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로병사]'혼자' 살아가는 세상

[생로병사]'혼자' 살아가는 세상
  • 입력 : 2013. 03.22(금)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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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에게 신세 지지 않고 혼자서 살아가는 사람이 가장 많은 곳, 아마도 제주도일 것이다. 자의든 타의든 사람은 사람과 어울려 살고, 같이 사는 것이 그래도 좋다. 점차 가족을 꾸미지 않고 혼자 살아가는 사람이 많아지는 세상이다. 신세지지도 않고, 상관 받지도 않고 자유롭게 산다는 것, 좋은 의미의 혼자 사는 사람과 무슨 사연이 있어 어쩔 수 없이 혼자 살아가야만 하는 사람들…. 특히 몸이 아파서 오는 사람 중에 그런 사람은 그 누구보다 더 힘들다.

60이 넘은 할머니는 목부위에 염증이 생겨 근육이 녹아내리는 상황으로 응급실을 방문했다. 가족이 아무도 없다. 중환자실에 입원시키고 어떻게든 수소문 끝에 가족에게 연락이 닿았다. 40대 중년의 남자가 도착했다. 자신을 아들이라 말하면서도 어머니가 돌아가실 수 있다는 말에는 표정이 거의 없다. 30년 넘게 자식 셋을 버리고 혼자 제주도로 건너와서 살다 죽음을 눈앞에 두고 자식을 만났다. 아들은 30년 전 어머니 얼굴이 기억나지 않는다고 한다.

아들은 친자 포기나 시신기증 등을 알아보고 자신도 살기가 빠듯하다고 다시 떠나려 한다. 그 아들이 육지로 떠나야 하기 전날 내게 자신이 임종이라도 볼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를 했다. 하지만 의사라고 사람의 생명을 어떻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거절할 수 밖에 없었다. 나는 그 아들이 너무 야박하게 느껴졌고, 부모의 임종보다 자기 삶이 중요해서 떠나버린 아들은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을 줄 알았다. 아들은 육지로 떠났고 환자는 아들이 떠난 다음날 운명했다. 육지로 떠나기 전날 아들은 환자 옆에서 펑펑 울었다고 한다. 나의 어리석은 오해는….

육지에서 제주도로 내려와 혼자 생활하다 병이 나서 입원하는 환자들은 거의 대부분 가족이 있어도 연락처를 알려주지 않는다. 자신의 생명이 다하는 상황이라도…. 그들의 삶이 얼마나 힘들었을지 짐작도 하기 어렵다. 가족이 있어도 몇 십년을 연락을 하지 않고 지내는 사람들, 가족이 곁에 있어도 사정이 여의치 않아 혼자 병실에 있어야 하는 환자들. 이런 환자들이 늘어나고 있는 게 현실이다.

환자의 치료는 의사와 가족이 같이 할수록 경과가 더 좋다. 가족의 따뜻한 마음이 아픈 사람에게는 너무나 크게 다가오기에…. 혼자 사는 사람이 늘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병원도 사회도 어떻게 해야할지? 가끔 아무 관계가 아닌데도 혼자 사는 분들끼리 의지하면서 돌봐주며 가족보다 환자에게 정성을 보이는 분들을 보면서 어쩌면 혼자 사는 삶에 조금은 해결책을 보여주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허상택 제주대학교병원 감염내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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