들이 본섬에서 하선하였기에 내가 내린 '새끼섬'에는 나혼자만 한적하게 낚시를 즐길 수 있었다.

캄캄하던 새벽하늘에 조금씩 푸른빛이 물들 무렵.

본섬쪽으로 흐르던 채비가 서서히 방향을 틀기 시작했다.

'그래!!! 이제부터다.'

도착후 밑밥을 뿌리며 기다리던 시간…….

물돌이가 시작됐다.

내심, 마음에 준비를 한때…….

'촤라라라라라라…….락…….'

베일을 열어 두었던 릴에서 원줄이 사정없이 풀려나간다.

대를 새우며 급히 베일을 덮는 잠깐 사이에 원줄이 근 4~50m는 더풀려나갔다.

릴의 베일을 덮는 순간 시작된 그녀석과 나만의 한판 승부.

밑밥띠가 방향을 틀어 외해쪽으로 돌아서자마자 놈의 입질이 오다니,

조짐이 좋다.

첫입질에 걸린 놈은 씨알이 조금 빠지는 70Cm급.

이놈은 유어선 선주에게 주면 되겠다 생각하며 다시 미끼를 달고 채비 투척.

조류를 타고 줄줄 풀려 나가던 원줄이 순간 '위~~~잉~' 소리를 내며 뻗는다.

이번엔 크다.

대를 새우며 베일을 덮으려 해도 줄 풀리는 속도가 너무 빨라 베일이 튕겨 나온다.

대를 몇번 흔들어 줄을 더풀어주며 베일을 겨우 덮고 버티니 당길 힘이 엄청난게

m급은 족히 넘을 것 같다.

작은 섬위를 이리 뛰고 저리 뛰며 녀석의 힘을 빼기 십여분…….

놈의 행동반경이 좀 작아지는걸 느끼며, 서서히 내쪽으로 끌어내기를 시도했다.

이미 지치기 시작한 녀석을 갯바위에 눕히는데 십여분이 더 지나야 했다.

한놈 잡아내는데 삼십분…….

애고~~, 입에서 단내가 풀풀 피어난다.

놈을 살림망에 넣고 나서 담배한대 피고, 물 한모금 마시고 한참을 쉬었다.

손이 달~달~달달 떨려서 담배불도 겨우 붙였는데…….

미끼를 끼울 엄두가 나지않았기에, 한참을 그렇게 갯바위에 앉아 팔근육을 풀며 시간을 보내다 손가락의 떨림이 어느 정도 가라앉자 다시한번 미끼를 달고 투척을 했다.

채비를 흘리며 기다리는데 뒤쪽에서 인기척이 나서 돌아보니,

언제 들어왔는지 스쿠버 멤버들이 장비점검에 요란벅적 난리들이다.

그중 한명이 다가와서 살림망을 들어 보더니,

일행들을 부르고 고기구경을 하며 한참을 떠들다 간다.

처음에 다가왔던 친구만 남아서 조금전 파이팅 장면을 봤다며 대단한 장관 이었다고 하더니, 사진 나오면 보내줄테니 주소를 적어달라고 한다.

배에서 내리기전에 찍었는데 잘 나올지 모르겠다며…….

그들 스쿠버 멤버들이 하나둘 물속으로 잠겨 들고 다시 나 혼자 남았고,

물살따라 원줄이 다풀리도록 채비를 흘렸다 걷기를 서너번 할 무렵.

그날의 세번째 입질이 왔다.

일출 직후 !!!

이번이 오늘의 마지막 입질일터…….

넉넉하게 뒷줄을 주고나서 베일을 덮고 챔질을 하니 역시 묵직한 충격이 온몸에 실린다.

이 맛이다!!

온몸을 관통하고 지나가는 전율!!!

양 팔에 쥐가 나도록 펌핑과 릴링을 하다가 치고 나가는 대물의 힘에

찌~~익, 울리며 풀려나가는 드렉의 굉음.

온몸으로 대를 다루며 놈과의 힘겨루기에 몰두하여 세상을 잊고 나도 잊고…….

난바다로 치고 나가다 좌로 크게 선회하는 놈의 머리를 돌리며 조금씩 섬의

좌측으로 따라가다가 몇번의 펌핑으로 머리돌리기 성공.

다시 우측으로 선회하기 시작한 녀석의 괘적을 내쪽으로 당기는데,

뭔가, 덜컥!!! 하고 걸리는 느낌이…….

그러나 이내 쭈욱 끌고가는 놈의 질주에 뭔가 찜찜한 느낌을 털어내고

대를 당기는 왼팔에 더더욱 힘을 실었다.

우측에서 좌측으로 다시좌측에서 우측으로 단 일회 왕복에 힘이 빠질 녀석이 아닌데

움직임이 갑자기 둔해지고 버둥버둥 앙탈을 부리며 서서히 끌려온다.

대에 실리는 무게도 이상하게 묵직해졌고, 정신없이 치고나가야할 녀석의

저항도 이상하게 약해졌고…….

조금전 뭔가 걸리는듯 하더니만 해초뭉치 라도 걸렸나보다.

갑자기 얌전해진 녀석을 서서히 끌어올리는데, 저만치 해수면에서 좀전에

물속에 들어갔던 스쿠버 멤버들이 하나둘 솟아올라 뭐라고 소리를 친다.

'애고~~, 이 사람들아 당신들하고 얘기할 정신없어~~'

풀려 나갔던 원줄을 다 감아올릴 무렵 떠오르는 아침햇빛에 금빛 찬란한

수면에 끌려오는 어체를 어렴풋하게 분수 있었다.

상체는 부시리……. 하체는 늘씬한 두 다리가……?????

릴링도 잊고 멍청하게 보고 있으려니, 그 인어가 분신을 한다.

고기따로, 사람따로…….

고기는 도망가려고 발버둥을 치고 ........

사람은 그 고기한테 무슨 감정 있는지 악착 같이 쫓아다니고…….

내 낚싯대 끝에 매달린 일인 일어의 행태에 어쩔줄 몰라하고 있는데,

좀전에 얘기를 나누던 친구가 어느새 섬에 올라왔는지 옆으로 다가와서 뜰채를 들어준다.

우여곡절 끝에 세번째 고기마저 무사히(?) 올리고 나서

다른 바늘에 걸린 인어(?)아가씨한테 다가가 보니,

산소호흡기 호스에 단단히 박힌 바늘을 빼 보려고 애를 쓰고 있었다.

어차피 구멍이 뚫려서 쓸 수 없는 물건인데…….

그 스쿠버 멤버들이 상황을 설명해 주는데 참 기가 막힌 내용이었다.

그들이 배에서 내릴 때 그 일행 중 한명이 내 낚시장면을 촬영했고,

수중에서 낚시 장면을 촬영해 보기로 그들끼리 뜻을 모았단다.

낚시하는데 방해가 되지 않게 섬의 그늘에 숨어서 수중촬영을 시도 했고,

한참을 기다려도 흘러가는 크릴 밑밥만 구경할 수 있을 뿐 기대했던

대어의 몸부림은 영 소식이 없더란다.

그래서 한두명 흥미를 잃은 멤버가 다른 피사체를 찾아 자리를 이탈했고

때마침 스트라이크 된 부시리가 그들이 있는 방향으로 치고나가면서,

두바늘중 남은 한 바늘이 스쿠버 아가씨의 호흡기 호스에 걸렸다는 것.



해저 비경에 취해 물속을 유영하다가 갑자기 호흡기를 빼앗긴 아가씨는

자신이 인어가 아님을 절실히 실감 했을 거고,

한 사람을 끌고 다니느라 힘도 제대로 써보지 못한 부시리는,

낚이는 존재에서 사람을 낚아본 물고기로 기록되며 생을 마감 했다.

그 아가씨 울고불고, 물도 엄청 토해냈는데, 다음에 다시 물에 들어갈 수 있을지…….

그 멤버들에게 부시리 한 마리 먹으라. 쥐어주고,

저 아가씨 내가 낚았는데 어떻게 할 거냐 물으니 일행 모두 한바탕 웃고나서

그 인어, 임자 있는 인어란다.^^

낚시꾼과 잠수부의 '공동 이용 구역' 에서 중앙선을 넘은 부시리와 전방주시를

소홀히 한 스쿠버의 교통사고.......

중앙선을 넘은 부시리는 사망 하였고, 인어는 낚시꾼에게 훈방되었음을 알립니다.

작은 부시리 한마리를 유어선 물칸에 넣어주고, 큼직한 녀석 들고는 뽐내며

집에 돌아오니 마눌님께서 도끼눈으로 찌~~익……. 째려본다.

마당에는 어제 사용한 담요랑 전자요가 빨랫줄에 걸려서 흔들흔들…….

허걱, 오늘 죽었구나……. ㅜㅜ

부시리 회맛이나 보고나서 화를 내심이 어떠시냐고 꼬리짓을 살랑살랑~…….

^^,, ㅎㅎㅎ.

다들 아시죠?

크릴 썩는 냄새.

전자요와 담요에 흘린 크릴 국물이 따뜻한 온도에서 부패 되면서 냄새를 풍겼으니……. ㅋㅋㅋ.
  • 글자크기
  • 글자크기
  • 홈
  • 메일
  • 스크랩
  • 프린트
  • 리스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8332 왼쪽숫자 입력(스팸체크)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